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미반환에 이어 공과금 체납으로 단전·단수 위기까지 불거지면서 청년안심주택의 '공급 이후 관리'가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12일 서울 구로구 개봉동 청년안심주택 '개봉 세이지움'을 찾아 청년 입주민과 인사를 나누는 모습. /사진=뉴스1

보증금 미반환에 이어 공과금 체납으로 인한 단전·단수 위기 등 청년안심주택의 운영·관리 문제가 잇따르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청년들의 주거 실태를 점검하고 주거 안전망 강화 의지를 밝힌 가운데 민간사업자의 부실 운영을 조기에 포착하고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서울시에 따르면 오 시장은 이날 오후 서울 구로구 개봉동 청년안심주택 '개봉 세이지움'을 찾아 사업 현황을 보고받고 입주 청년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오 시장은 커뮤니티 공간과 실제 주거 공간을 둘러본 뒤 입주 청년들로부터 월세 부담과 대출, 재계약, 결혼과 내 집 마련 등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이날 현장에는 이병철 서울시 주택정책관과 청년안심주택 운영자 등이 참석했다.


청년안심주택은 무주택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역세권의 양질 주택을 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하는 서울시의 대표 청년 주거 사업이다. 공공임대는 주변 시세의 약 30~50% 수준이며 공공지원 민간임대는 유형에 따라 시세의 75~85% 수준이다.

입주 청년들은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임대료와 임대료 인상 제한으로 주거비 부담이 줄었다고 평가했다. 반면 가계대출 규제 강화로 재계약에 필요한 보증금 마련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와 결혼 이후 부부 소득이 합산되면서 정책대출 대상에서 제외되는 이른바 '결혼 페널티'에 대한 불만도 제기됐다.

오 시장의 이번 방문은 중도·무당층 비중이 높은 청년 유권자를 겨냥하는 동시에 청년안심주택에서 잇따라 발생한 문제를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지난해에는 잠실센트럴파크를 비롯해 사당 코브, 쌍문 에드가쌍문, 구의 옥산그린타워 등 4개 단지 296가구에서 보증금 미반환 문제가 발생했다. 서울시는 피해 임차인 보호를 위해 보증금 선지급 제도를 마련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2일 청년안심주택 현장을 찾아 전월세 시장 안정화 대책을 점검했다. 사진은 오 시장이 이날 서울 구로구 개봉역 인근에 위치한 청년안심주택 현장을 방문해 청년 주택 공실을 둘러보는 모습. /사진=뉴스1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시대]에 "정부의 주택 공급 대책 발표를 앞두고 전월세 안정에 대한 서울시의 의지를 강조하기 위한 자리"라며 "최근 전세사기 등 일련의 문제가 발생한 만큼 '안심해도 된다'는 메시지를 주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11일에는 잠실센트럴파크 공공·민간임대 96가구가 공과금 체납으로 단전·단수 위기에 놓인 사실이 알려졌다. 입주 가구 감소로 관리비 수입이 줄었지만 관리비 조정이 이뤄지지 않아 관리사무소 재정이 악화한 데 따른 것이다. 전기요금 미납이 이어질 경우 단전 가능성도 제기됐다.

서울시는 관리주체의 의무 해태에 따른 문제라는 입장이다. 다만 청년안심주택 입주민의 기본적인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할 경우 공과금을 우선 지원한 뒤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청년안심주택 관리의 범위를 '공급'에서 '공급 이후'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분석한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사업자 관리나 입주 이후 주거 품질 관리 체계가 아직 충분히 갖춰져 있지 않다"며 "서울시가 관리하는 사업인 만큼 조례로 보완할 수 있는 부분은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청년 주거 안정의 근본적인 해법으로 공급 확대를 제시했다. 그는 "청년들이 물량이 없어 입주하지 못하는 상황인 만큼 공급을 늘려야 한다"며 "서울의 재개발·재건축 인허가 과정에서 청년 임대주택을 늘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부실 운영 징후를 조기에 파악하고 선제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시 주택실 관계자는 "사업자 선정 단계의 재무건전성 검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사업자가 무너지는 과정에서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거나 수도·전기요금을 체납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사업자가 쓰러진 뒤 피해를 수습하는 것보다 위험 신호를 조기에 포착하는 관리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