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경쟁력을 가르는 핵심이 반도체에서 전력과 전력망으로 확장되고 있다. 아무리 많은 GPU를 확보해도 24시간 가동할 전력과 송전망이 없다면 데이터센터를 늘릴 수 없기 때문이다. IEA(국제에너지기구)는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2024년 415TWh에서 2030년엔 945TWh로 두 배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본다. 한마디로 AI 전선이 전력 확보 경쟁으로 비화하고 있단 얘기다.
이에 따라 최근 뜨고 있는 벤처 분야가 있다. 에너지 테크(Energy Tech)가 바로 그것. 배터리에 전기를 저장하는 ESS, 송전망의 실제 가용 용량을 실시간 산정하는 DLR(동적 송전용량 산정), AI 기반 에너지관리시스템(EMS), 가상발전소(VPP), 마이크로그리드 등이 대표적이다. 전력의 생산·저장·전송·소비 전 과정을 디지털 기술로 연결해 제한된 전력 인프라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겠다는 분야다.
이에 따라 최근 뜨고 있는 벤처 분야가 있다. 에너지 테크(Energy Tech)가 바로 그것. 배터리에 전기를 저장하는 ESS, 송전망의 실제 가용 용량을 실시간 산정하는 DLR(동적 송전용량 산정), AI 기반 에너지관리시스템(EMS), 가상발전소(VPP), 마이크로그리드 등이 대표적이다. 전력의 생산·저장·전송·소비 전 과정을 디지털 기술로 연결해 제한된 전력 인프라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겠다는 분야다.
무엇보다 성장 속도가 빠르다. BloombergNEF에 따르면 세계 ESS 신규 설치량은 2023년 45GW에서 2025년 112GW·307GWh로 불과 2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었다. 특히 2025년 설치량은 전년보다 48% 증가했다. 스마트그리드 시장도 Fortune Business Insights에 따르면 2025년 약 610억 달러, 2034년에는 2,456억 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다.
급성장 배경은 세 가지다. 첫째는 AI 데이터센터다. AI 연산은 막대한 전력뿐 아니라 순간적인 부하 변동까지 일으키기 때문에 단순히 발전소를 더 짓는 것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남는 전력을 저장하고 피크 시간에 방전하면 순간적인 부하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
둘째는 태양광·풍력 확대다.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달라지는 재생에너지 비중이 커질수록 전기를 시간대별로 이동시키는 저장 장치와 실시간 계통제어 기술이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셋째는 송전망 건설 속도다. AI 데이터센터 수요는 급증하는데, 송전선은 인허가와 주민 반대 때문에 수년에서 10년 이상 걸리기 일쑤다. 결국 기존 전력망을 효율적으로 쓰는 기술이 현실적인 대안인 셈이다.
그럼 대표기업들은 어디인가. 우선 폼 에너지(Form Energy)를 꼽는다. 최대 100시간 전력을 저장할 수 있는 철-공기 배터리를 개발해, 장주기 ESS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는 벤처다. 또한 호주의 스위치딘(SwitchDin)은 가정과 기업에 흩어진 태양광·배터리 등 분산에너지 자원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통합 제어했고, 미국의 그리드유니티(GridUnity)는 발전·ESS 프로젝트의 복잡한 전력망 접속 절차를 소프트웨어로 자동화하고 있다. 특히 2023년 설립된 미국 베이스파워(Base Power)는 가정에 대용량 배터리를 설치하고 이를 전력망 안정화에 활용하는 사업모델로 급성장한 업체다. 2026년 8월 10억 달러를 추가 유치해, 기업가치 130억 달러의 데카콘 반열에 올라섰다.
이들의 공통점은 단순히 전력 설비를 더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장주기 저장, 분산 전원 통합제어, 계통접속 자동화 등 새로운 기술로 기존 전력 시스템의 병목을 완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AI와 에너지 산업에 대한 파급효과도 크다. ESS는 전력 수요가 몰리는 시간대의 부담을 낮추고, 태양광·풍력의 남는 전력을 저장해 재생에너지 활용도를 높인다. 스마트그리드와 VPP는 분산된 전력자원을 실시간으로 조절해 기존 전력망의 활용도를 높인다. 결국 에너지테크는 발전소와 송전망을 무조건 늘리는 방식에서 벗어나 기존 전력 시스템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하게 하는 기술인 셈이다.
물론 한계도 있다. ESS는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원이 아니라 시간적으로 이동시키는 장치이며, DLR도 송전망 자체의 부족을 완전히 해결하지는 못한다. 배터리 화재·수명·원재료 확보, 장주기 ESS의 높은 초기비용, 전력망 디지털화에 따른 사이버보안 위험도 남아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반도체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고 AI 데이터센터 투자도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수도권 등 데이터센터 수요가 집중되는 지역에서는 전력망 확충과 계통접속이 제약요인이다. 따라서 AI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첫째, DLR 기술을 국내 송전망에 시범 적용해 기존 선로의 여유용량을 찾아내고 계통 접속 대기를 줄여야 한다.
둘째, 데이터센터와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 간 직접 전력구매계약(PPA)이 활성화되도록 망 이용·요금체계를 정비해야 한다. 셋째, ESS·VPP의 전력시장 참여와 보상체계를 개선해 민간투자를 끌어들이고 국내 에너지테크 생태계를 키워야 한다.
결국 반도체에서 확보한 우위를 전력망 병목이 갉아먹지 않도록, 제도 지연이 AI 경쟁력의 발목을 잡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AI 시대의 전력 패권 경쟁에서 반드시 준비해야 할 전략이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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