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인상, 친환경발전 전환 자금 등 부담감↑
정부가 탈원전·탈석탄 정책에 속도를 내면서 산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원전과 석탄발전소를 감축하는 대신 LNG와 신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발전 비중을 늘리기로 함에 따라 기존 시설의 폐쇄와 전환 등을 둘러싼 산업현장의 혼란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는 탈원전·탈석탄에도 “전기요금 인상은 거의 없다”고 못 박았지만 전기요금 인상 문제와 관련한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원전·석탄발전 줄이고 친환경 확대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4일 내놓은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20일 발표한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은 원전과 석탄발전소의 비중을 단계적으로 감축하고 LNG와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소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세계적인 추세에 맞게 위험성이 큰 노후 원전과 미세먼지와 온실가스의 주범으로 꼽히는 석탄발전소를 없애고 친환경발전으로 에너지 산업의 방향을 바꿔나가자는 것이다.
정부는 신한울 3·4호기, 천지 1·2호기, 이름이 정해지지 않은 원전 2기 등 신규 원전 6기의 건설을 중단하고 내년 월성 1호기를 시작으로 수명이 완료되는 10기를 순차적으로 폐쇄해 2030년까지 원전은 18기로 줄일 계획이다.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7기도 폐지되며 당진에코, 태안 1·2호기, 삼천포 3·4호기 등 6기는 LNG로 전환된다.
이를 통해 현재 45.3%인 석탄발전 비중은 2030년 36.1%로, 30.3%인 원전 비중은 23.9%로 줄인다는 복안이다.
대신 정부는 2017년 9.7%였던 신재생 설비용량을 2030년 33.7%로 약 3.5배 늘린다는 방침이다. 6.2%였던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20%로 확대되고 LNG 비중도 16.9%에서 18.8%로 커진다.
설비용량 기준으로는 올해 15.1GW(기가와트)인 재생에너지를 2030년까지 63.8GW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내년부터 2030년까지 설비용량 48.7GW를 추가 설치하며 신규 설비용량의 95% 이상을 태양광·풍력 등 청정에너지로 공급한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12.4GW를 우선 설치하고 중장기적으로 2023년부터 2030년까지 36.3GW를 보급한다.
세부적으로는 ▲자가용 설비 2.4GW ▲협동조합 등 소규모 사업 7.5GW ▲농가 태양광 10GW 등 국민참여형 발전사업과 ▲대규모 프로젝트(28.8GW)를 통해 목표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신규 설비투자에는 총 110조원이 소요될 전망이다.
◆산업현장 혼란 가중
정부의 탈원전·탈석탄 의지를 분명히 하면서 발전업계는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신규 석탄화력발전소를 건립 중이던 사업자들 가운데 일부는 정부의 계획에 따라 사업을 백지화 하거나 LNG시설로 전환해야 한다.
일례로 당진에코파워의 경우 시설을 LNG 발전소로 전환해야 하는데 부지 선정을 비롯한 모든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밟아야 해 추가적인 자금 부담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국내에서 원전과 석탄발전소 관련 건설사업을 영위하던 업체들은 국내 시장에서의 사업을 접어야 할 상황에 내몰렸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탈원전·탈석탄 계획에 따라 앞으로 국내에서의 사업은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며 “해외 시장을 적극 개척하는 등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고 토로했다.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도 산업현장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정부가 전력수급계획에서 산업용 전기에 적용되는 경부하 요금을 차등 조정하기로 한 것.
경부하 요금제란 전기 사용량이 적은 주말과 심야시간에 정책적으로 낮은 요금을 적용하는 제도인데, 만약 정부의 요금 개편이 할인 폭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조정될 경우 산업용 전기요금 상승이 예상된다.
철강업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전력소모량이 많은 철강업체들은 경부하 요금의 혜택을 받은 상황에서도 연간 수천억~1조원대의 전기요금을 납부하고 있다.
일례로 현대제철의 경우 2015년 1만225GWh를 사용해 1조1605억원의 요금을 냈고 포스코는 8267억원, 동국제강은 2420억원을 납부했다. 이런 가운데 경부하 요금 할인폭이 줄어들 경우 전기요금 인상을 피할 수 없다.
철강업계에서는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추가 비용을 연간 최소 수천억원에서 최대 수조원까지 예상하고 있다. 정유·화학업계 등 24시간 공장을 가동해야 하는 업종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국가의 보호무역주의 기조 강화를 비롯해 대외적인 환경 변화가 큰 상황에서 우리나라 정부마저 점점 기업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고 있다”며 “추가적인 자금 부담으로 경영환경 악화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수혜가 예상됐던 신재생에너지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태양전지의 핵심 소재인 폴리실리콘의 경우 생산원가의 30~40%가 전기요금이라 요금 인상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만약 요금이 인상될 경우 생산단가가 높아져 가격경쟁력이 하락하고 그 피해를 생산업체가 고스란히 떠안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보다 앞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추진했던 독일, 호주, 캐나다 등은 전기요금이 급등해 KWh당 전기 판매가가 한국의 3배 이상”이라며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만 제시하기보다는 각계의 우려에 귀를 기울여 현실성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20호(2017년 12월27일~2018년 1월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