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이야기는 언제나 뜨겁다. 걷는 쪽과 내는 쪽의 셈이 달라서 그렇다. 그런데 세금에는 국세나 지방세만 있는 게 아니다. 고지서 없이 부과되는 것들도 있다. 이번 글은 그런 세금에 대한 것이다.
회의가 끝났다. 한 시간 반 동안 의견을 나눈 끝에 결론이 났다. 참석자들은 해야 할 일을 각자 적었다. 누구에게 연락할지, 어떤 자료를 만들지, 언제까지 보고할지.
회의가 끝났다. 한 시간 반 동안 의견을 나눈 끝에 결론이 났다. 참석자들은 해야 할 일을 각자 적었다. 누구에게 연락할지, 어떤 자료를 만들지, 언제까지 보고할지.
회의실을 나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전화가 왔다. 방금 전 결정을 없던 일로 하자는 것이었다. 회의 중에는 말이 없던 사장이 그분께 따로 보고했는데, 뒤집혔다고 했다.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다. 다시 회의실로 돌아가야 했다.
리더가 생각을 바꾸는 데에는 몇 분이면 충분했다. 조직이 방향을 바꾸는 데에는 며칠 이상이 걸렸다. 이미 만든 자료를 버려야 했고, 어렵게 잡은 약속을 취소해야 했다. 리더의 한마디는 짧았지만, 그 뒤처리는 짧지 않았다.
나는 이것을 '변덕세'라고 부른다. 리더가 충분한 설명 없이 결정을 뒤집을 때마다 조직이 치러야 하는 부담이다. 지시한 사람이 아니라 실행하는 사람들에게 피할 수 없이 부과된다는 점에서 세금과 닮았다.
변덕세는 회계장부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 조직의 표정에는 나타난다. 변덕이 반복되면 사람들은 새 지시를 받아도 바로 움직이지 않는다. 이번에도 곧 바뀔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지시가 내려왔는데도 모두가 한동안 기다린다.
이런 조직에서는 실행력이 떨어진다. 리더는 사람들이 느리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리더의 생각이 너무 쉽게 바뀐다고 생각한다. 리더는 더 강하게 지시하고, 사람들은 더 오래 기다린다. 전략보다 눈치가 빨라야 산다.
'고집세'라는 것도 있다. 새로운 정보가 들어왔는데도 기존 결정을 고수할 때 조직이 치르는 비용이다. 시장이 달라졌고, 경쟁자가 움직였고,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생겼는데도 처음 정한 방향을 붙든다. 체면 때문이다. 쉽게 말해, 쪽팔려서다.
결정을 바꾸려면 어제의 판단이 틀렸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왜 이제 와서 말을 바꾸느냐는 비난도 감수해야 한다. 이런 게 싫어 잘못된 줄 알면서도 계속 간다. 일관성을 지키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체면을 조직의 비용으로 보전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허먼 멜빌의 '모비 딕'에는 에이허브 선장이 드물게 생각을 바꾸는 장면이 나온다.
피쿼드호는 이미 여러 고래를 잡아 기름통을 채운 상태였다. 어느 날 배 안으로 들어온 물에서 적지 않은 고래기름이 발견된다. 화물칸의 기름통 어딘가에 구멍이 난 것이다. 일등항해사 스타벅은 배를 세우고 기름통을 하나씩 끌어올려 새는 곳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에이허브는 거부한다. 그의 관심은 기름에 있지 않았다. 배의 본래 목적은 고래를 잡아 기름을 싣고 돌아가는 것이었지만, 에이허브에게 피쿼드호는 더 이상 포경선이 아니었다. 자신에게 다리를 잃게 한 흰고래를 추격하는 복수의 배였다. 기름이 새든 말든 흰고래를 쫓는 속도를 늦출 수는 없었다.
스타벅은 반박한다. 이대로 두면 하루 동안 잃는 기름이 앞으로 1년 동안 새로 얻을 기름보다 많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들이 2만 마일을 항해해 얻은 것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에이허브는 격노한다. 총을 들어 스타벅을 위협하기까지 한다. 스타벅은 선실을 나가면서 한마디를 남긴다.
에이허브는 에이허브를 조심하라고.
잠시 뒤 에이허브는 갑판으로 올라간다. 그리고 배를 세우고 기름통을 끌어올리라고 명령한다. 방금 전까지 거부했던 스타벅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다.
선원들은 돛을 조정해야 했고, 항해는 지연됐으며, 무거운 통을 하나씩 옮겨야 했다. 적지 않은 변경 비용이 발생했을 것이다. 하지만 처음 결정을 지켰다면 더 많은 기름을 잃었을 것이다.
이 장면만 놓고 보면 에이허브는 제법 합리적인 리더다. 자신의 명령을 뒤집고, 부하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다만 멜빌은 에이허브가 왜 마음을 바꿨는지 하나로 확정하지 않는다. 에이허브 자신도 선원들에게 설명하지 않았다. 그는 결정을 바꾸는 시험은 통과했지만 설명의 시험은 통과하지 못한 것이다.
설명 없이 결정을 바꾸는 리더는 설명 없이 결정을 고집하기도 쉽다. 에이허브는 작은 결정은 바꾸었지만 가장 큰 결정은 끝내 바꾸지 않았다. 기름통은 수리했지만 항해의 목적은 수리하지 않았다.
변덕세는 당장 보이지만 고집세는 대개 늦게 청구된다. 변덕세를 아끼려다 훨씬 큰 고집세를 물기도 한다.
결정을 바꾸는 데에는 비용이 든다. 그런데 결정을 바꾼 사람과 그 비용을 내는 사람이 다르다. 그래서 결정을 바꾸려면 네 가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무엇이 새로 발견됐는지,
그 정보가 과거 판단의 어떤 전제를 무너뜨렸는지,
바꿀 때와 바꾸지 않을 때 어느 쪽의 비용이 더 큰지,
이미 발생한 손실을 누가 감당할 것인지.
이 질문들에 답할 수 있다면 번복은 변덕이 아니라 판단의 갱신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마지막 질문이다. 좋은 리더는 판단을 바꿔 생긴 비용을 "왜 미리 제대로 하지 못했느냐"는 말로 부하에게 떠넘기지 않는다. 새로운 정보에 따라 자신이 결정을 바꾸었고, 그 때문에 비용이 생겼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변경의 권한을 가진 사람이 변경의 비용도 책임져야 한다.
리더가 결정을 내리면 언젠가 계산서가 온다. 리더에게 필요한 것은 말을 바꾸지 않는 능력이 아니라, 두 장의 청구서를 함께 들여다보는 능력이다. 누구의 이름이 적혀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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