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세환 회장이 이끄는 BNK금융지주호가 암초에 부딪혔다. 지난해 말 부산 해운대 엘씨티(LCT) 특혜대출 혐의에 이어 최근엔 주가조작 혐의로 BNK금융 임원들이 또다시 검찰 수사를 받게 된 것.
불행 중 다행인 점은 금융당국이 성 회장의 주가조작 혐의점을 찾지 못한 사실이다. 금융당국은 성 회장을 제외한 일부 BNK금융 경영진만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그러나 검찰수사가 전방위적으로 진행된다면 앞으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측하기 힘들다.
설령 성 회장이 불공정행위 혐의에서 자유롭다 하더라도 이번 사태와 관련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혹여 주가조작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형사처벌은 면할 수 있지만 금융당국을 비롯해 BNK금융 이사회로부터 제재를 받을 수 있다. 한때 잘 나가던 BNK금융이 왜 이렇게 ‘바람 잘날 없는 나날’을 보내는 걸까. BNK금융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을 살펴봤다.
◆검찰 본격 수사, 성 회장 운명은?
지난해 1월6일. 유상증자 추진으로 전날 3% 이상 떨어진 BNK금융 주가가 상승세로 전환해 이틀 새 2%가량 올랐다. 주가상승 영향으로 BNK금융은 투자자로부터 더 많은 자금을 끌어올 수 있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BNK금융의 주가상승은 BNK금융 경영진의 부탁을 받은 외부인사 16명이 주식을 집중 매수한 영향이 컸다.
부산은행으로부터 300억원의 대출을 받은 외부인사가 30억원어치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들인 것. 특히 이 중 4명은 특혜대출 논란을 빚어 검찰수사를 받던 엘씨티 시행사 임원이었다. 불공정거래 혐의를 포착한 금융당국은 BNK금융 경영진이 최근 불법 시세조종을 했다는 의견과 함께 이번 사건을 검찰에 이첩했다.
검찰은 금융당국으로부터 넘겨받은 주가조작 혐의에 대해 이달부터 본격 수사에 나선다. 부산지검 특별수사부(임관혁 부장검사)는 한 언론사를 통해 “주가조작 관련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며 “현재 엘시티 특혜대출 건 등을 수사 중인데 이를 마무리한 후 (주가조작 혐의 등을) 본격 수사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금융권은 일단 검찰수사 결과에 주목한다. 검찰수사를 토대로 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리느냐에 따라 성 회장의 운명이 갈릴 수 있어서다. 만약 주가조작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이에 연루된 BNK금융 경영진은 줄줄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나아가 성 회장도 현직을 유지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주가조작과 편법대출 등 불공정거래행위가 적발되면 금융회사(은행) 최고경영자는 검찰수사와 별개로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에 회부될 수 있다. 제재수위는 기관의 경우 영업정지, 개인은 파면까지 가능하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머니S>와의 전화통화에서 “(불공정거래행위 적발 시) 경영진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며 “감독당국뿐 아니라 해당 금융회사 이사회에서도 논의를 거쳐 (최고경영자를) 제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금융회사의 경우 앞으로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 힘들다”며 “수사결과가 나오면 제재 여부를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남은행 인수, ‘승자의 저주’ 우려
지방은행 1위로 올라선 BNK금융이 어쩌다 주가조작 논란에 휘말렸을까. 무리한 경영확장과 리스크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2011년 BNK금융 설립 이전까지만 해도 부산은행과 대구은행은 순위경쟁 다툼을 벌인 경쟁사였다. 1967년 지방은행 중 가장 먼저 출범한 대구은행은 2005년까지 자산과 매출 등 모든 면에서 부산은행을 앞섰다. 하지만 대구은행(DGB금융지주)은 이후 1위 자리를 부산은행에 빼앗겼고 지금까지 선두자리를 탈환하지 못했다.
순위 변동 캐스팅보트는 2014년 매물로 나온 경남은행에 있었다. 만약 대구은행이 경남은행을 인수하면 부산은행은 간신히 탈환한 지방은행 1위 자리를 다시 대구은행에 빼앗길 처지였다. BNK금융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인수가격 1조2000억원을 써내 결국 경남은행을 품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승리의 여신은 계속 BNK금융 편에 서지 않았다. 금융권에선 BNK금융의 무리한 확장정책이 이번 주가조작 사태를 불러온 것으로 본다. 부산은행의 2013년 자산성장률은 8%대에 달했다. 당시 경쟁은행 자산성장률은 2~3% 수준이었다. 이후 2014년 경남은행과 지난해 BNK자산운용을 인수하면서 덩치는 더욱 커졌다. 문제는 자본비율이다. 자산이 빠른 시기에 급속도로 커지면 자본비율을 맞추는 데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게다가 국제적 은행 자본규제인 바젤III 시행에 따라 2019년 1월부터 BIS기준 자기자본비율 13.00%, 기본자본비율 11.00%, 보통자본비율 9.50%로 맞춰야 한다. BNK금융은 경남은행 인수 직전인 2014년 3분기 말 보통주자기자본비율이 9.32%였는데 2015년 말 7.30%로 뚝 떨어졌다. 결국 주가를 끌어 올리기 위해 유상증자까지 시도했는데 이마저도 생각처럼 되지 않았다.
악화된 금융환경도 한몫했다. BNK금융이 경남은행을 인수한 시기인 2014년부터 기준금리가 연달아 내리막을 탔다. 2014년 8월 연 2.25%인 기준금리는 이듬해인 2015년 6월 연 1.50%, 지난해 6월 1.25%로 떨어졌다. 이후 지금까지 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일반적으로 기준금리가 하락하면 국내 금리도 떨어져 은행의 절대적인 수익기반인 예대마진이 줄어든다.
여기에 이장호 전 BS금융지주(현 BNK금융) 회장이 금융당국의 압박을 받아 물러난 것도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이른바 CEO 리스크에 경영이 휘청거린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BNK금융이 경남은행 인수 이후 기준금리가 계속 하락했고 금융영업 환경도 좋지 않았다”며 “무리한 경영확장과 리스크관리 부재로 승자의 저주에 걸린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라고 귀띔했다.
이와 관련 BNK금융은 공식적인 표명을 꺼리면서도 이번 주가조작 혐의에 대해선 인정하지 않았다. BNK금융 관계자는 “검찰수사 중인 사안이어서 공식입장을 내놓기 부담스럽다”면서도 “다만 7000억원 유상증자에 성공했는데 고작 30억원 때문에 (주가)시세를 조작한다는 건 현실과 맞지 않아 보인다”고 해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7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