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의 정기주주총회 시즌이 마무리단계에 접어들었다.
올해 주총에서는 일부 보험사 사외이사가 겸직 논란으로 사퇴하기도 했지만 대부분 큰 문제없이 조용히 연임되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삼성생명 김정관 사외이사 사퇴 '해프닝'
보험사들의 주총은 지난 13일부터 시작됐다. 올해에도 보험사들은 사외이사 후보 구성원 중 관료 출신을 대거 영입하거나 재선임했다.
2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과 김준영 성균관대 총장을 신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윤용로 전 행장은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기업은행장을 거쳤다. 박봉흠 전 기획예산처 장관과 김정관 한국무역협회 상근 부회장도 재선임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중 김정관 부회장은 삼성생명 주총 직후 돌연 사퇴의사를 밝혔다. 삼성생명 주총에서 사외이사에 재선임된지 1주일여 만에 중도하차한 것이다. 삼성생명은 그의 사퇴에 대해 "일신상의 이유"라고 공시했다.
지난 2012년 6월 삼성생명의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됐던 김 부회장은 당초 올해에도 연임될 것으로 점쳐졌다. 그런데 지난해 3월 LG상사의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된 데 이어 지난 2월 한국무역협회 상근 부회장에 선임되면서 겸직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삼성생명의 주주인 KTB자산운용이 김 부회장 사외이사 선임에 대해 반대의결권을 행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KTB자산운용 관계자는 "김 부회장은 LG상사 사외이사뿐 아니라 한국무역협회 상근 부회장을 맡고 있어 삼성생명 사외이사를 할 수 없는 상태라고 판단했다"며 "관련 법률을 검토하고 의견을 제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법은 아니지만 지나치게 많은 기관의 임원을 맡을 경우 이사 직무에 충실하지 못할 것이 우려됐다는 것. 또한 상법상 사외이사 겸직 제한 규정을 위반할 가능성도 있다.
현행 상법 제542조의8 제2항 제7호에 따르면 '사외이사로서의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기 곤란하거나 상장회사의 경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
상법 시행령 제34조 제5항 제3호에서도 '해당 상장회사 외 2개 이상의 다른 회사 이사·집행임원·감사로 재임 중인 자'는 사외이사로 선임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가 형성되자 김 부회장이 삼성생명 사외이사직을 자진사퇴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번 김 부회장의 사외이사 선임 논란은 삼성생명이 그의 '중도퇴임'을 수용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김 부회장은 LG상사 사외이사직도 내놓기로 했다.
같은 날 삼성화재 주총에서는 전용배 삼성화재 부사장이 연임됐다. 이어 문효남 전 부산고등검찰청장과 손병조 전 관세청 차장, 윤영철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신동엽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등도 사외이사로 재선임됐다.
◆ 대부분 원안대로 통과
지난 20일에는 한화생명, 한화손해보험, 동부화재, LIG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의 주주총회가 열렸다.
이날 한화생명은 주총에서 차남규 대표이사 사장 재선임 안건을 의결했다. 이어 오재원 법무법인 세하 변호사를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하고 문성우 전 법무부 차관과 김병도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장을 사외이사로 재선임했다.
한화손해보험은 강창완 상무와 고명진 감사, 김성호·이종학 사외이사를 새로 선임했다.
고명진 감사는 금융감독원 보험감독국 팀장, 자산운용감독국 팀장, 소비자보호센터 팀장 출신이다. 김성호 사외이사는 서울지방국세청장 출신으로 조달청장,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냈다. 이종학 사외이사는 경인에너지 부사장, 한국국토개발 대표이사, 한화종합화학 대표이사를 지냈다.
같은 날 동부화재는 김정남 대표이사 사장 연임 안건을 의결했다. 이어 안종태 강원대 경영학과 교수를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하고 이수휴 전 보험감독원장, 박상용 법무법인 율촌 고문 등을 사외이사로 재선임했다. 이수휴 사외이사는 재무부 차관과 국방부 차관, 보험감독원장, 은행감독원장 등을 역임했다. 박상용 사외이사는 대통령 비서실 경제수석실 행정관, 공정위 사무처장 등을 지냈다.
LIG손해보험은 신용인 전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대표를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하고 강성태 사외이사와 박병영 감사를 재선임했다. 다만 박병명 감사는 해당임기 중 결산기 변경에 따른 임기조정 목적으로 일시 사임했다.
메리츠화재는 김용범 신임 대표이사 사장과 이범진 전무이사를 선임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이지환 카이스트 교수와 조이수 한동대학교 교수를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하고 정중영 동의대 교수를 사외이사로 재선임했다. 세 교수는 감사위원회 위원으로도 선임됐다.
롯데손해보험 주총에서는 금융감독원 출신 민안기 아이유플래너스 감사가 새로 선임됐다. 사외이사에는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을 지낸 이광범 법무법인 엘케이비앤파트너스 변호사와 정세창 홍익대학교 교수가 각각 신규 선임됐다.
코리안리는 박영렬 연세대 경영대 교수를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하고 장병구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부회장, 양희산 전주대 보험학 교수, 한택수 창조경제연구원 이사장, 권처신 전 한화손보 대표이사 등 3명의 사외이사를 재선임했다.
이로써 주요 보험사 주총은 거의 마무리단계에 접어들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올해는 대부분의 보험사들이 기존 대표 혹은 사내외 이사 및 감사를 연임하기로 결정했다"며 "성장보다는 생존 자체에 무게를 두다보니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 무난하게 재선임하고 넘어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편 오는 27일에는 교보생명, 현대해상, 동양생명 등의 주주총회가 개최된다. 대부분 원안대로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