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예술종합학교/사진=뉴스1

전문예술인을 양성하기 위해 ‘수준 높고 체계적인 교육’을 제공한다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교수진의 성폭력이 연일 폭로되고 있다. 한예종 연극원 학생들이 운영하는 트위터 아카이브 계정(연극원 아카이브)에는 익명으로 연극원 교수들의 성폭력·막말 사례들이 제보됐다.
최근 연극원 아카이브에는 연극원 조교를 역임했던 시인 A씨가 재학생을 상대로 성폭행을 시도했다는 얘기가 올라왔다. 재학생 시절 성폭행을 시도했다는 의혹에도 A씨는 연극원 조교로 활동해 학생들이 거세게 반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1이 입수한 녹취록에 따르면 A씨는 2008년 학생들과 술자리 후 재학생 B씨에게 '자취방에서 잠시 재워달라'며 부탁했다. A씨는 “잠시 잤다가 새벽 일찍 나가겠다”고 했으나 자취방에 들어오자 A씨는 다른 학생이 있는데도 B씨를 껴안으면서 주요 신체 부위를 추행했다.


B씨는 "처음 보는 사이인데 재워달라고 해서 놀랐지만 A씨 외에 다른 여학생도 있었기 때문에 동행을 허락했던 것"이라며 "'뭐 하는 것이냐, 이러려고 데려온 것이 아니다'라고 옥신각신했지만 오히려 A씨는 '왜 너도 좋잖아'라고 말하면서 힘껏 밀쳤다"고 고백했다. B씨는 법적 소송까지 검토했으나 부담을 느껴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예종에 따르면 이밖에도 2016년 10~11월 한달 사이 학교 6개원 학생들이 제보한 성추문 의혹은 무려 388건에 달했다.

학생들의 폭로가 빗발치자 한예종은 지난해 '바른 성문화 TF'를 구성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사안이 심각해지자 연극원 교수진도 2016년 11월 교수진 공동명의로 사과문을 발표했다.


한예종 관계자는 "바른 성문화 TF가 만들어진 후 학교는 ▲교직원 대상 성교육 교육 의무화 ▲성교육 교과목 신설 ▲교내 몰래카메라 전수조사 ▲강의실 철제 출입문 교체 등 성범죄 예방 조치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진상조사와 가해자 징계에 대해서는 "모든 제보가 가해자와 피해자를 명시하지 않은 '익명'으로 제기됐기 때문에 사실관계 파악이 불가능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학교 관계자·학생·전문가가 참여하는 TF를 만들어 5차례에 걸친 의견수렴 과정을 거쳤고 학생들의 의견은 대부분 실현됐다"며 "특정 교수를 조사하거나 징계해달라는 요구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