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국빈 방한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지난 5월 청와대 본관 집현실에서 확대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터키가 미국과의 외교 마찰로 리라화 폭락 등 경제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그 원인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때문일 가능성이 증권가에서 제기됐다.
지난 1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터키산 알루미늄과 철강에 대한 관세를 2배 올리겠다고 하자 터키 경제는 그야말로 패닉에 빠졌다. 물가가 치솟고 자국통화인 리라화 가치는 급락했다.

13일 오전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한때 역대 최고치인 달러당 7.24리라까지 치솟았다. 환율 상승은 통화가치 하락을 뜻한다.


이 사태는 예견된 일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리라화 가치가 하락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서서히 만들어졌다는 것과 공교롭게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지난 6월 조기 대선에서 승리한 이후로 그런 분위기가 더욱 견고해졌다고 한국투자증권이 분석했다.

앞서 에르도안 대통령이 터키의 모든 권력을 차지한 뒤 재무장관 자리에 자신의 사위를 앉히면서 정부의 투명성을 상실했고, 통화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해 통화당국의 독립성도 훼손했다.

이에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제로 올해 7월 터키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5.4%를 기록할 때, 암묵적으로 금리 인상을 막으면서 리라화가 급락하는데 일조했다"고 전했다.


또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된 것도 문제였다. 터키는 2016년 10월 미국인 브런슨 목사를 간첩 혐의로 투옥한 바 있는데 올해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미국으로 송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터키가 이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서 미국과의 관계가 틀어졌고 미국의 제재가 현실화되면서 리라화가 또 다시 충격을 받게 된다.

마지막으로 이란과의 거래다. 현재 이란은 미국의 핵협상 파기로 다시 제재를 받게 된 상황이다. 미국의 제재 중 핵심은 이란 에너지의 수출을 막는 것인데 터키는 이를 무시한 상황이다.

김대준 연구원은 "한국도 이란산 원유를 많이 수입하지만 한국은 예외국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면서 "반면 터키는 그렇지 못한다. 이에 미국과 다시 한번 틀어질 것이란 우려에 리라화가 추가 약세 압력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터키발 악재로) 부실 전염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며 달러/유로 환율도 미니 박스권을 하향 이탈한 상태다"며 "일단 유럽 주식시장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다. 따라서 유럽을 지켜보면서 앞으로의 추이를 판단할 필요가 있겠다"고 전망했다.

한편 이런 상황에도 에르도안 대통령은 "미국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앞서 터키 북동부 바이부르트에서 열린 집권당인 정의개발당 행사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미국의 제재를 '경제 전쟁'으로 규정하며 "베개 속에 금이나 달러화를 숨겨둔 사람들은 은행에서 리라화와 교환하라"며 "이는 민족과 나라를 위한 전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