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에이터 그릴 한가운데 박혀있는 삼지창 엠블럼, 다른 브랜드에선 들어보지 못한 특유의 배기음은 분명 마세라티만의 특징이다. 독일차의 정교함, 프랑스차의 톡톡 튀는 개성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이탈리아차만의 매력으로 무장했다. 100년 이상 쌓인 브랜드 헤리티지는 맞춤식 인테리어와 마세라티만의 스타일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마세라티의 라인업은 플래그십세단 ‘콰트로포르테’(Quattroporte), 스포츠 쿠페 ‘그란투리스모’(GranTurismo), 럭셔리 카브리올레 ‘그란카브리오’(GranCabrio), 스포츠세단 ‘기블리’(Ghibli), SUV ‘르반떼’(Levante) 등 세단과 쿠페, SUV에 이른다.
이 중 르반떼 2018년형의 시승소감을 전한다. 인천 송도 경원재엠버서더에서 영종도 네스트호텔을 왕복하는 코스에서 차의 특징을 체험할 수 있었다.
◆마세라티 최초의 SUV
르반떼는 마세라티브랜드 최초의 SUV다. 오프로드를 달리는 정통 SUV가 아니라 '높은 마세라티'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인테리어는 가죽과 카본트림이 조화를 이루는데 대시보드와 문짝의 장식을 비롯해 차 곳곳에서 어우러진다. 카본트림과 피아노마감 부분은 반짝거리지만 주요 포인트에는 무광 크롬으로 장식해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다.
스티어링휠 뒤편에는 알루미늄 소재의 기다란 패들시프터가 달려있다. 운전대를 이리저리 돌리면서도 수동변속이 쉽다. 시트는 인체공학적으로 디자인됐고 전동 스위치로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다. 앉았을 때는 푹신하게 안기기보다 단단히 잘 받쳐주는 느낌이다.
센터페시아에는 8.4인치 터치스크린이 적용됐고 센터콘솔 기어노브 주변에는 주행모드 버튼, 여러 기능을 포함한 다이얼, 에어 서스펜션 조절스위치가 장착됐다.
시승차는 르반떼 중 성능이 높은 르반떼S였다. 배기량 2979cc의 V형6기통 가솔린직접분사방식의 트윈터보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430마력(@5750rpm), 최대토크 59.2kg.m(@2500~4250rpm)의 힘을 낸다. 8단 자동변속기가 맞물리며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5.2초가 걸린다. 최고시속은 264km.
가속페달에 힘을 주면 아주 자연스럽게 가속된다. 부드럽게 밟으면 고급 SUV답게 부드러움과 성숙성이, 세게 밟으면 강력한 스포츠카로 돌변한다.
엔진회전수가 4000rpm을 넘어서면 엄청난 가속감과 함께 환상적인 배기음이 귓가를 울린다. 마세라티 특유의 주행감성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가변식 배기 매니폴드가 모두 열리면서 성능과 사운드 모두를 잡은 것. 스포츠모드에서도 차의 반응이 빨라지며 배기음이 달라진다.
◆SUV와 스포츠카의 조화
SUV여서 코너링이 불안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기우였다. 의외로 매우 안정적이었고 다루기가 쉬웠다. 265/40ZR21규격의 고성능 SUV용 타이어가 끼워진 데다 평소엔 뒷바퀴에 힘을 몰아주다가 필요에 따라 앞바퀴에 절반의 힘을 나눠주는 마세라티의 ‘Q4 사륜구동시스템’ 덕분이다.
조수석 발공간은 왼발 위치가 불편하다. 좁은 공간에 큰 엔진과 커다란 변속기를 구겨 넣어야 해서 어쩔 수 없는 설계로 보여진다. 머리 위 손잡이는 플라스틱이 고급스러움과는 거리가 있다.
선택품목인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도 탑재됐다. 멈췄다가 다시 출발 가능한 어댑티브크루즈컨트롤(ACC), 전방충돌 경고시스템(FCWS), 향상된 제동보조시스템, 차선이탈 경보장치(LKA) 및 서라운드 뷰 카메라가 설치된 최초의 마세라티 차종이다.
고속도로에서 ACC를 작동하면 차선을 가운데로 유지해주며 앞차와 일정한 거리로 달릴 수 있다. LKA는 운전대의 무게감을 조절할 수 있는데 가장 강하게 설정하면 졸음운전방지에 도움이 된다. 물론 스포츠 드라이빙 시에는 끄는 편이 낫겠다.
평상시에는 스타일리시한 도심형 SUV, 주말에는 장거리 주행이 가능한 고성능차인 ‘그란투리스모’를 표방한다. 때론 서킷에서 운전자가 원하는 대로 반응하며 자유로움의 동반자가 된다. SUV라는 틀을 새롭게 해석해 단지 조금 더 높은 마세라티 이상의 가치를 제공하는 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