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DB 올해 보험업계는 새정부 출범과 함께 4차산업혁명을 맞이하며 커다란 변화의 조짐을 보였다. 전통적 개념의 보험영업채널인 보험설계사와 방카슈랑스는 인공지능과 모바일의 강세로 축소될 위기에 처했으며 보험사의 새 먹거리 찾기와 맞물려 인슈테크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또한 보험사는 실손보험을 두고 정부와, 카드결제를 놓고는 카드업계와 갈등을 빚었다. 다사다난했던 보험업계의 한해를 10대 뉴스로 정리했다.
◆자살보험금 사태… 빅3 '백기투항'
자살보험금 미지급 논란은 2001년 한 보험사가 ‘자살도 재해사망에 해당된다’는 특약을 걸러내지 못해 야기된 사태로 금융감독원의 중징계를 우려한 빅3 생명보험사(삼성·한화·교보)의 백기투항으로 일단락됐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5월 재해사망특약의 자살보험금을 늦게 지급하거나 온전하게 지급하지 않은 빅3 생보사를 대상으로 지난 3월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내린 징계를 최종 의결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해 5월 약관대로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빅3 생보사가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자 금감원은 영업정지 등 중징계를 예고했다. 결국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은 자살보험금 미지급액 전액지급을 결정했고 교보생명은 2007년 이전 계약의 지연이자를 제외한 원금 지급을 결정했다.
이로 인해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은 '기관경고', 교보생명은 1개월 일부 영업정지를 받았다. 대표이사에 대한 징계는 빅3 생보사 모두 ‘주의적경고’로 마무리됐다. ◆'문재인케어'와 실손보험
실손의료보험으로 손보사들의 골치가 아픈 한해였다. 정부는 지난 4월 보험료를 일부 내린 '착한 실손보험'을 선보였다. 하지만 이 보험은 기본형 가입 시 보험료를 최대 35% 낮춘 효과를 볼 수 있지만 비급여진료가 포함된 특약을 함께 가입하면 사실상 보험료 인하 효과가 없어 논란의 대상이 됐다.
실제로 착한 실손보험으로 갈아탄 가입자는 전체 가입자의 0.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며 사실상 실패한 정책이 됐다.
또한 5월 취임한 문재인정부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인 '문재인케어'를 선언하며 보험사들에 실손보험료 인하를 꾸준히 압박했다. 정부는 "비급여의 급여화가 상당부분 이뤄지면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떨어지고 보험료가 할인되는 선순환이 이뤄질 것"이라며 보험사들의 인하 동참을 유도했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이미 손해율이 100%가 넘는 상황에서 쉽사리 인하를 결정하지 못했고 당국은 실손보험료 산출과정 및 적정성 여부를 감리하기에 이르렀다.
한편 의료계는 문재인케어를 두고 무분별한 의료쇼핑을 늘릴 것이며 중소병원은 폐업의 길을 걸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하는 상황이다.
◆공룡이 된 독립보험대리점(GA)
설계사들이 모여 하나의 독립된 대리점 형태로 영업을 진행하는 독립보험대리점(GA)이 올 한해 급부상했다. 2000년대 초 국내에 처음 도입된 GA는 높은 수수료를 바탕으로 설계사 유치에 성공하면서 빠른 속도로 몸집을 키웠다. 현재 국내 GA 수는 약 5000곳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설계사 수만명을 보유한 공룡급 GA도 수십곳인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몸집이 커지며 GA설계사들의 불완전판매나 보험사기가 늘었다는 점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김성원 의원실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보험사기 피해액은 총 70억8637만원인데 GA 소속 설계사들의 사기액이 37억3742만원으로 절반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각계에서는 GA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중이다.
◆새 회계기준 대비로 바쁜 보험사
지난 5월 발표된 새 보험 국제회계기준인 IFRS17 기준서는 오는 2021년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다.
IFRS17은 고객에게 지급해야 할 것으로 추정되는 보험금인 보험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고 수익을 보수적으로 잡는 제도다. 결국 저축성보험료의 경우 자산이 아닌 부채로 평가돼 보험사들은 보장성보험 판매에 열을 올렸다.
대형사의 경우 수천억원대의 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 발행 등으로 재정을 늘렸지만 상대적으로 몸집이 열악한 중소형사는 고민이 깊어졌다. 최근 생명보헙협회장으로 취임한 신용길 회장은 취임사에서 IFRS17을 대비해 적절 대응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IFRS17은 내년에도 보험사들의 주요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보험다모아 이용 모습./사진=금융위원회
◆보험다모아, 포털 입성했지만…
보험슈퍼마켓 '보험다모아'가 포털사이트 '다음'에 탑재됐다. 그동안 소비자들은 서비스 이용을 위해 직접 보험다모아 사이트를 방문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다음' 검색창에 '자동차보험, 자동차보험료' 등 연관검색어만 입력해도 보험다모아의 보험료 비교정보를 바로 확인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보험다모아의 '포털공룡' 네이버 입성은 클릭당 단가에서 이견을 보이며 무산돼 가입수요자의 사이트 유입효과가 크지 않았다. 손보업계에 따르면 다음을 통해 보험다모아로 유입되는 건수는 월 평균 1000건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택 아닌 필수가 된 인슈테크
4차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보험업계도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 나섰다. 특히 보험(insurance)과 정보기술(IT)의 합성어인 인슈테크는 정보기술을 활용해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의 보험업계 버전으로 단순히 효율성을 높이는 차원을 넘어 보험의 기본 패러다임을 바꿀 것으로 각광받는다. 이에 보험사들은 인슈테크 도입을 필수로 여기는 분위기다.
이미 일부 보험사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상담사, 설계사 서비스를 선보이거나 준비 중이다. 교보생명은 업계 최초로 블록체인을 활용한 보험금자동청구서비스를 연내 시범 추진할 계획이다. 모바일과 온라인에 적응된 보험소비자를 효과적으로 끌어올 수 있는 인슈테크는 내년에도 보험사의 핵심사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 '보험료 카드결제'
지난 6월 말 기준 국내 41개 보험사 가운데 카드로 보험료를 받는 곳은 31곳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대부분이 보장성보험에 국한됐다. 생보사의 경우 한화, 교보, ING, 푸르덴셜, ABL, KDB 등 9개사에서 카드 납부를 거부하고 있다.
이에 금감원은 지난 9월 보험료 카드결제 확대를 위해 신용카드 및 보험업계와 협의체를 구성해 본격적인 논의에 착수했다. 하지만 양측은 4개월째 구체적인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보험업계와 카드업계가 카드결제 관련 접점을 찾지 못하는 이유는 수수료율 때문이다. 보험사는 저금리 기조로 연 4%대의 운용수익률도 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카드업계가 책정한 보험료 결제별 2.2~2.3%가량의 수수료율이 너무 높다고 주장한다. 반면 카드업계는 보험사가 무리한 수수료율을 요구해와 협상이 늦춰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카드업계는 2%대 수수료율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고 보험업계는 더 낮춰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보험료 카드결제 사안은 내년에 합의점을 도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ABL생명 본사 로고 교체. /사진제공=ABL생명
◆간판 바꾼 보험사들
국내 주요 보험사들이 새 사명을 달았다. 동부화재와 동부생명은 상표권을 지닌 계열사 동부건설이 사모펀드로 넘어가면서 네이밍을 더 이상 쓸 수 없게 돼 11월부터 사명을 'DB'로 교체했다.
중국안방보험그룹에 인수돼 더 이상 ‘알리안츠’ 브랜드를 사용하지 못하는 알리안츠생명도 새 사명을 ‘ABL생명’으로 바꿨다. ING생명은 내년에 브랜드 이용 계약이 만료돼 사명 변경이 필요한 상태다. ING생명은 오렌지생명과 오렌지라이프생명, Orange Life에 대한 상표권을 특허청에 등록했다. 아직 새 사명을 논의 중인 ING생명은 리브랜딩을 위한 여러 방안을 강구 중이다.
◆방카슈랑스채널 축소 보험판매채널인 방카슈랑스가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인 한해였다. 지난 4월 세법개정으로 저축성보험에 대한 비과세혜택이 축소되면서 방카슈랑스시장은 위축됐다. 특히 IFRS17 도입에 따른 보험사들의 저축성보험 판매 축소는 시장 위축을 더욱 부추겼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누적 방카슈랑스 초회보험료는 4조7093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 7조1610억원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 반면 은행들은 모바일시장이 활성화되며 '모바일슈랑스'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방카슈랑스 관련 별도의 규제를 받지 않는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모바일슈랑스 상품을 판매하면서 이 시장에 지각변동이 예고됐다.
◆'기준금리 인상'과 보험사 재무건정성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달 30일 기준금리를 1.25%에서 0.25%포인트 올린 1.50%로 확정했다. 무려 6년5개월 만의 인상이었다.
보험사들은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금리가 오르면 보유계약가치 증가로 자산운용률이 상승하지만 현행 국제회계기준에서는 오히려 지급여력비율(RBC)이 하락하는 등 재정건전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서다. 금리가 오르면 자산운용률이 높아져 투자수익이 증가하는 반면 매도가능증권으로 분류된 보유채권의 평가손실로 보험회사의 재무건전성 지표인 RBC가 하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