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빈 중국 항공사 출국 수속. /사진= 뉴스1 김명섭 기자

'중국 소비자의 날'인 오늘(15일)을 기점으로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가 본격화됐다. 이날부터 중국의 모든 여행사들은 한국 단체관광 상품 취급을 전면 중단했다. 관광, 유통 등 관련업계는 이날이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항공업계, 한중 노선 운항 감축

중국 당국은 지난 2일 각 여행사에 지침을 내려 한국으로 가는 단체관광 상품, 인센티브 관광 상품, 크루즈 여행 상품을 모두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개별 관광객을 위한 상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여행사도 포함되면서 한국 방문객의 60%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개별 관광객인 싼커 방문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당국이 사실상 한국 관광 자체를 금지한 것이다.
한국 여행을 원하는 중국인은 주중 한국대사관에 개별 비자를 신청하고 항공권이나 숙박 등을 직접 예약해야 한다.

이에 따라 국내 항공사들도 중국 운항 횟수를 줄인 것으로 파악됐다. 대한항공은 오늘(15일)부터 다음달 23일까지 전체 중국 운항편의 6.5%를, 아시아나항공은 이날부터 다음달 30일까지 베이징에서 청주 운항을 중단하는 등 90편을 줄이기로 했다.

◆완후이 표적 우려에 국내 기업 긴장감 고조

무엇보다 중국 소비자의 날인 이날은 국내 관광업계뿐 아니라 현지에 진출한 국내 유통업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날은 ‘외국기업의 저승사자 프로그램’이라고 불리는 중국 관영 방송사 CCTV의 <3.15 완후이(晩會)>가 방영되는 날이다.


중국 CCTV는 이날 오후 8시(한국시간 오후 9시)에 '3.15 완후이'를 방영할 예정이다. 이 방송은 CCTV와 정부 관계부문이 함께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해 마련한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정부의 입김이 상당하다. 중국 CCTV는 매년 중국 ‘소비자의 날’ 특정 외국기업을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 '3.15 완후이'의 제물로 삼아왔다.

아직까지 어떤 기업들이 3.15 완후이에 언급될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 없지만 이번 표적은 롯데 등 중국에 진출해 있는 우리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롯데는 지난달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부지를 제공하기로 결정한 이후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중국 내 롯데마트 99개 중 57개 매장이 소방안전 등을 이유로 영업을 하지 못하게 됐고, 미국 기업 허쉬와 합작해 중국 상하이에 설립한 롯데상하이푸드는 가동이 중단됐다.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 '완후이'에서 또 한 번 거론된다면 이는 롯데에 큰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실제 '완후이'에 거론됐던 외국기업은 엄청난 후폭풍을 감내해야 했다. 앞서 지난 2011년에는 금호타이어는 '완후이'에서 품질을 지적받은 이후 중국 내에서 입지가 급격히 악화됐다. 당시 방송 내용은 타이어 품질과 전혀 무관한 사항이었지만 마녀사냥식 보도에 금호타이어는 30만개에 달하는 타이어를 리콜하고 방송을 통해 사과를 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한동안 '완후이' 방영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는데 올해 들어 중국 내 반한 감정이 고조돼 주요 타깃이 국내 기업이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졌다”며 “'완후이'에 한번 방영되면 현지에서 그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돼 기업으로서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올해 CCTV가 국내 기업을 타깃으로 삼았을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오면서 '완후이' 방영을 앞두고 국내 기업들의 긴장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