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개헌을 위해 대통령 임기 단축이 필요하다면 이를 수용할 수 있다는 것이 2022년 대선 당시 저의 공식 입장이었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최근 야당 의원들과의 골프 회동에서 임기 단축을 언급했다는 전언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자 직접 자신의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 대통령은 개헌 방향도 상당히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5·18 정신과 부마민주항쟁의 헌법 전문 수록, 감사원 관할권과 국무총리 추천권·인사권 일부의 국회 이관, 지방자치와 기본권 강화, 대통령 4년 중임 또는 연임제 도입 등을 거론했다. 반면 이원집정부제나 의원내각제에 대해서는 "바람직하지도 않고 국민 여론에 비추어 가능하지도 않다"고 선을 그었다. 대통령 권한 일부를 국회로 넘기는 것을 곧바로 분권형 대통령제나 내각제로 보는 것도 "잘못된 이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의 진짜 의도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현직 대통령이 임기 단축을 거론하며 개헌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제기한 것은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그동안 정치권에선 이 대통령의 개헌 구상을 놓고 여러 해석이 나왔다. 앞서 조정식 국회의장이 현직 대통령의 연임 문제를 두고 "국민의 선택"이라고 말한 것도 논란을 키웠다. 이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밝힌 만큼 적어도 대통령이 염두에 둔 권력구조의 윤곽은 한층 분명해졌다.
1987년 헌법이 만들어진 지 40년 가까이 흐르는 동안 한국의 사회와 경제, 민주주의는 크게 달라졌다.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한과 승자독식 정치구조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 행정부와 국회의 권한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관계를 어떻게 재설계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더는 미룰 이유가 없다.
그럴수록 원칙이 중요하다. 4년 중임제든 연임제든 새로운 권력구조는 특정인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하지 않고 다음 대통령과 그다음 대통령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어야 한다. 개헌의 성패는 결국 국민적 공감대에 달려 있다. 헌법 개정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과 국민투표라는 높은 문턱을 넘어야 한다. 어느 한 정파의 힘만으로 밀어붙일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대통령 자신도 "구체적 내용은 여야 합의로 국회에서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1987년 개헌 당시 여야는 의석수에 상관없이 8인 정치회담을 구성해 대통령 직선제를 비롯한 역사적 합의를 만들어냈다. 지금 필요한 것도 상대를 이기는 개헌이 아니라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어느 당이 다수당이 되더라도 받아들일 수 있는 '보편적' 헌법을 만드는 일이다.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 문제를 거론하며 개헌 필요성을 제기했다면 정치권도 언제까지 이를 정략적 카드로만 다룰 수는 없다. 국회 개헌특위를 조속히 가동해 권력구조와 기본권, 지방분권을 포괄하는 공개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내년이면 87년 헌법도 '40주년'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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