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누진제 완화 등 폭염에 따른 전기요금 지원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추상철 기자
정부가 살인적인 폭염으로 인한 국민의 냉방비 부담을 덜기 위해 전기요금 체계 개편에 나서면서 산업계는 오히려 없던 고민이 커졌다.
주택용과 산업용 전기요금 차이가 지나치게 커 불공평하다는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만큼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달 중순부터 계속된 폭염으로 전기요금 폭탄을 우려한 국민들의 '누진제 폐지' 요청이 빗발치자 7, 8월간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완화하고 폭염 취약계층에 대한 냉방 대책을 실행하기로 했다.


다만 이는 단기적인 대책일 뿐 주택용에만 적용되는 누진제 등 전기요금 체계 개편은 중장기 과제로 계속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산업용 전기요금 개편도 수술대에 오를 전망이다. 가정용 전기가 원가 이하로 공급되는 산업용 전기보다 비싸 형평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은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문제이기 때문.

현재 3단계로 나뉘어 누진제가 적용되는 가정용 전기요금의 최고 판매단가는 kWh(킬로와트/시) 당 280.6원으로, 산업용보다 2배 이상 비싸다.


특히 오후 11시~오전 9시까지 심야시간대에 이용하는 산업용 경부하 요금은 kWh당 53.7~61.6원(여름철 산업용 전력 기준) 수준으로 주택용 누진제 1단계 요금인 kWh당 93.3원에 비해서도 지나치게 낮은 수준이다.

전력소비도 산업용 전기 사용량이 압도적으로 많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전기 사용량이 세계에서 7번째로 많고 증가율도 2번째로 높았다. 분야별 전기 사용량은 산업용이 56.3%, 일반(상업)용이 21.9%였고 주택용은 13.4%에 불과했다.

또한 2013년 우리나라의 1인당 가정용 전력소비량은 1300kWh로 OECD 평균인 2300kWh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으나 산업용은 OECD 평균의 2.2배였다. 따라서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게 정부와 여당의 입장이다.

이 같은 논란은 지난 2016년에도 불거진 바 있다. 당시에도 폭염으로 인한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의 불공정성이 도마위에 오르면서 산업용 전기요금을 인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하지만 산업용 전기요금이 저렴하다는 것은 오해라는 게 경제계의 입장이다. 전경련에 따르면 산업용 전기의 원가회수율은 2014년 102%, 2015년 109%이다. 원가회수율이 100% 이하면 적정 수준보다 전기료가 싸다는 것이지만 100% 이상이면 적정 수준보다 비싼 요금을 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2016년에는 114%였고 지난해에도 105%로 100% 이상이었다.

더욱이 산업용 전기요금은 지난 10년간 10번이나 인상됐다. 2007년 1월 4.2%, 2008년 1월 1.0%, 2008년 11월 8.1%, 2009년 6월 6.5%, 2010년 8월 5.8%, 2011년 8월 6.1%, 2011년 12월 6.5%, 2012년 8월 6.0%, 2013년 1월 4.4% 인상됐다.

같은 기간 주택용 전기요금 인상은 2010년 8월 2.0%, 2011년 8월 2.0%, 2012년 8월 2.7%, 2013년 1월 2.0%, 2013년 11월 2.7% 등 5차례였다.

이런 가운데 산업용 전기요금이 인상될 경우 산업계의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공장을 24시간 가동해야 하는 철강, 정유업계의 피해가 클 것으로 우려된다. 산업계는 전기요금 인상이 원가 상승으로 이어져 경쟁력이 뒤쳐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계 관계자는 "산업용 전기요금 개편은 지난달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업계의 우려를 고려해 '속도조절을 하겠다'고 약속했던 사안"이라며 "이슈가 터지면 으레 기업에 책임을 지우는 방향으로 정책을 조정하는 관행은 지양했으면 한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