"이제야 사람답게 살아 보겠구나 했는데 아파트 건립이 웬 말입니까?"
아파트 건립과 '삶다운 삶'이 무슨 연관이 있기에 이런 말이 나왔을까. 이유는 행복주택 후보지이자 옛 경춘선 폐선부지가 남아 있는 서울시 노원구 공릉동에서 찾을 수 있었다.
◆주차장→기숙사→행복주택?
지난달 23일 정부는 7개 시범지구 중 오류·가좌지구를 행복주택지구로 최종 확정했다. 연내 토지이용계획, 주택유형 가구수 등을 확정짓고 착공에 들어갈 계획이다.
발표 이후 가장 관심이 집중된 곳은 외려 공릉지구였다. 업계에선 그간 오류·가좌지구와 함께 연내 착공이 가장 유력한 곳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예상과 달리 최종 사업지로 결정되지 못한 까닭은 무엇일까.
직접 찾아간 공릉지구 부지는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적은 면적이었다. 지금껏 방문한 시범지구 중 부지가 한눈에 들어오는 곳은 공릉지구가 유일했다. 한쪽으로는 옛 철도선이 그대로 남아있고, 다른 한쪽으로는 인근 주민들의 이름표가 빼곡히 박힌 작은 텃밭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 정도 규모면 임대아파트(200가구 예정)가 들어선다고 해서 인근 지역에 미치는 영향이 있을까 싶었지만 주변 아파트 주민들의 반응은 예상외로 격렬했다.
부지 바로 맞은편에 위치한 D아파트의 한 입주민은 "이곳은 예전에 철도가 아파트 바로 옆을 지나던 곳으로, 인근 아파트 주민 모두 오랫동안 엄청난 소음 및 분진, 재산상 불이익을 감내해왔다"면서 "시와 지자체 주관으로 몇년간 이곳의 공원화사업이 진행돼 왔는데 갑자기 행복주택 건립이라니…. 받아들이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공릉지구 행복주택 건립 반대 대책위원회에 따르면 해당부지는 지역주민을 위한 건강·문화·교육시설이 공존하는 공원화사업이 추진돼오던 곳이다.
대책위 관계자는 "이곳에 공원을 만들어준다고 한지가 벌써 7년이다. 그 사이 이 조그만 땅을 두고 유료주차장이 들어선다고 해서 난리가 난 적도 있으며, 최근에는 대학 기숙사가 들어선다고 해서 주민들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행복주택이다. 만만한 게 공릉동인가 싶다"고 전했다.
실제 공릉지구는 문화·체육시설이 전무한 주거 밀집지역이다. 노원구를 비롯해 서울시내에서 거의 유일하게 공원(녹지공간)이 없는 지역이기도 하다.
또한 노원구는 공공 임대아파트 등이 서울시 전체의 16%(2만4374호)를 차지, 25개 자치구 중 임대주택이 가장 많은 곳이다. 지금도 오피스텔 공실률이 높고 임대 매물이 상당하다는 게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의 말이다. 게다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내에도 900실 규모의 기숙사가 신축될 예정이다.
주민들과 지자체는 지역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그리고 공원화사업 약속이행을 위해 행복주택 건립을 결사적으로 막겠다는 입장이지만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국토부는 주민들의 의견을 어느 정도 수렴해 공원과 복지시설을 복합적으로 갖춘 개발 구상안을 내놓은 상태다. 서두르지 않고 주민들을 충분히 설득해 나가겠다는 단호한 계획 하에 10월 중 지방을 포함한 2차 지구를 발표할 예정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9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