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문재인)노믹스의 국정과제 밑그림이 나왔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지난달 1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문재인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문재인정부는 ▲국민이 주인인 정부 ▲더불어 잘사는 경제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 ▲고르게 발전하는 지역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 등 5대 국정목표를 제시했다. 적폐청산, 경제민주화, 복지확대가 골자다. 이 중 경제부문에서 문재인정부는 과거 부채 위주의 성장, 대기업 위주의 경제발전이 아닌 소득 주도의 성장, 중소기업과 함께 발전하는 공정경제를 강조했다.


/사진=뉴시스 전진환 기자

◆소득주도 성장 위한 일자리 창출

문재인정부가 적폐청산에 이어 두번째로 내세운 국정목표는 ‘더불어 잘사는 경제’다. 이 목표의 핵심과제는 일자리 늘리기다. 일자리 창출로 가계소득을 늘리고 늘어난 소득으로 소비를 확대해 내수 활성화와 성장으로 이어지는 경제 선순환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창출된 일자리는 ‘좋은 일자리’여야 한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노동시간과 비정규직을 줄이는 등 고용의 질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공공부문 일자리 충원 로드맵을 마련했다. 2022년까지 81만개의 공공일자리를 새로 만든다는 게 골자다. 소방관·경찰관 등 국민 안전·복지 담당 공무원 17만4000명을 추가 채용하고 사회서비스 일자리도 34만개를 창출키로 했다. ▲사회서비스공단 설립으로 국공립 어린이집, 국공립요양시설, 공공병원 등 공공보건복지인프라 확충 ▲읍면동 주민센터의 ‘찾아가는 보건·복지서비스’ 강화 ▲지자체 사회복지전담 공무원 확충 등을 통해서다. 공공부문 사회서비스 일자리 창출과 국민이 체감하는 사회서비스 품질 향상 등 두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계획이다.

청년실업난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도 마련한다. 내년부터 공공기관 청년고용 의무비율을 정원의 3%에서 5%로 높이기로 했다. 민간부문에서는 중소기업이 청년 3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면 1명분의 임금을 정부가 지급하고 직업훈련에 참여한 후 구직활동을 하는 청년에게는 3개월간 매달 30만원을 주는 구직촉진수당도 신설한다.


희망퇴직 남용을 방지하는 ‘정년일자리 보장’, 재직-전직과 재취업-은퇴 과정의 재취업을 지원하는 ‘인생 3모작 지원’, 실업급여 보장성 강화·고용보험 가입대상 확대 등 고용안전망을 구축해 정년 일자리의 질도 높일 방침이다.

또한 소득주도 성장을 위한 금융정책을 마련했다. 부채주도에서 소득주도 성장정책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 이번 금융정책의 골자다. 정부는 이를 위해 ‘가계부채 위험 해소’, ‘금융산업 구조 선진화’ 등 2개의 금융정책을 제시했다. 올해부터 총체적 상환능력심사(DRS)를 단계적으로 도입해 가계부채 총량을 관리하고 이자부담 완화를 위해 대부업법 최고금리를 단계적으로 20%로 인하하려는 것도 그 일환이다.

◆‘공정경제’ 전략, 재벌개혁 신호탄

경제부문의 두번째 국정전략은 ‘활력이 넘치는 공정경제’다. 불공정한 거래를 강요하는 시장질서를 타파하고 공정거래를 위한 감시역량을 강화해 공정한 시장경제를 확립하는 게 목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공정경쟁과 상생협력을 유도해 중소기업이 경제성장의 한 축이 되고 고용확대를 견인하도록 하겠다는 것.


이는 재벌개혁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정기획위는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현 시장 상황에 대해 “소수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과 재벌 총수일가의 편법적 지배력 확장 등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힘의 불균형이 심화되고 경제적 약자에 대한 ‘갑질 행위’ 등으로 중소기업의 자생적 성장기반이 약화됐다”고 분석했다.

공정경제를 위한 국정과제는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 ▲재벌 총수일가 전횡 방지 및 소유·지배구조 개선 ▲공정거래 감시 역량 및 소비자 피해 구제 강화 ▲사회적경제 활성화 ▲더불어 발전하는 대·중소기업 상생 협력 등 5개다.

눈에 띄는 것은 재벌 총수일가 전횡 방지 및 소유·지배구조 개선에 포함된 다중대표소송제 도입과 집중투표제 의무화다. 다중대표소송제는 자회사 이사가 불법행위를 저지른 경우 모회사 주주가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제도다. 이 제도가 총수일가의 전횡을 막는 장치가 될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집중투표제는 주주 1인에게 선임될 이사 숫자만큼의 투표권을 부여한 뒤 해당 표를 특정 이사 후보에게 집중적으로 몰아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현재 국내 기업은 이사 선임 시 재벌 총수의 입김이 절대적으로 작용하는 게 현실이다. 이 과정에서 소액주주의 목소리는 사실상 반영되지 않는다. 하지만 집중투표제가 시행되면 소액주주가 자신의 의사를 대변할 이사를 선임할 수 있다. 소수주주권을 강화하고 이사회의 독립성을 확보해 총수일가의 전횡을 방지하겠다는 의도다.

이밖에 분식회계·부실감사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 5~7년의 형벌 기준을 10년으로 늘리고 기존 20억원의 과징금 한도를 폐지키로 했다. 소비자 피해구제를 강화하기 위한 집단소송제도 내년 중 도입한다.

문제는 재원확보다. 정부는 경제부문에서만 5년간 약 42조300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복지부문(77조4000억원), 지역발전 부문(7조원)과 한반도 안보부문(8조4000억원), 제도설계 후 추진비용(16조4000억원)과 지방이전 재원(26조5000억원) 등을 합하면 총 178조원, 연평균 35조6000억원을 확보해야 한다.

정부는 82조6000억원의 세입을 확충하고 95조4000억원의 세출을 절감해 재원을 조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실상 증세가 빠져 재원대책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특히 세입부문(82조6000억원) 가운데 세수 자연증가분(60조5000억원)의 비중이 3분의2 이상(73%)을 차지하는데 경기에 따라 세수확보가 어려울 수 있어 국정운영에 필요한 재원확보의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우리나라는 현재 조세부담률이 낮은 편인데 반해 앞으로 재정수요는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그런데 국민부담률(조세부담률+사회보험부담률)을 높이지 않고 세수 자연증가분을 토대로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것은 불안정하다”고 분석했다. 오 위원장은 또 “증세는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민감한 사안이다. 이번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증세를 명시하지 않았다는 건 ‘증세 의지가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나중에 증세가 필요한 일이 생겨도 이를 추진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498호(2017년 7월26일~8월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