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말 주요 외신은 유럽연합(EU)이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다국적 IT기업에 새로운 과세안을 적용한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이번 과세안은 현지 국가에 법인을 설립하지 않았더라도 사업을 운영하면서 700만유로(약 92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거나 10만명 이상의 사용자가 있는 기업에 대해 과세한다는 게 골자다. EU는 이를 통해 연간 약 50억유로(약 6조5562억원)의 추가 세수 확보를 기대한다.
지금까지 다국적 IT기업들은 EU를 비롯한 전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수익을 얻더라도 현지에 별도 법인을 두지 않았을 경우 세금을 내지 않았다. EU는 다국적기업들이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해 법인세가 낮은 나라로 소득을 이전하는 불합리한 행태를 개선하기 위해 이번 과세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수조원 매출, 세금은 200억
일명 ‘구글세’로 촉발된 다국적 IT기업들의 조세회피 문제는 지난 수년간 전세계를 뜨겁게 달궜다. 영국정부는 2015년 4월 처음 구글세를 도입해 이듬해 1월 1억3000만파운드(약 1900억원)의 세금을 구글로부터 징수했다. 이어 이탈리아 세무당국도 구글을 탈세조사로 압박하면서 3억6000만유로(약 3800억원)의 세금을 매겼다. 이런 가운데 EU가 나서 다국적 IT기업 전체를 대상으로 새로운 과세안을 마련한 셈이다.
다국적 기업의 얌체행위 문제는 국내에서도 꾸준하게 불거졌다. 한국무선인터넷산업연합회(MOIBA)의 ‘2017 무선인터넷 산업현황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앱마켓 매출 현황은 ▲구글 플레이스토어 4조8810억원(60.7%) ▲애플 앱스토어 1조9737억원(24.5%) ▲원스토어 9347억원(11.6%) ▲기타 2596억원(3.2%)로 집계됐다.
구글과 애플이 85.2%, 약 6조7547억원에 이르는 시장을 차지한 셈이다. 이들은 앱마켓 매출가운데 30%를 수수료 명목으로 징수한다. 수수료만 따져도 구글 1조4643억원, 애플 5921억원이다. 여기에 각종 광고비와 로열티 등을 더한 금액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라는 게 업계의 의견이다. 하지만 이는 모두 국내매출이 아닌 해외매출로 집계된다. 다시 말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다국적 IT기업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다국적 IT기업의 한 관계자는 “세금을 성실하게 납부하고 있다”며 “일각에서 추측하는 조세회피 문제는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의 말과 달리 지난해 구글이 한국에 납부한 세금은 200억원 안팎이다. 국내시장에서 비슷한 수준의 매출을 기록한 네이버(NAVER)가 4000억원대의 법인세를 납부한 것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정부, 다국적 IT기업 정조준
정부도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대응에 나섰다. 지난 4월8일 금융위원회는 주식회사와 유한회사 모두 외부감사를 받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 시행령 개정안을 내놨다. 개정안은 2020 회계연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그간 구글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다국적 IT기업들은 모두 유한회사로 등록, 매출 등 기업 경영에 대한 자료를 공개하지 않아도 돼 과세 근거를 찾기 어려웠다.
지난 4월15일에는 정부가 ‘디지털세’ 도입여부를 검토하기 위해 국내 IT업계의 의견수렴에 나섰다는 소문이 돌았다. 한 매체는 기획재정부가 EU 등 세계 각국이 디지털 경제에 추가 과세하는 움직임에 발맞추기 위해 디지털세를 도입한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기재부는 이튿날 해명자료를 내고 “최근 OECD와 EU를 중심으로 디지털경제 과세에 관한 장·단기 대책이 발표됐지만 이는 국제적 합의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며 “디지털세에 관한 의견을 수렴할 계획은 없다”고 못박았다. 이는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업계는 다국적 IT기업이 정당한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는 여론을 보여준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 같은 일련의 움직임을 두고 업계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본사가 미국에 있어도 국내에서 기업활동을 하면 국내 기업”이라며 “그간 편법으로 외감을 피하고 세금을 축소 납부한 문제를 해결한다면 국내 IT산업이 건전하게 성장하는 데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37호(2018년 4월25일~5월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