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발주한 도로포장 공사를 입찰담합과 명의대여 시공 등으로 독점한 업자들과 이들에게 뇌물을 받은 공무원이 대거 적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건설산업기본법 위반(입찰방해·상호대여시공) 및 뇌물공여 혐의로 업체 대표 A씨 등 3명과 뇌물수수 및 직무유기 혐의로 구청 도로과 공무원 B씨를 구속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밖에 입찰담합에 가담한 업자 93명과 서울시청 공무원 4명을 포함한 광진구청·송파구청·은평구청 등 소속 공무원 24명 등 모두 121명을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포장공사업 면허를 등록한 서울 시내 325개 건설사는 8개 ‘팀장업체’를 중심으로 지난 2012년 1월부터 지난 3월까지 서울시와 시내 구청이 발주한 총 6935억 규모의 도로공사 입찰 과정에서 담합해 70% 정도인 4888억원 규모의 공사를 따낸 혐의를 받고 있다.
도로포장업체들로 구성된 팀장업체는 답합업자들 사이에 공유되는 명칭으로, 서울 시내 25개 구청을 8개 권역으로 나눠 관리하고 공사입찰 과정과 담합업체들의 공사 순서 등을 정리하는 역할을 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의 410개 면허업체 중 325개 업체가 카르텔을 형성해 입찰에 참여했기 때문에 대부분 중요 공사를 따낼 수 있었다는 것이 경찰 설명이다.
서울시 도로사업소와 수도사업소, 구청의 도로공사를 낙찰받은 업체는 직접 공사를 하거나 관내 업체에게 공사대금 중 평균 8%정도를 받고 면허를 대여해줬다. 낙찰받은 업체는 일종의 수수료만 챙기고 다른 업체가 면허를 빌려 실제 시공하는 방식이었다.
이 과정에서 팀장업체들은 시공하는 관내업체로부터 5~10% 정도의 수수료를 받아 많게는 12억원까지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시공업체는 수수료 등 18% 정도를 제외한 공사비만 갖고 공사를 진행했다.
경찰 조사결과, 325개 업체 중 실제로 도로포장 공사를 한 업체는 55개 업체 뿐이었다. 나머지 270여개 업체는 면허만 빌려주거나 유령업체였다. 경찰은 담합업자 1명 당 3~4개의 업체를 소유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낙찰업체와 시공업체가 다른데도 공무원들은 이를 묵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청과 구청 공무원들은 담합업자들의 불법행위를 눈감아주는 대가로 골프접대를 받거나 뇌물을 받아왔다. 이들이 업자들에게 받은 돈만 6805여만원이다.
경찰은 피해업체들의 신고 등을 접수해 수사에 착수, 지난 4월 송파구 소재 업체와 종로구청 등을 압수수색했고, 관련 담합업자와 공무원들을 검거하기 시작했다. 경찰은 공소시효와 장부보존 기간 등 문제로 최근 5년간 비리에 대해서만 수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담합업자들의 진술 등을 바탕으로 이같은 독점 행위가 지난 1993년부터 25년 동안 이어져 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로 관내 건설사의 뿌리 깊은 적폐가 드러났다. 다른 관급공사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