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브랜드 ‘블라인드리즌’은 이렇게 알려지지 않았던 이야깃거리도 풍성하다. 구성원 관련 내용은 이 브랜드 팬들에게 꽤 의아할 수도. 그도 그럴 것이 산업 디자이너나 나이 지긋한 국내 장인과는 좀처럼 연결이 어려운 패션을 선보여왔기 때문이다.
블라인드리즌의 패션 아이템은 가죽 재킷과 실버 주얼리로 대표된다. 흔히 말하는 바이크 라이더 스타일로도 보이지만 실제 범위는 훨씬 넓다. 80~90년대 얼터너티브 록음악의 자유분방하면서도 정제된 이미지까지 표현하는 한편, 완성도는 명품을 지향한다는 게 창업자 이재명 대표(38)의 설명이다.
승부수는 역시 장인들 손에서 세밀하게 나오는 고난도 세공과 봉제. 특히 세공은 실버 주얼리 뿐만 아니라 가죽재킷의 각종 부자재 및 장식에도 필수다. 그래서 단순히 ‘영미권 젊은이 스타일’을 넘어서 ‘명품-하이엔드’라는 표현이 붙는 것이다. 수십만원에서 백만원대, 소재에 따라서는 500만원이 넘는 고가의 근거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장인들의 역량이 해외 명품 장인들만 못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 역량을 펼칠 브랜드를 못 만나서 오랜 세월 ‘시장표’를 만들었을 뿐이죠. 이 선생님들과 함께라면 어떤 대형 브랜드와도 경쟁할 자신이 있었습니다.”
본인은 손사래를 치지만 이재명 대표의 전문성 역시 시선을 확 끈다. 삼성디자인스쿨(SADI) 수료와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 사용자경험(UX) 디자이너 등 굵직한 경력을 갖췄다. 삼성전자 입사 7년여만인 2011년 자리를 박차고 나온 이유는 패션 브랜드 창업에 대한 열망으로 요약된다.
퇴사 후 동대문·성수동(의류), 종로(주얼리) 등을 문지방 닳듯이 돌아다니며 장인들을 영입하는 한편 디자인은 직접 맡았다. 서로의 전문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체계인데, 장인들에게 전달할 고급 소재 선정 역량도 이 대표의 강점으로 평가 받는다. 완성도에 대한 원칙과 고집은 명품 브랜드가 되겠다는데 방점이 찍혀있다.
사업 초기 직접 유럽에 건너가 판매해 본 실버 주얼리가 현지 인기상품 반열에 오르자 자신감은 더욱 커졌다. 지난 2012년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 ‘카페24’를 통해 국문과 영문 쇼핑몰을 선보이면서 지금의 블라인드리즌이 완성됐다.
이 대표와 장인, 온라인 채널 등의 시너지는 글로벌에서 의미 깊은 파장을 일으켰다.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무려 8배 뛰었고, 이중 해외 비중은 80%를 웃돈다. 영미권에 뿌리를 두고 한국에서 만든 패션임에도 불구하고 중국, 대만, 홍콩 등 중어권 고객들의 구매율도 급증세다.
“블라인드리즌이 일부 마니아만의 브랜드라는 인식은 이미 과거가 됐습니다. 완성도에 대한 입 소문이 고객 층을 일반 대중까지로 확산시켰죠. 패션 트렌드를 이끄는 대중문화 아티스트들에게도 선호 브랜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국내에서도 블라인드리즌 팬들에게 반가운 소식도 들려왔다. 내달 서울시가 주최하는 서울패션위크 무대에 블라인드리즌의 컬렉션이 오른다. 서울 청담동의 사무실과 쇼룸이 패션쇼 준비로 분주한 가운데 단골들의 응원 목소리가 크다.
올 연말에는 유럽 명품 브랜드들이 사용하는 이탈리아의 유명 원단과 부자재를 도입할 예정이다. 평소 블라인드리즌을 주목해 온 원단 사업자가 지구 반대편의 이 대표에게 최근 직접 연락해왔다. 브랜드의 글로벌 인기가 글로벌 제휴를 부른 셈이다.
“작은 브랜드도 명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좋은 소재와 기술 기반의 완성도 구현이 관건이죠. 완성도가 만족스럽지 않아서 수천만원 상당 상품을 폐기한적도 있지만 후회하지 않습니다. 더 많은 한국 장인 선생님들과 명품을 만들어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