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30일 판문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로이터=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 시간) 한미 연합훈련의 대폭 축소를 지시한 데 이어 17일에는 북미 대화가 어느 단계에 있는지에 대해 "매우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화 제의에 응답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그렇다"고 했다. 하지만 언제, 어떤 경로로, 무슨 내용의 답변이 왔다는 것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실제 북미 간 물밑 접촉이 깊숙이 진행 중인지도 현재로선 불분명하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에 다시 시동을 걸려는 의도는 분명해 보인다. 미국과 이란이 종전 양해각서(MOU)를 토대로 설정한 60일간의 협상 시한이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난 데다, 11월 3일 중간선거도 7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장기화하는 이란전으로 미국 내 피로감과 비판 여론이 커지는 상황에서 북미 대화를 새로운 외교적 돌파구로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대통령에게 이란 비핵화 노력에 동참할 의향을 물었지만 사양했다"며 '이란 비핵화 비협조' 문제를 지목한 것도 이런 포석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가 안보와 통상, 투자 등 성격이 다른 현안들을 한데 묶어 상대를 압박하는 '이슈 연계' 전술을 자주 구사해 왔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에서 미국 유권자에게 내세울 만한 성과를 얻기 위해 관세와 대미 투자, 쿠팡 문제는 물론 이란전에 필요한 탄약·방공무기·소해정 지원이나 비용 분담까지 압박 카드로 꺼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특유의 '거래적 동맹관'으로 볼 때 8월 말이나 9월 초로 예상되는 1차 대미 투자 사업이 미국 측 요구에 얼마나 부합하느냐에 따라 한미 관계의 기류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한미 동맹의 현주소는 뭔가 '찜찜한' 형국이다. 그럴수록 정부는 한미·북미·남북 관계가 복잡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상황에서 어느 때보다 치밀하고 전략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무엇보다 한미 연합훈련 축소가 대북 억지력과 연합 방위 태세의 약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미국 측과 훈련 규모와 방식, 보완책을 긴밀히 협의해야 한다. 이 대통령은 18일 "전시작전권의 임기 내 환수를 당초 정부 계획에 따라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한다"며 원자력추진잠수함 사업에도 속도를 내라고 주문했다. "우리 스스로를 지킬 역량이 차고 넘친다"며 한국이 세계 5위권 군사력과 글로벌 4강 수준의 방산 역량을 갖췄다는 점도 강조했다. 자주국방 역량을 키우는 것은 당연하지만 연합훈련 축소에 별 이견이 없으며, 대비 태세 변경을 용인하거나 대체할 수 있다는 뜻으로 비쳐서는 곤란하다.

북한은 핵·미사일 능력을 계속 고도화하는 동시에 러시아에 대규모 병력을 보내고 미사일과 탄약을 제공하며 현대전 경험까지 축적하고 있다. 이런 현실을 외면한 채 대화 분위기 조성만을 앞세운 일방적 유화책이나 북한의 상응 조치 없는 훈련 축소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미국에 분명히 전달해야 한다. 북미 대화가 재개되더라도 북핵 문제의 직접 당사자인 한국이 배제되지 않도록 제도적 협의 틀을 확보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