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끊임없이 상대를 활용하다가 마지막 결정적인 순간에 젖히기로 승부를 보는 경륜. 냉정한 승부의 세계인 종목이다 보니 선수들이 다소 계산적이고 이기적일 것이라는 편견이 있다. 하지만 칼 같은 경쟁 속에 의리와 동료애를 발휘하는, 뛰어난 인맥관리로 기복 없는 성적을 거두는 선수들도 있다. 자제할 수 없는 이기심이 선수 생명을 앗아가는 치명적인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페어플레이 못지않게 동료애 또한 중요한 선수 덕목이다.
벨로드롬에서 인맥관리를 잘하는 선수는 누가 있을까.
먼저 '충청권 간판' 김현경은 전국팔도에 안 친한 선수가 없다는 평이다. 인맥으로 치자면 '지존급'이다. 경륜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현경은 선배에겐 늘 깍듯하면서도 평소 자신을 어려워하는 후배들이나 비선수 출신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스타일이다. 동갑내기 선수들과는 다소 터프한 표현도 서슴지 않으면서도 빠른 친화력을 자랑한다. 각종 경조사를 챙기는 것은 물론 경주 매너도 좋다. 따라서 자신의 훈련지역인 유성(대전)은 물론 경상권과 호남권까지 연대가 활발한 대표 선수다. 한 마디로 적이 없는 선수다.
김현경이 오지랖 넓은 상남자 스타일이라면 배민구는 착한 선수로 꼽힌다. 경쟁 상대인 다른 지역 선수들조차 엄지를 추켜세울 정도로 심성이 곱고 더 나아가 여리다는 평이다. 경기 중 매너도 깔끔하다. 외모 또한 귀여워 선수간 인기가 대단하다.
최근 '수도권 황태자'로 떠오른 정종진이나 '경북의 희망' 류재열도 배민구와 마찬가지. 성적이 빼어나면 뒷말도 무성하나 자세나 태도가 늘 한결같다는 후문이다.
늘 웃음을 간직한 인치환은 경륜선수동 경비원들까지도 칭찬이 자자하다. 겸손한데다 인사성이 밝고 상대를 기분 좋게 해 '벨로드롬의 사이다'로 통한다. 실제 인치환은 경기 중 호쾌한 자력 승부로 일관하나 설사 역전을 허용했더라도 나쁜 표정을 짓지 않는다. 승부에서 밀리더라도 남의 탓을 하지 않는 깔끔한 매너의 소유자다.
봉사의 정신으로 무장한 선수도 있다. 강축(유력선수)이 챙겨줬을 때 후미나 내외선을 철저히 견제해 앞서가는 선수를 편안하게 해주는, 주로 마크형 선수들이다. 주인공은 '2착 전문'인 문희덕, 조성래, 이용희, 김종력 등이다. 2착에 만족하는 경우가 많지만 강축들이 뒤를 맡길 만큼 서로간 신망이 두텁다고 할 수 있다.
한 경륜 관계자는 "평소 다른 선수를 잘 챙기고 배려하는 선수들이 기량 외적인 배경으로 좋은 경기력을 보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