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전 회장은 지난달 25일 서울 서대문 농협중앙회 대강당에서 퇴임식을 가졌다. 차기 금융위원장으로 내정되면서 임기 4개월여를 남기고 물러난 것.
이전까지 만해도 농협금융 내부에서는 임기가 불과 4개월밖에 남지 않았음에도 차기 회장 인선작업을 서두르지 않았다. 앞서 임 전 회장의 연임 가능성에 관심이 쏠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 전 회장이 금융위원장에 내정되면서 농협금융이 차기 회장 선임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은 현재 외부 서치펌에 50여명의 후보를 압축하는 작업을 의뢰했다. 늦어도 다음 주에는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구성하고 본격적으로 차기 회장 선임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회추위는 총 5명으로 구성된다. 농협중앙회장이 추천한 1명, 이사회 추천 사외이사 2명, 이사회 추천 외부 전문가 2명이다. 회추위가 구성되면 외부 추천 인사들을 검토한 후 후보를 압축하고 면접 등을 통해 최종 후보자를 선정한다. 금융권에서는 정부와 네트워크, 전문성, 중앙회와의 소통 등이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회추위가 구성되지 않았음에도 현재 농협금융 안팎에서는 이미 여러 명이 하마평에 올랐다. 외부 출신으로는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과 기획재정부 1차관을 지낸 허경욱 전 경제협력개발기구 대사, 윤용로 전 KEB외환은행장, 이순우 전 우리은행장, 이동걸 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 이종휘 미소금융재단 이사장, 김용환 전 한국수출입은행장 등이 거론된다.
외부 출신으로는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의 차기 회장 선출 가능성이 높게 평가된다. 임종룡·신동규 전 회장이 모두 관료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 농협경제연구소 대표를 지냈고 농협의 신용사업·경제사업 분리의 윤곽을 마련했다는 점도 김 전 위원장이 차기 회장으로 유력하다는 주장에 힘을 더한다.
다만 김 전 위원장 본인은 차기 회장 자리에 관심이 없어 보인다. 그는 최근 사석에서 “농협금융 회장 후보 추천이 들어와도 회장 자리를 맡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공직자 취업제한이 이제 막 해제된 그의 입장에서는 민감한 농협금융 쪽이 아닌 상대적으로 조용히 지낼 수 있는 로펌행을 생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내부 출신으로 김주하 농협은행장이 유력하다. 이 외에 회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이경섭 농협금융 부사장, 김태영 전 농협중앙회 부회장 등도 물망에 올랐다.
금융권은 KB금융사태 이후 내부 출신 인사 발탁 분위기다. 최근 선임된 조용병 신한은행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김병호 하나은행장, 이광구 우리은행장, 박진회 씨티은행장 등이 모두 내부 출신이다. 김 행장이 임 전 회장과 함께 우리투자증권 인수를 추진하고 성사시킨 점 등은 차기 회장 선임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그러나 농협은 정부 정책자금을 받고 정부 정책 업무를 대행하고 있어 공기업 성격이 짙다. 전임 회장들을 봐도 차기 회장 선임 과정의 관건은 정부 의중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일각에서는 차기 회장 선출 과정에서 정부의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런 면에서는 내부 출신보다는 외부 출신이 차기 회장에 선임될 확률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