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컴플렉스’는 지난해 서래마을에 등장하자마자 이목을 집중시킨 곳이다. 이곳을 지키는 이충후 셰프는 파리에서 '핫한' 레스토랑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르샤또브리앙(Le Chateaubriand)과 르도팽(Le Dauphin)을 비롯해 프랑스에서 6년여간 경력을 쌓고,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에서 본인의 레스토랑을 처음 선보였다.
커다란 여닫이문을 열고 들어가면 쨍한 은색의 내부가 눈에 들어온다. 언뜻 보아도 그간의 레스토랑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아트 디렉터의 손길이 닿은 공간은 전체적으로 스틸소재를 살렸다. 마치 우주선이나 실험실을 연상시키는 이색적인 구조다. 이곳에서는 그 흔한 장식이나 음악도 찾아볼 수가 없다. 방해되는 요소나 복잡한 것들을 최대한 배제하고 군더더기 없는 공간 속에서 편안한 요리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셰프가 선보이는 것은 네오비스트로. 비스트로를 새롭게 해석한 장르라 생각하면 쉽다. 4~5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이 갈래는 유럽 레스토랑의 한 분류로서 그간 프렌치요리가 갖고 있던 이미지를 벗어 던졌는데 마니아층도 제법 많다.
그간 프렌치 하면 자연스레 연상되는 파인다이닝과 같이 무겁거나 격식을 차려야만 했던 요리와 달리 가볍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요리를 지향한다. 더불어 고급화된 요리들로 인해 제한됐던 식재료 등에 구애 받지 않고 다채롭게 활용하며 그에 따른 접근 방식도 국한 되지 않아 셰프의 색깔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쉽게 말해 벽을 허문, 어깨에 힘을 뺀 비스트로 정도로 생각하면 되겠다.
보여주는 요리는 단 한가지. 테이스팅 코스가 전부다. 메뉴는 1~2주를 주기로 교체되며 전식을 시작으로 생선, 고기, 디저트 등 5~6가지 요리가 순차적으로 제공된다. 하지만 메뉴판을 들여다보아도 어떤 요리가 나올지 도무지 가닥을 잡을 수 없다. 코스에 따른 굵직한 식재료만 적혀 있을 뿐 어떤 조리법, 그리고 어떤 모양새로 나오는 요리인지 나와 있지 않다. 생선요리로는 대구를 준비했는데 생선육수를 마요네즈처럼 필필소스로 만들고, 여기에 양파피클과 알감자 등을 함께 곁들이는 식이다.
디저트로는 메밀 크럼블을 깔고 딸기를 올린 뒤 바로 직전에 뽀얀 크림무스를 풍성하게 뿌려낸 것이 나온다. 매일마다 식재료의 상황이나 셰프의 컨디션 등을 반영해 그 날의 요리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다.
위치 함지박사거리에서 방배중 방면으로 400m가량 직진 후 왼쪽 플레이스원빌딩 2층
메뉴 테이스팅코스 7만원
영업시간 화~토 18:00~24:00(L.O 22:30/ 일·월 휴무)
전화 02-532-0876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1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