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철강업계가 미국과 EU(유럽연합), 중국까지 더해 높아진 무역장벽에 고난의 행군을 이어가고 있다. 올 초 미국 트럼프 정부가 불을 댕긴 보호무역주의는 세계 각국으로 번져가며 EU와 중국의 무역보복으로 확대된 것.
미국은 지난 3월 무역확장법 232조 조치를 발령하며 수입물량을 2015~2017년의 70% 수준으로 줄였다. 이에 EU는 미국의 조치에 따라 미국시장에 수출되는 철강이 EU로 유입돼 공급과잉으로 관련산업에 피해를 미친다는 이유로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 조사를 시작했다.
이어 지난 18일에는 철강 세이프가드 잠정조치를 발표했고 19일부터 내년 2월4일까지 200일간 시행한다. 2015~2017년 사이 최근 3년 평균 수입물량의 100% 물량까지는 무관세, 이후 물량은 25% 관세를 부과하는 관세율할당(TRQ) 부과대상이다. 28개 조사품목 중 절대적인 수입증가가 확인된 열연·냉연강판, 도금칼라, 봉·형강 등 23개 품목인데 스테인리스 후판 등 5개 품목은 제외됐다.
국내 철강업계는 “당장 큰 영향이 없다”며 애써 태연해 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국내 철강업체들이 미국과 유럽으로 지난해 수출한 비중은 각각 전체 물량의 11%쯤 되는 만큼 두 지역 모두 영향을 받을 경우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특히 EU의 쿼터제는 국가별 제한이 아니라 총량을 제한한 것이어서 국내외 상황을 면밀히 살피고 정부차원에서도 대응이 요구된다.
여기에 지난 24일 중국 상무부는 한국, 일본, EU, 인도네시아산 철강제품에 대해 반덤핑 조사를 시작했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이들 4개국 제품의 중국시장 점유율이 50%를 넘었기 때문. 조사대상은 스테인리스 압연, 열연강판 등이다. 우리나라의 철강재 대 중국 수출비중은 전체의 13%쯤이다.
철강산업은 기초산업인 만큼 다른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커서 각국의 수입규제 단골 품목으로 꼽힌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세계 27개 국가에서 총 202개 제품에 수입규제를 겪는다. 특히 철강 및 금속에 대한 규제가 95건이나 된다.
관련업계에서는 그나마 중국 내 업체들의 생산이 줄어서 세계적으로 철강재 가격이 안정된 점이 다행이라는 분위기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 중국까지 무역분쟁을 벌이며 단골손님인 철강재에 대한 장벽을 두텁게 쌓는 중”이라며 “국내업체들은 시장다변화전략을 세우고 적극적으로 대응 중이지만 만약 나머지 지역에서도 잇따라 무역분쟁이 벌어진다면 국내 철강업체들의 타격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증권사들은 일부 국내 철강업체의 하반기 실적이 주춤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선두업체인 포스코가 지난 23일 발표한 2분기 영업이익은 1조2523억원으로 증권사 추정치보다 낮은 만큼 하반기 실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철강업체들은 제품가격 인상을 두고 거래처와 신경전을 이어간다. 특히 철강업계는 조선업계와 두께 6mm 이상의 후판 가격의 인상을 조율 중인데 조선업계는 생존의 위기를 간신히 넘긴 만큼 제품가격인상을 막으려는 입장이고 반대로 세계 각국의 무역장벽에 가로막힌 철강업계는 가격인상을 통해 생존을 모색하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각 업계에서는 정부가 나서서 중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정부는 지나친 시장간섭이 또다른 무역분쟁을 불러올 수 있어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