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비슷한 사례가 지난 7월 미국에서도 있었다. 미국 뉴욕 시에서 폐렴의 원인이 되는 레지오넬라균 감염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시 보건당국에 비상이 걸린 바 있다.
지난 7월 10일부터 뉴욕 사우스 브롱크스 지역에서 레지오넬라병이 집단 발병해 이날 71명의 감염이 확진됐고 이 중에서 4명은 사망했다. 사망자는 모두 폐 질환을 앓았던 사람들로 파악됐으며 이례적으로 빠르게 감염자가 늘어났었다.
특히 레지오넬라균은 세균성 폐렴이 발생하는 원인의 20%를 차지하는 세균으로 폭 0.3-0.9㎛, 길이 2- 20㎛의 막대기 모양을 한 박테리아의 일종이다. 주로 호텔, 종합병원, 백화점 등의 대형 빌딩의 냉각탑, 수도 배관, 배수관 등의 오염수에 서식하다 공기를 타고 전파돼 폐렴, 독감 등을 일으킨다. 25~42℃ 정도의 따뜻한 물을 좋아해 자연적이거나 인공적 급수 시설에서 흔히 발견되며 여름에는 에어컨의 냉각수에서 급번식한다.
건물 냉방기의 냉각탑수나 배관시설의 오염된 물에 있는 레지오넬라균이 호흡기를 통해 몸속에 들어와 발병하는 레지오넬라병은 2~12일 가량의 잠복기를 거쳐 감기처럼 목이 붓고 고열·설사·오한·두통·구토 등의 증세를 보이며 심한 경우는 쇼크와 출혈, 폐렴 등으로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다. 레지오넬라병은 사람 간에 감염이 전파되는 감염병은 아니지만 면역 기능이 떨어진 사람에게서 발생률이 훨씬 높게 나타난다.
미국 뉴욕시 보건당국의 조사에서 브롱크스의 17개 건물의 냉각탑 가운데 5개가 레지오넬라균에 양성 반응을 보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중 어느 것이 세균을 직접적으로 전파시킨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당국은 일단 식수가 아닌 냉각탑수를 오염원으로 봤다.
지난 1976년 미국 필라델피아 한 호텔에서 열린 '재향군인(레지오네르)의 모임'에서 레지오넬라균에 감염된 환자가 200여 명 발생해 34명이 사망했으며 이후 미국 질병통제센터(CDC)가 이를 레지오넬라병이라고 명명하였다. 국내에서는 지난 1984년 서울 고려병원 중환자실에서 23명이 병실 냉방기를 통해 레지오넬라균에 감염되어 4명이 숨진 바 있다. 지난 2001년 스페인에서는 400명 이상이 감염됐는데 이는 가장 큰 규모의 발병 사례다. 당시에도 냉각탑수의 오염이 원인이었다.
이번 '건국대 집단 폐렴'과 관련 현장 역학조사반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49명의 원인미상 호흡기질환 환자는 모두 동물생명과학관 건물에서 근무하던 사람들로서 최근 1주일 사이 집중적으로 발병한 점으로 보아 해당 건물과 관련된 공통적 요인에 의한 집단 발생으로 추정된다.
발병 원인의 규명을 위하여 환자 및 건물내 환경 검체를 채취해 세균 및 바이러스 검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특이한 소견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또 방역당국은 의심환자에 대한 감염성 바이러스·세균에 대한 검사에서 음성 반응이 계속 나오자 실험실 내 독성물질이 원인일 가능성에도 무게를 두고 조사를 계속하고 있다.
환자 주위 사람 중 감염자가 나오지 않고 있으며 환자들 대부분이 실험실 근무자라는 점 역시 집단 발병의 원인이 살아있는 바이러스·세균이 아니라 독성물질일 것이라는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메르스 때처럼 기존에 알려진 것만 믿고 안이하게 대처한다면 메르스 때의 시행착오를 다시 겪게 된다. 그렇지 않기 위해서는 어떠한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두고 과거의 사례를 바탕으로 면밀히 조사를 해야 확실할 원인 파악과 동시에 감염자를 낮출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