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3040세대는 스타크래프트(이하 스타)와 함께 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들에게 스타는 게임을 넘어서 하나의 문화 코드였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하나둘 스타 곁을 떠났다. 그럼에도 스타는 PC방 점유율 5%를 유지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여기에 마이크 모하임 블리자드 CEO가 기름을 부었다. 최근 한국을 찾은 모하임 CEO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출시 20년을 맞은 스타의 ‘리마스터링’(Remastering) 버전을 개발 중이며 올 여름 정식 출시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소식에 ‘아재’가 된 3040세대는 환호했다.
이번에 공개되는 스타 리마스터는 사운드와 그래픽, 언어 등 부가적인 옵션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하는 것일 뿐 게임성은 20년전 그대로 유지된다. 하지만 스타를 즐겨본 유저들은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반응이다.
1998년 출시된 스타는 전세계에서 950만장이 팔렸다. 그 가운데 한국이 450만장을 소화하면서 한국은 스타의 성지가 됐다. 게임 좀 한다는 남자들은 삼삼오오 모여 PC방으로 향했다. 직장인들도 점심시간을 틈타 스타를 즐겼고 ‘스타대회’는 연일 매진행렬을 보였다.
한걸음 더 나아가 한국 사회에서 악(惡)으로 치부되던 게임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켰다. 배틀넷의 영향으로 전국 네트워크망이 형성되고 쇠퇴하던 공업단지 구로에 IT기업이 우후죽순 들어섰다. 통신 인프라가 확충되고 온 국민이 인터넷에 접속하게 됐다. 스타는 한국을 IT강국으로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이 과정에서 PC온라인게임은 승승장구했고 한동안 PC온라인게임은 물 만난 고기처럼 활발하게 살아움직였다.
◆모바일게임의 폭풍성장
2009년 아이폰이 한국에 막 등장했을 때만 해도 PC온라인게임은 게임업계의 주류였다. 게임개발사들은 많게는 수백억원을 투자해 PC온라인게임 제작에 열을 올렸다. 2012년 7월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애니팡이 등장하면서 PC플랫폼의 시대가 저물고 모바일플랫폼이 새로운 게임시장으로 떠올랐다.
약 5년의 시간이 흐른 현재 PC를 기반으로 하는 게임은 개발 소식마저 뜸해졌다. 여전히 게임시장 매출의 50% 이상을 PC플랫폼이 담당하지만 게임개발사 입장에서는 캐시카우에 지나지 않는다.
반면 모바일게임은 하루가 멀다하고 신작이 쏟아진다. 국내 3대 게임개발사 가운데 모바일시장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한 넷마블은 다음달 증권시장에 상장될 예정이며 게임 ‘황제주’의 자리를 꿰차는 것도 무리가 없다는 분석이다. 그간 모바일게임시장에 가장 미온적인 반응을 보인 엔씨소프트도 지난해 말 ‘리니지 레드나이츠’의 성공적인 데뷔를 시작으로 퍼블리싱게임 ‘파이널 블레이드’로 연타석 홈런을 쳤다. 올해는 ‘프로야구H2’, ‘리니지M’을 모바일게임 기대작 리스트에 줄줄이 이름을 올리며 모바일시장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바야흐로 2017년은 모바일게임의 전성시대다.
모바일게임은 플랫폼의 한계로 PC에서 느낄 수 있는 화려함과 치밀함이 없다. 게임도 단순하다. 그럼에도 모바일이 PC를 물리칠 수 있었던 주된 이유는 ‘간편함’이다. PC게임은 컴퓨터 앞에 앉아야 즐길 수 있다. 반면 모바일게임은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다. 또 PC게임처럼 복잡한 설치 과정 없이 한번의 클릭으로 설치가 가능하다. 대한민국 게임 1세대라 할 수 있는 3040세대는 이제 ‘아재’가 됐다. 퇴근 후 컴퓨터 앞에 앉기보다 침대에 눕는 걸 선호한다. 모바일게임은 누워서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모바일게임이 PC게임을 앞지를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게임개발사들의 전략이다. 최근 게임개발사들은 모바일게임 개발에 몰두한다. 게임업계 종사자들은 그 원인으로 모바일게임이 더 안정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한 게임개발자는 “모바일게임은 PC게임보다 개발이 수월하고 효과도 즉각적이다”며 “휘발성이 강하다고 하지만 일단 시장에 내놓으면 소위 ‘오픈빨’로 기본적인 수익 창출이 보장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업계가 모바일게임에 집착하는 이유는 정부규제 탓도 있다”며 “과금상한제가 있는 PC기반 게임과 달리 모바일게임은 사실상 무제한 결제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PC게임, 빼앗긴 들판에 봄 올까
지난 1월 문화체육관광부는 게임업계 규제완화를 위해 과금상한제를 게임물관리위원회와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업계는 아직 규제완화가 현실로 다가온 것은 아니지만 PC게임시장에 대한 역차별 문제가 대두되는 만큼 조만간 완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제 업계의 관심은 부진에 빠진 PC게임시장에 스타 리마스터가 얼마나 바람을 불어넣느냐에 쏠린다.
올 여름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는 만큼 조심스럽게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는 게 게임업계의 입장이다. 판교에 위치한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PC게임은 개발에 최소 2~3년이 소요되는 만큼 지금 당장 개발에 나선다고 해도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며 “블리자드의 갑작스러운 발표에 업계가 다소 긴장했고 상황을 면밀히 살피는 중”이라고 말했다.
반면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PC게임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스타 리마스터가 유저들을 컴퓨터 앞으로 유인한다면 상황은 급반전될 수도 있다”며 “최근 모바일게임은 플랫폼의 특성상 게임성이 한계에 도달했고 천편일률적인 게임에 유저들도 피로를 호소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PC게임으로 성장한 유저이자 개발자로서 다시 한번 스타 리마스터가 PC게임의 중흥기를 열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