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견은 아프거나 나이가 많아서 버려진 강아지 아닌가요?"
이른 더위가 찾아왔던 지난 5월 마지막주. 유기견 '윈디'와 산책하다 길을 지나던 한 시민에게 유기견에 대한 의견을 물었더니 돌아온 답변이다. 당시 기자는 유기견입양센터에 방문해 봉사활동을 체험하던 중이었다. 순간 반박하고 싶었지만 기자도 봉사활동을 하기 전까지는 그와 같은 생각을 했었기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때 기자를 쳐다보는 윈디의 눈빛은 마치 기자를 꾸짖는 듯했다.
◆"강아지가 입양되지 않을 때 가장 힘들다"
기자는 동물권단체 '케어'의 입양센터에서 진행하는 유기견 산책봉사활동에 지원해 윈디와 처음 만났다. 지난해 두 번째 주인에게 파양되며 입양센터에 입소하게 된 윈디는 아픈 상처 때문인지 처음 보는 사람에게 강한 경계심을 보이는 아이였다.
하지만 산책에 나서니 윈디는 물 만난 물고기처럼 날뛰었다. "강아지든 사람이든 보이면 달려드는 친구니 눈을 떼면 안돼요"라는 센터 직원의 말을 듣고 잠시도 쉬지 않고 달렸다. 약 1시간 동안 공원을 함께 뛰어다녔지만 윈디는 용변을 볼 때 외에는 기자를 쳐다보지 않았다.
센터로 돌아온 윈디가 곧장 보금자리로 들어가자 센터 직원은 “윈디는 처음엔 경계를 많이 하지만 며칠 지나면 장난도 많이 치고 애교도 부린다”며 기자를 위로했다.
케어 입양센터 퇴계로점에서 근무하는 조모씨(27)는 이곳에 온지 1년3개월가량 됐다고 전했다. 어림잡아도 20마리가 넘어 보이는 유기견들을 조씨를 포함해 2명이 관리하고 있다.
일을 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조씨는 “여전히 보수적인 분들은 ‘동물한테 그렇게까지 해야 하냐’며 저희 일을 아니꼽게 보신다”며 “또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하는데 강아지들이 입양이 되지 않고 여기에 오래 머무는 현실을 보면 한계를 느끼곤 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조씨는 “유기견 봉사를 하던 분들이 입양하거나 대부·대모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여건상 강아지를 키울 수 없는 분들은 ‘유기견 대부·대모’ 방법으로 아이들을 정기 후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기견 대부·대모 봉사는 특정한 유기견을 지정해 수시로 봉사하는 방법이다.
◆한해 10만마리 버려져… 안락사되기도
유기동물통계사이트 포인핸드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 5월까지 유기동물이 입양되거나 주인에게 돌아간 경우는 10마리 중 4마리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안락사, 자연사하거나 센터에서 새로운 주인을 기다린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2015년 8만2082마리의 유기견이 발생했고 이후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한해동안 발생하는 유기견 수가 10만여 마리로 추정되는데 실제로는 더 많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구조된 유실·유기견이 동물보호센터로 입소해도 10마리 중 2마리는 10일 안에 주인이 찾으러 오지 않거나 새 주인을 만나지 못해 안락사 당한다. 그나마 동물보호단체에서 운영하는 센터에 머무르는 유기견들은 안락사하지 않고 새로운 주인의 입양을 기다린다.
이날 기자와 같은 시간대에 봉사를 하러온 대학생 양모씨는 “조별과제를 하다가 유기견 봉사를 알게 됐다”며 “원래 강아지를 좋아해 이후 정기적으로 유기견 봉사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봉사자는 “강아지를 좋아하지만 좋아하는 마음만으로 키우는 건 아닌 것 같아 선뜻 입양할 수가 없다”며 “처음에는 유기견의 경우 나이가 들고 힘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갈 곳 잃은 유기견들을 위해 봉사하며 보람을 느낀다는 직원들과 봉사자들, 그들 덕분에 이곳의 유기견들은 인간에게 받은 상처를 다시 인간들로부터 치유받고 있었다.
[소박스] ▶▶▶ 가족이 되어 주세요
▲이름: 윈디 ▲성별: 암컷(중성화 완료) ▲나이: 2016년생 추정 ▲체중: 8kg ▲품종: 믹스견
보호센터에 오기 전 윈디는 견주가 좁고 더러운 창고에 가두는 바람에 그곳에서 지내야 했다. 하지만 주변에서 민원이 늘어나자 주인은 윈디를 버렸고 길거리 생활을 할 위기에 처해졌다. 다행히 그것을 본 제보자가 윈디를 임시보호하며 키웠지만 남편이 강아지 털 알레르기가 있어 더 이상 키울 수 없었고 결국 센터로 들어왔다.
두 번의 파양으로 처음에는 만지려만해도 입질만 하던 윈디. 하지만 며칠이 지나자 사람을 졸졸 따라다니면서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특히 산책을 좋아하는 윈디는 밖으로 나오면 하루 중 가장 행복하다는 표정으로 공원을 뛰어 다닌다. 현재 케어 입양센터 퇴계로센터점에서 윈디를 보호하고 있다.[소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