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재계에 세대교체 바람이 분다. 지난 수십년간 기업의 성장을 이끌던 4대 그룹 선대 경영인들이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다음 세대로 경영권이 이동 중이다. 하지만 체제안착까지는 갈 길이 멀다. 상속세 마련은 물론 복잡하게 얽힌 지배구조를 정부의 기준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 선대가 쌓아놓은 업적을 바탕으로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다시 도약해야 하는 막중한 책무도 주어졌다. ‘젊은 경영인’들의 어깨가 무겁다. 


◆젊은 총수들 경영전면에
구본무 LG 회장이 지난 5월20일 숙환으로 타계하면서 아들인 구광모 LG전자 정보디스플레이(ID) 사업부장(상무)을 중심으로 LG그룹의 4세 경영시대가 열렸다. 고 구본무 회장이 1995년부터 LG그룹을 이끈 지 23년 만의 세대교체다. 이로써 삼성·현대차·SK·LG 등 국내 4대그룹이 새로운 시대를 열게 됐다.

삼성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014년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후 아들인 이재용 부회장이 회사 경영을 진두지휘해왔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 총수를 이건희 회장이 아닌 이재용 부회장으로 지정하면서 명실상부한 삼성의 차세대 경영인으로 공인받았다.


현대자동차그룹의 경우 아직 정몽구 회장이 경영일선에 있어 공식적인 경영권 승계가 이뤄졌다고 보긴 어렵다. 하지만 정 회장이 올해 80세의 고령인 데다 아들인 정의선 부회장이 주요 신차 출시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는 등 대외활동을 전담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사실상 정 부회장에게로 경영 무게중심이 옮겨갔다고 본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일찌감치 경영권을 승계했다. 부친인 최종현 전 회장이 1998년 타계하자 38세의 나이에 회장으로 취임해 20년간 회사를 이끌어왔다.

◆상속세·지배구조 어떻게

최 회장을 제외하면 체제안착까지 상속세 마련과 지배구조 개선이란 과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LG그룹 지주사인 ㈜LG의 등기임원에 내정된 구광모 상무의 경우 내야 할 상속세 규모가 최대 1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고 구본무 회장이 보유한 ㈜LG 지분은 11.28%다. 주식 상속 시에는 사망 시점 전후 4개월의 주가로 상속 액수를 산정한다. 구 상무가 지분을 모두 상속받을 경우 9300억원가량을 세금으로 내야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정부로부터 지배구조 개선 압박을 받는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위원회가 연일 삼성의 지배구조를 문제 삼고 삼성생명이 가진 삼성전자 주식처분을 요구한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말 기준 27조원 규모의 삼성전자 지분 8.23%를 보유 중이다. 삼성생명은 삼성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만큼 금산분리 원칙을 위반하지 않으려면 지분을 정리해야 하지만 그룹 지배력을 유지하면서 주식을 처분할 방안은 찾기 어렵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현대모비스를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해 최상위 지배회사로 두고 현대차와 기아차로 이어지는 단순 구조로 전환키로 했다. 이를 통해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놨으나 엘리엇·ISS 등 외국계 자본과 국내 자문사가 반대하자 결국 이를 철회했다. 정의선 부회장은 주주들의 의견을 대폭 수용해 새로운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SK그룹도 SK텔레콤을 중간지주회사로 전환하는 패를 놓고 고민 중이다. 덩치가 커진 SK하이닉스가 그룹의 손자회사에 해당되는 탓에 인수합병에 제약이 있는 만큼 SK텔레콤을 중간지주회사로 두고 SK하이닉스를 자회사로 올려 추가적인 투자의 길을 열기 위해서다. 업계에서는 SK텔레콤의 인적분할을 점치고 있으나 SK 측은 더 안정적인 방법을 고려한다는 방침이다.

◆미래먹거리 발굴 방향은

미래먹거리 발굴 역시 새로운 경영인들이 최우선으로 추진해야할 과제다. 과거와 산업구조가 완전히 변한 상황에서 근본적 혁신 없이는 성장이 어렵기 때문.


글로벌 경제는 저성장구조가 고착화된 가운데 신기술이 급속하게 발전하면서 사회·경제·산업 전반에서 초연결화, 초자동화, 초지능화, 초융합화라는 거대한 파도에 내몰리고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을 앞두고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 빅데이터 등의 새로운 기술개발의 필요성이 커진다.

‘젊은 총수’들은 값싼 노동력을 앞세워 하드웨어를 생산하는 노동집약적 제조산업으로 성장한 선대 경영인들과 전혀 다른 출발선에 서게 된 셈이다.


특히 산업간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이종업종 간 경쟁이 불가피하다. 일례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AI를 기반으로 한 자율주행 시스템 개발을 추진 중인데, 차세대 자동차 개발을 먹거리로 삼은 현대차와의 경쟁이 불가피하다. SK도 AI 개발과 자율주행을 미래성장의 축으로 삼고 있다.


기업들은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외부와의 협업으로 성장 돌파구를 찾겠다는 방침이다. 성장에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글로벌 기업은 물론 스타트업에 이르기까지 협력범위를 넓히겠다는 것. 특히 각 기업의 특화 기술을 살려 경쟁사간 손을 맞잡을 가능성도 높다. 

일례로 삼성전자와 현대차, SK텔레콤은 현재 정부 주도의 ‘자율협력주행 산업발전 협의회’에 참여 중이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는 자율협력주행 인프라 및 플랫폼 구축을, 현대차는 모빌리티 서비스 기술을, SK텔레콤은 5G를 활용한 커넥티드 서비스 기술을 공유하며 자율주행산업 발전을 모색할 방침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42호(2018년 5월30일~6월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