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카드 커뮤니티서비스 광고. /사진=삼성카드

#. 간만에 영화관에 들른 A씨(30)는 상영 전 한 광고를 보고 의문이 생겼다. 아이의 일상을 공유하는 애플리케이션(앱), 반려동물 양육정보를 공유하는 앱 등의 커뮤니티서비스 4개를 가수 아이유가 소개하는데 이 광고를 삼성카드가 내보냈기 때문이다. A씨는 “카드사가 카드상품, 결제서비스가 아닌 일종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와 같은 커뮤니티서비스를 운영하는 게 생소했다”고 말했다.

삼성카드의 이 광고는 국내 신용카드업계의 고민이 함축된 결과물이다. 카드사가 커뮤니티서비스를 운영하는 점과 새로운 광고 캠페인을 론칭하며 주력 카드상품 또는 회사 이미지광고가 아닌 본업과 동떨어진 이 서비스를 메인 광고로 내보낸 점에서다. 국내 신용카드사가 본업인 지불결제 서비스를 넘어 소비자의 일상으로까지 영역을 확대한다는 전략이 이 광고에 담겨 있다.
◆차별적 경험, 브랜드 이미지 제고

그간 카드사가 ‘외도’에 나선 대표적인 분야는 문화마케팅이었다. 현대카드는 해외의 유명 뮤지션을 초청하는 ‘슈퍼 콘서트’로 문화마케팅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엔 음식·여행 등 테마별 도서관을 운영하는 등 색다른 마케팅을 시도하고 있다. 롯데카드는 ‘롯데카드 무브(MOOV)’라는 문화브랜드를 론칭하고 뮤지컬·전시·연극 콘텐츠를 제공한다. 사운드트랙, 테마라운지 등의 이색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카드업계가 문화마케팅에 적극적인 건 증가 추세인 문화소비 계층을 포섭하기 위해서다. 카드사 관계자는 “문화소비 계층은 상대적으로 구매력이 높은 고객층으로 분류된다”며 “불황 속에서도 고객 기반을 넓힐 수 있고 젊은 고객의 경우 충성고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차별적인 고객 경험을 제공해 브랜드 이미지를 올리는 효과도 낼 수 있다. 김나경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카드업계의 후발주자였던 현대카드가 빠른 시간 내 중상위권에 들어설 수 있었던 건 차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기존의 금융사와 완전히 다른 이미지를 심은 결과”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삼성카드가 선보인 커뮤니티서비스가 주목받는 건 ‘일상성’ 때문이다. 우선 각각의 서비스를 보면 2016년 1월 업계 처음으로 출시한 커뮤니티 앱 ‘베이비스토리’는 아이의 성장기록을 만들고 가족·친구와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다. 삼성카드 회원이 아니어도 사용 가능하며 이용요금은 없다. 출시 이후 10개월 만에 가입자 수가 18만명을 돌파하는 등 현재까지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이후 지난해 4월 육아교육 관련 콘텐츠를 제공하는 ‘키즈곰곰’을 선보인 데 이어 9월 반려동물 양육정보를 제공하고 이용자 간 공유할 수 있는 ‘아지냥이’, 올 1월 중·장년층을 겨냥해 자신의 삶을 정리해 지인과 나누는 ‘인생락서’ 등을 잇따라 출시했다. 실적도 나쁘지 않다. 삼성카드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각 서비스 이용자 수는 베이비스토리 33만명, 키즈곰곰 28만명, 아지냥이 30만명, 인생락서 14만명이다. 부가 서비스치곤 적지 않은 이용자 수다.


삼성카드 키즈곰곰. /사진=삼성카드

◆지불결제 그 이상으로…

이 커뮤니티서비스가 기존의 문화마케팅과 다른 점은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콘서트, 전시회 등의 문화사업은 이벤트에 가깝다. 고객은 특정한 시간대에 지정된 장소로 이동해야 한다. 반면 커뮤니티서비스는 언제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다. 해당 서비스에서 지인과 소통도 할 수 있다. 결정적으로 삼성카드는 이 서비스를 사용하는 데 돈을 받지 않는다.
이는 카드사가 본업인 지불결제사업 이상의 단계로 진입했다는 의미다. 이명식 상명대 교수(신용카드학회장)는 “그간 카드사는 ‘구매’에만 포커스를 맞춰 고객에게 다가갔지만 지금은 ‘사용’에까지 접점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소비는 ‘구매-사용-처분’ 등 3단계 모두를 아우르는 행위다. 카드사의 본업인 지불결제는 ‘구매’에 국한된 사업이다. 일시불 및 할부 수수료(신용판매) 수익, 현금서비스 및 카드론 등 대출(금융판매) 수익이 이에 속한다. 문화사업도 결제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구매 단계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국민 1인당 2.07개의 신용카드를 보유하는 등 레드오션인 현 카드시장에서 구매단계만으론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카드사가 ‘사용’ 단계로 눈을 돌리는 건 이 때문이다. 사용단계는 소비자가 물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한 후 사용해서 처분하기 전까지의 단계다. 고객이 그 물품·서비스를 어떻게 느끼는지를 엿보는 것이다. 사용 단계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유치한 고객을 ‘로열(충성) 고객’으로 삼을 수 있을지 판가름 난다. 이때 커뮤니티서비스는 사용단계에서 고객과 소통할 수 있는 좋은 도구인 셈이다.

모바일 플랫폼 비즈니스모델을 통해 비용구조를 단순화하겠다는 전략도 담겼다. 초기 개발비용 및 서비스 유지비용이 들어가지만 서비스 이용자 모집에 성공하면 이들을 대상으로 한 광고비용을 오히려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류창원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모바일·인터넷 공간을 활용하면 추가 비용 없이 고객 획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류 연구위원은 또 “카드업이 신용공여기능에서 소비생활의 ‘라이프 플래너’ 기능으로 변하고 있다”며 “구글이 이용자의 행동을 데이터로 삼듯 실시간 일어나는 결제 데이터로 라이프 패턴을 파악하겠다는 게 카드업계의 장기 목표”라고 설명했다.

결국 소비자의 일상을 어떻게 지배할 것인지가 카드사에 놓인 숙제인 셈이다. ‘이 상품 쓰세요’라고 외치는 광고는 적어도 카드업계에선 의미가 퇴색됐다. 카드사는 ‘당신의 일상으로 들어가겠습니다’라며 소비자의 마음 문을 두드릴 것이다. 삼성카드가 톱스타 아이유를 새 모델로 정한 후 선보인 첫 광고를 카드상품이 아닌 커뮤니티서비스로 한 이유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48호(2018년 7월11~1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