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13년 폭스바겐 티구안을 구입한 A씨. 당초 국산 SUV 구입을 고려했지만 구입하려 했던 모델에서 누수 논란이 발생하며 눈을 돌렸다. 합리적인 가격에 뛰어난 연비, 상시4륜 구동력까지 갖춘 티구안은 그에게 매력적인 자동차였다.
그로부터 3년여가 지난 현재, 티구안은 A씨에게 골칫덩이로 전락했다.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이후 자동차를 타고 나가면 눈치가 보인다. 빨리 리콜이 진행돼 눈치보지 않고 자동차를 타고 다니고 싶은데, 리콜소식은 지지부진하다. 여기에 뉴스 곳곳에서는 폭스바겐 딜러사들이 대거 이탈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A씨에게 자동차를 판매한 딜러사 아우토플라츠는 최근 “고객에게 걱정을 끼쳐드려 죄송하다”는 문자를 보냈다. 이 문자에는 “고객의 권리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차량에 대한 애프터서비스에 있어서도 한치의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는 내용이 담겼지만 A씨의 화만 북돋웠다.
A씨는 “판매가격에 AS에 대한 비용이 포함된 건데,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하겠다는 언급은 하나도 없었다”며 한탄했다.
◆정부-폭스바겐 씨름에 말라가는 오너들
지난해 10월 폭스바겐 디젤게이트가 발발하면서 가장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은 기존 폭스바겐 자동차를 사용하던 사람들일 것이다. 정당한 절차를 통해 제값을 주고 자동차를 구매했음에도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와함께 중고차 가격은 폭락하고 있다. 22일 중고차 전문 쇼핑몰 SK엔카닷컴에 따르면 폭스바겐그룹 배출가스 조작 파문이 벌어진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7월까지 홈페이지에 등록된 폭스바겐 브랜드의 연식별 주요 차종 매물을 조사한 결과, 폭스바겐의 중고차 시세는 평균 11.9%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아우디(7.6%), BMW(7.6%), 벤츠(8.5%)의 평균 시세 하락률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산차와 비교하면 이 차이는 더욱 커진다.
미국에서는 문제 차량에 대한 재매입이나 구체적인 보상안 등이 현실화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소비자 배상과 관련해서는 언급되는바가 없는 현실이다.
또한 현재 배출가스 조작에 대한 해결책은 전무한 채 정부는 ‘인증조작’에 포커스를 맞추고 폭스바겐을 압박하고 있다. 폭스바겐의 무성의한 대책에 대한 압박으로 풀이되지만 소비자에 대한 보상책은 전혀 언급되지 않은 채 과징금에만 주의가 집중되고 있다는 점은 아쉬울 따름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실질적 피해자인 소비자까지 압박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폭스바겐 소유주들을 겨냥한 듯 내년 상반기부터 리콜을 이행하지 않은 경유차 소유주는 자동차 정기검사를 받을 때 불합격처리를 받아 차량운행이 불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을 내놨다.
A씨는 “환경오염을 막아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리콜방안에 대한 내용도 확정되지 않은 시점에서 차량 소유주에게 잘못이 있는 것처럼 몰아가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차량에 문제가 있다는데 리콜을 받지 않는 사람이 어디있겠냐”며 “소비자에게 피해가 없도록 리콜을 실시하고 만일 리콜로 인한 피해가 발생한다면 당연히 그에 상응하는 보상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