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마트 2위 홈플러스와 청소용역업체 A사. 지난 10여년간 협력관계를 유지하던 두 회사가 6억원대 소송을 놓고 맞붙었다. 명절 때마다 되풀이된 상품권 강매는 물론 청소원 인건비, 청소약품 구매 강요 등 홈플러스가 수년간 갑의 지위를 이용해 부당이익을 챙겼다는 게 A사의 주장. 반면 홈플러스는 과거 불법 관행을 모두 척결했고 더 이상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새 정부 출범 이후 ‘협력업체와의 상생경영’이 화두로 떠오른 요즘. <머니S>가 홈플러스와 A사가 얽힌 쟁점을 집중 조명하고 상생해법을 모색하는 ‘홈플러스 갑질 민낯’을 시리즈로 연재한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 상품권 강매 논란
② 부당이익 챙기기 -청소약품, 왁스 횟수 등
③ 부당이익 챙기기 - 포장용 폐박스, 화물차 사용료 등
④ 미화원 사망사고 ‘책임공방’
⑤ 한우고기 절취사건 진실은?
⑥ 진짜 ‘상생’이란 무엇인가


홈플러스 강서신사옥. /사진제공=홈플러스

한때 유통업계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던 홈플러스가 잇단 악재에 신음하고 있다. 경품추첨 비리, 꼼수 논란 등 최근 몇년간 비리의 온상지로 지목되고 있어서다. 일각에선 홈플러스의 가파른 성장 뒤에는 만연한 갑질과 수많은 협력업체의 눈물이 있었다고 입을 모은다. 그래서인지 홈플러스는 동종업체 중에서도 유독 많은 소송에 얽혀있기로 유명하다. ‘갑질 대명사’는 여기서 덧붙여진 오명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된 ‘상품권 강매’ 역시 그 갑질 중 하나다.
◆ 사번까지 주고 강매… "9년간 2억3000만원 뜯겨"


“앞서 메일에 부탁드렸던 상품권 구매와 관련해 구매절차 공지드립니다. 가까운 홈플러스에서 구매하되 구매 하루 전에 유선연락 주십시오. 구매시 추천인은 이OO 총괄부장[사번:OOOOO] 님으로 해주시고 구매 후 구매일자, 구매점포, 구매금액을 저에게 알려주시면 됩니다.”

2010년 1월. 설날을 앞두고 홈플러스 고객서비스팀에서 다수의 협력업체에게 보낸 단체 메일이다. A사는 홈플러스와 용역계약을 맺은 2007년부터 계약이 해지되기 직전인 지난해 5월까지 명절 때마다 이와 같은 메일을 받은 뒤 상품권을 반복적으로 구매했다. 9년동안 구매한 상품권 액수는 2억3800만원에 달한다.

A사 관계자는 “경쟁업체는 이만큼 샀다는 상품권 실적이 같이 공유되기 때문에 협력업체 입장에선 혹시나 불이익이 있진 않을까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구매하는 것”이라며 “홈플러스와 계약이 해지된 뒤 이 같은 불공정거래행위를 공정위에 제소했고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의 상품권 구매 강요는 2010년에도 문제가 된 바 있다. 당시에도 공정위 조사에 이어 제재를 받았고 2012년부터는 아예 이를 금지하는 법까지 만들어졌다. 홈플러스 측은 법 시행 이후인 2012년부터 본사 차원에서 상품권 강매를 금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과거 관행적으로 이뤄진 부분은 있지만 2012년 이후엔 본사 차원에서 공개적으로 공지를 내고 상품권 판매를 금지했다”며 “그 이후론 그런 사례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A사의 주장은 달랐다. A사 관계자는 “본사에선 사내메시지를 통해 ‘상품권 구매를 강요하지 말라’는 식의 공지는 한다”면서도 “하지만 말그대로 공지일 뿐 적발시 어떻게 제재하겠다는 구체적인 지침도 없을 뿐더러 본사가 아닌 매장에서 개별적으로 구매지시가 떨어지기 때문에 관행이 없어졌다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A사의 상품권 구매 내역을 보면 ▲2012년 11건(1850만원) ▲2013년 7건(2150만원) ▲2014년 8건(1500만원) ▲2015년 8건(1100만원) ▲2016년 2건(300만원) 등으로 2012년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구매가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

A사가 공개한 내부 메일에도 이 같은 정황이 드러난다. 2012년 1월 홈플러스 고객서비스팀에서 보낸 메일에는 “법률 강화로 인해 아래와 같이 요청드린다”며 “구매 전 혹은 후에 신청서를 작성해서 보내달라” 등의 요청사항과 함께 ‘상기 메일은 숙지 후 즉시 삭제→휴지통 비우기’라는 주의 문구가 덧붙여져 있다.

A사 관계자는 “공정위에선 정확히 상품권을 사라고 지시한 사실이 없지 않냐고 되물었다”면서 “용역업체에서 지시 없이 상품권을 산다고 하면 굳이 임원들의 사번을 구매 추천인으로 넣을 이유가 있겠나. 홈플러스 측에서도 당당하다면 메일을 삭제해 휴지통까지 비워달라는 얘기를 할 이유가 있었겠냐”고 말했다.

하지만 홈플러스 관계자는 “업체가 개인적으로 구매한 것도 있는데 그것까진 어떻게 할 수 없지 않냐”며 “2013년부터는 상품권 강매를 안해도 될 만큼 목표치가 하향조정됐고 실적과 관계없도록 많은 부분이 개선됐다”고 해명했다.
 

◆ 전형적인 갑질, 새 공정위가 바꿀까
하지만 업계에선 이를 ‘관행’이라는 미명 아래 벌어지는 전형적인 갑질이라고 입을 모은다. 아무리 부당한 요구라는 생각이 들더라도 계약관계에서 불리한 입장이다 보니 목소리를 낼 수 없다는 것이다.

공정위 제재에도 반복적으로 상품권 강매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공정위의 철저한 조사와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공정위의 조치가 열악한 협력업체들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꼭 ‘죽일 거야’ 하고 죽여야 살인행위가 적용되는 게 아니듯이 직접적으로 구매하라는 말이 없다는 이유로 그 정황을 파악할 수 없다는 건 조사를 할 의지가 없다는 태도로 보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 관계자는 “새로운 공정위가 갑질 근절에 팔을 걷고 나서겠다고 밝힌 만큼 이러한 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조치가 나올지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음호에 계속>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9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