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작업은 각 신경 조직체가 분해됐다가 다시 하나의 유기체로 변화하는 과정인데요. 먹과 잉크를 활용해서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제 작업이 시각적으로 독특하다보니 미디어를 활용한 영상작업으로 풀어낸 경우도 있었는데요. 그때 보신 분들 중에선 ‘이 작업으로 도대체 뭘 보여주려 하느냐’고 묻는 일도 있었어요."
인간의 몸은 생물학적, 화학적으로 각 세포와 조직들이 서로 긴밀한 영향을 주고 받는다. 이는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적 구조들과 매우 흡사하다.
이동엽 작가의 작품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얼마나 긴밀한 유기적 관계를 이루고 있는지를 섬세한 펜 작업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는 그가 갖고 있는 생명에 대한 경외감의 회화적 표현이기도 하다.
작업은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출발한다. 그는 인체 단위를 세포로 쪼개 조합하거나 변형하는 방법으로 그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유기체’를 구현하고 있으며, 뼈와 피를 포함한 인체를 이루고 있는 각 기관들은 작가의 작품 안에서 무한히 분열하고 또 확장한다.
"초기작은 추상적인 형태였는데 지금은 그래도 어느 정도 형태를 갖춘 생물의 형상을 하고 있죠. 제 조형의 기본단위는 뼈입니다. 저는 셀(Cell)이라고 부르는데요. 각 셀들이 주변 셀(cell)과 네트워킹을 통해 끝없이 확장되는 모습을 표현하고 있어요. 작업 자체가 펜으로 선 하나하나를 그려 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고도의 집중을 필요로 합니다.
그는 작업을 하면서 수용성 잉크와 먹을 사용하기에 마르는 시간 동안의 변화를 잘 관찰하고 중간중간 또 다른 추가적 표현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일단 작업을 시작하면 오래 시간 자리를 떠나지 못한다고.
한편 유기체를 지향하기 때문일까. 그의 작품들은 언제나 과거보다는 미래를 향하고 있다. 이에 작가는 진화를 통해 우리를 새롭고 낯선 곳으로 안내한다.
이동엽 작가는 고려대학교 미술교육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