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전업계, 거대 소비시장에 주목
우리나라 가전 기업들은 인건비 절감을 통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아세안시장에 일찍이 주목했다. 특히 1995년 호찌민에 법인을 설립한 삼성전자는 베트남 최대 투자기업 중 하나다.
삼성전자는 20여년 동안 베트남을 가전제품과 휴대전화를 생산하는 전략적 생산기지로 꾸준히 육성했으며 현지시장의 TV와 휴대전화 부문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베트남산 삼성전자 제품수출은 베트남 전체 수출액의 20%에 달할 정도다. LG전자도 베트남과 태국에서 세탁기와 에어컨을 생산한다.
이들 기업은 최근 아세안의 소비 잠재력에 주목한다. 생산능력뿐 아니라 아세안시장을 주요 판매처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적극적인 판매전략을 구사하는 한편 사회공헌을 통한 기업이미지 강화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5억6000만달러를 들여 건설한 베트남 호찌민의 사이공하이테크파크에 70만㎡ 규모의 가전 복합단지를 건설해 2016년 상반기부터 가동 중이다. 최근에는 인도네시아·미얀마시장 개척에 공을 들이며 UHD(초고화질) TV 등 가전제품 판로 개척에 열을 올리고 있다. LG전자는 동남아시아 의료시설 낙후 지역에 이동진료소를 운영하고 있다. 현지 사회공헌을 강화해 브랜드 파워를 높이려는 전략이다.
본격적인 아세안시대가 열리면 가전뿐 아니라 다른 소비재 분야에서도 교류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동남아시아 지역 한류열풍이 우리 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것으로 전망된다. 많은 기업이 이미 아세안시장 공략을 위해 나선 가운데 특히 식품과 화장품 분야의 성장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관측된다.
아세안시장에서는 한류 영향으로 한국 식재료의 인기가 높다. 특히 매운맛을 강조한 상품들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지에서 상당한 인기를 끈다.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의 2016년 동남아시아 수출액은 270억원에 달했는데 이는 전년대비 무려 4배나 늘어난 수치다.
한국의 아세안 화장품 수출도 수년간 두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천송이 립스틱', '송혜교 BB쿠션' 등이 드라마 PPL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것. 2016년부턴 한·아세안 자유무역협정(AKFTA)에 따라 한국의 대 아세안 화장품 수출이 무관세로 전환돼 수출에 더욱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코트라 관계자는 “K-팝, 한국 드라마, 예능프로그램 등이 전파되고 미디어를 통해 노출된 소비재 역시 큰 인기를 끌면서 아세안국가에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며 “할랄 인증 등 적극적인 공략을 펼쳐나가면 성장을 견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격투자 나선 항공·물류업계
정부의 신남방정책의 핵심은 한국과 아세안과의 관계 강화에 있다. 상품 교역뿐 아니라 문화와 인적교류까지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이어주는 것이 산업의 혈관에 해당하는 항공·물류업이다.
우리나라 항공업계는 지난해 중국의 사드보복 조치로 큰 타격을 입었지만 일본과 동남아시아로 노선을 분산해 위기를 극복했다. 따라서 동남아시아 노선 성공에 대한 자신감이 충만한 상태다. 특히 지정학적 위치를 고려할 때 우리나라 공항이 미주와 동남아를 연결하는 허브의 기능을 수행할 가능성이 커 항공수요 집중을 기대할 수 있다. 국토부 승인만을 남겨둔 대한항공과 미국 델타항공의 조인트벤처(JV)가 현실화될 경우 그간 일본에 치중됐던 태평양 노선 환승수요가 상당수 한국으로 옮겨지면서 시너지를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최대 3자물류회사인 CJ대한통운도 주목되는 기업이다. 공격적인 투자와 인수합병(M&A)을 통해 이미 동남아시아 전체를 커버할 수 있는 물류 네트워크 체제를 구축한 상태다. CJ대한통운은 2015년 말 미얀마 국영기업인 육상운송청과의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2016년 9월에는 말레이시아 물류기업인 센추리로지스틱스를 인수하고 같은해 11월엔 인도네시아의 대형 물류센터를 인수했다. 12월에는 필리핀 5대물류기업인 TDG그룹과 손잡고 필리핀에 ‘CJ트랜스내셔널필리핀’이라는 합작법인을 출범하기도 했다. 이어 지난해 10월에는 베트남 최대 물류업체 제마뎁의 물류·해운부문 계열사를 인수했다.
업계 관계자는 “항공과 물류는 아세안시대에 가장 많은 수혜를 입을 업종 중 하나”라며 “적극적인 투자로 혁신에 나서 중국·일본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일본에 뒤처진 자동차, '상용차'가 활로
다만 우리나라 주력산업 중 하나인 자동차분야는 상대적으로 대비가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최근 아세안 공략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는 등 새로운 시장 진출을 위한 대책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아세안지역의 자동차시장은 이미 일본 자동차업계가 진영을 단단히 꾸려 공략이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토요타와 닛산, 혼다 등 일본 업체들은 1970년대부터 동남아 지역에 공장을 세우는 등 꾸준한 투자를 통해 아세안 지역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상용차 부분에 집중하고 있다. 2016년 9월 베트남 자동차업체 타인꽁과 상용차 합작법인을 설립한데 이어 2018년 5월엔 인도네시아 알타그라하 그룹과 현지 합작 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아세안은 전세계 주요시장 중 현대차가 가장 취약했던 곳”이라며 “아세안자유무역협정(AFTA)을 계기로 상용차부터 차근차근 공략해야 한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20호(2017년 12월27일~2018년 1월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