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에 제출된 주요 시중은행 8곳(국민·신한·우리·하나·외환·기업·씨티·SC)의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외환(1억500만원), 국민(1억400만원), 신한·씨티은행(1억300만원), 하나(1억원)의 남자 직원 평균 연봉이 1억원을 넘었다. 또 SC(9900만원), 우리(9500만원)의 남자 직원 평균 연봉도 1억원에 근접했다. 기업은행은 8800만원이었다.
남자 행원의 평균 근속연수는 국민(21년11개월), 외환(19년6개월), SC(19년4개월), 우리(19년1개월), 기업(17년4개월), 하나(17년), 씨티(16년7개월), 신한(16년3개월) 순이었다. 이 가운데 지난 2013년보다 남성 평균 근속연수가 줄어든 곳은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이 각각 1개월 감소한 정도다.
또 시중은행들은 남자 행원의 평균 연봉과 근속연수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에 부응하기 위해 올해 신규 채용을 대폭 확대한다. 신한·국민·기업은행은 올해 채용 규모를 지난해의 2배로 늘린다고 발표했다. 하나·외환·우리은행도 채용 확대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여기에 내년부터는 법적 정년이 만 58세에서 만 60세로 늘어난다. 정년연장에 따른 부작용들을 줄일 대책들이 마련되지 않으면 은행으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상황에 처한다. 금융사 대부분은 능력과 상관없이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자동으로 오르는 호봉제를 채택했다. 이 같은 임금체계가 바뀌지 않고 정년만 연장되면 은행 입장에서는 인건비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게 뻔하다.
상황이 이렇자 시중은행들의 속이 바짝 타들어가고 있다.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면 수익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은행의 미래를 책임일 신입사원도 채용하기 힘들어진다. 정부의 채용 확대 방침 때문에 올해 신규 채용을 늘리기는 했지만 앞으로 더욱 커질 인건비 부담에 망연자실한 모양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의 방침을 따르지 않으면 이로울 게 없다”며 “수익성 개선에 활로가 없는 상황에서 비용을 줄이는 것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인데 가장 큰 인건비를 더 쓰라고 하는 것은 점점 굶어죽으라는 소리”라고 토로했다.
책임자급이 많은 항아리형인 시중은행의 구조도 문제다. 평균 연봉이 높은 고령·고직급 인원이 많아서 만들어진 구조다. 은행권은 수익성 악화와 인적 구조의 고령화로 기존 인력의 생산성이 떨어지는 점을 인식하고 자발적인 다이어트를 시도해야 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항아리형 인력구조를 고려할 때 희망퇴직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다만 이 경우 노사 합의가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또 이 관계자는 “일정 연령이 되면 임금을 삭감하는 대신 정년은 보장하는 임금피크제를 적극적으로 보편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