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은 조선업계에 전운이 감돈다. 국내 빅3 조선업체 노조는 구조조정에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냈지만, 현실적으론 딱히 문제를 해결할 묘안이 없어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1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최근 3사 노조는 사측에 각기 다른 협상안을 제시하며 임단협에 나섰다.
강경입장을 고수 중인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지난 3월 말에 총고용보장과 제도개선을 통한 임금인상, 하청노동자 처우개선, 개인연금보험 재가입 등을 골자로 하는 안을 내놨다.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기 전 얘기다.
하지만 채권단과 정부가 회사측에 새로운 자구안을 요구함에 따라 노조가 발끈한 상태다. 대우조선 노조는 “그동안 아무런 대책과 노력도 없었던 정부가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며 “이런 구조조정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주장을 폈다. 그렇다 해도 대우조선해양은 사실상 정부가 목줄을 쥔 상태여서 입장변경이 어렵다.
한술 더 뜬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4일 울산 본사에서 올해 임단협을 위한 출정식을 열고 파격적인(?) 요구안을 발표했다.
올해 요구 내용은 노조의 사외이사 추천권 인정 및 이사회 의결 사항 노조 통보, 징계위원회 노사 동수 구성, 전년도 정년퇴직자를 포함한 퇴사자 수만큼 신규사원 채용, 1년에 1회이상 노조가 요구한 우수 조합원 100명 이상 해외연수기회제공 등이다. 여기에 호봉 승급분을 별도로 한 임금 9만6712원 인상과 직무환경 수당도 올려달라는 내용과 함께 성과급을 지급하고 성과연봉제를 폐지하는 안도 제시했다.
그러나 회사는 지난 9일 사무직 과장급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으며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아울러 391개에 달하는 부서를 통폐합해 305개로 20%가량 줄이고, 비핵심자산 매각 작업도 진행 중이다.
이에 현대중공업 노조는 "희망퇴직은 사실상 권고사직인 만큼 부당한 구조조정에 맞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렇지만 삼성중공업은 비교적 현실적 대안을 내놔 주목된다. 고용보장을 조건으로 임금동결 카드를 꺼낸 것. 회사는 지난해부터 정년퇴직과 상시 희망퇴직을 통해 인원을 1000여명 줄여왔다. 게다가 최근 채권단과 정부가 강화된 자구안을 요구하자 이에 노조가 고통분담에 나선 모양새다.
삼성중공업 노조는 “일감이 부족해지며 고용이 흔들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기본급을 동결하더라도 고용을 지키는 게 급선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조선업계 관계자는 “가장 시급한 건 비효율적인 조직을 효율적으로 간소화 하는 것”이라며 “전성기 때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위해선 모두가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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