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소비로 인해 '적자인생'을 사는 직장인 정태우씨(33). 그는 새해 들어 재테크의 귀재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첫번째 행동수칙은 신용카드와의 이별이다. 신용카드만 없다면 충동구매를 줄일 수 있고 나중에는 소비 절제가 가능할 것 같아서다. 실제로 그의 소비 중 80%가 신용카드 대금결제다.

두번째 행동수칙은 단 한번도 만기를 채워본 일이 없는 적금 가입이다. 지난해 후배에게 선물 받은 계산기를 두드려 지출규모를 따져본 결과 급여의 50%가량을 저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부작용이 나타났다. 카드를 절단한지 18일여 만에 통장 잔고가 바닥난 것이다. 당장 현금이 없다보니 정씨는 스스로 궁핍하다는 생각과 함께 심한 자괴감에 빠졌다. 그리고 '돈은 쓰기 위해 버는 것'이라는 자기합리화의 과정을 거쳐 OO카드 콜센터 직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용카드를 (가급적 빨리) 재발급 해주세요."

이렇게 행동수칙 2단계가 무너지고 말았다.


◇실현가능한 목표를 잡아라
 
정태우씨가 행동수칙 1단계에서 실패한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원인이 있지만 대표적인 것으로 뚜렷한 목표가 없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소비습관은 하루아침에 바꾸기 힘들다. 마약·담배·알콜 중독처럼 소비도 중독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따라서 한번에 무리하게 결심하는 것보다는 여러 단계를 거쳐 조금씩 개선하는 것이 좋다.

송승용 희망설계 이사는 "특별한 목적 없이 무조건 소비를 줄이려고 하거나 단기간에 너무 높은 목표를 설정하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면서 "2~3개월에 걸쳐 50만원의 종잣돈을 만들기 전까지 카드를 쓰지 않겠다는 식으로 작은 목표를 정해 소비절제를 시작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소비패턴을 파악하라

자신의 소비패턴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내 지갑을 열게 만드는 불필요한 지출은 없는지를 알아야 과소비 방지 처방을 내릴 수 있다. 소비패턴을 파악했다면 가장 지출이 많은 항목을 꼽아 별도의 통장을 만들어보자.

남자는 모임(술), 여성의 경우 쇼핑에 지출규모가 많다면 각각 '모임통장'이나 '쇼핑통장'을 만들어 관리하는 것이다. 만약 1년 동안 모임으로 쓴 비용이 300만원이라면 매달 지출항목 통장에 25만원씩 불입해 더 이상 추가 과소비가 나오지 않도록 관리해보자.

한달 동안 현금을 지갑에 넣고 다니는 것도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방법 중 하나다.

신용카드를 이용할 경우 지출의 흐름을 파악하기 힘들지만, 한달 용돈을 지갑에 넣고 다니면 돈을 쓸 때마다 현금이 줄어드는 것을 몸으로 느끼게 되므로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이밖에 가계부를 쓰는 것도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방법 중 하나다.

이영아 기업은행 PB고객부 시장분석전문가는 "과소비 앞에 장사 없다"면서 "많이 버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쓰는지가 더 중요하다. 버는 기술보다는 쓰는 기술에 더 신경을 써야 재테크에 성공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신용카드 탈출 위한 4가지 전략
 
신용카드의 장점은 쉽고 편리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 계획없이 쉽고 편리함만 찾다가는 적자인생을 영영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다시 말해 돈은 불편하게 써야 한다. '흑자생활의 법칙'의 저자 박종호 에듀머니 본부장이 제안한 신용카드 탈출을 위한 4가지 전략을 소개한다.

① 신용카드를 한번에 정리하기 어렵다면 6개월가량으로 기간을 나눠 조금씩 사용액을 줄여보자. 단 6개월 이내에 정리가 되지 않는다면 더 오랜 시간이 지나도 정리되지 않을 확률이 높다. 사고 싶은 것을 다 사면서 생활패턴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은 버려라.

② 불필요한 보험을 정리하자. 해약환급금으로 카드대금을 정리할 수 있다.

③ 소득공제는 체크카드나 현금영수증을 사용해도 충분히 받을 수 있다. 체크카드 통장을 급여통장과 따로 분리해 만들어두고 일주일 단위로 생활비를 이체해 사용하면 한달 생활비를 월초에 모두 써버리는 일을 막을 수 있다.

④ 단돈 몇만원짜리라도 6개월짜리 단기 적금을 수시로 가입하자. 목돈을 지출해야 할 일이 생길 때 신용카드 할부를 이용하고픈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