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를 제한하는 은산분리 완화가 가을 정기국회에서 논의된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뒤를 이을 제3의 인터넷은행이 출범할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은산분리 완화 특례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제3의 인터넷은행 인가를 본격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다. 9~10월 중 금융산업경쟁도평가위원회에서 제3의 인터넷은행 인가 방안을 살펴보고 연내 인터넷은행 설립을 희망하는 업체의 신청을 받을 계획이다.


◆은행-ICT 등 합종연횡 활발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인기를 실감한 시중은행은 제3의 인터넷은행 타이틀을 획득하기 위한 준비작업에 돌입했다.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 KEB하나은행 등은 인터넷은행에 관심을 보이며 정보통신기술(ICT)기업과 제휴를 강화하고 있다. 2015년 인터넷은행 1차 인가 때는 신청하지 않았지만 은산분리 완화 소식에 관련 시장 진출을 저울질하는 것이다.

지난 7월 1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국회 토론회에 참석해 축사하는 최종구 금융위원장/사진=금융위원회
신한은행은 네이버와 KT, LG유플러스 등 ICT기업들과 다양한 제휴사업을 진행하며 인터넷은행 인가 신청 의지를 내비쳤다. 위성호 신한은행장은 “현재 파트너사를 찾는 중이고 ICT기업과도 물밑작업을 하고 있다”며 “파트너사를 찾으면 인터넷은행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겠다”고 말했다.
농협은행도 NH투자증권에 이어 인터넷은행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현재 케이뱅크 지분 10%를 보유 중이다. KEB하나은행은 SK텔레콤과 함께 모바일 금융플랫폼 '핀크'를 운영하고 있어 인터넷은행까지 합작 범위를 넓힐지 주목된다.

증권사 중에서는 키움증권이 인터넷은행에 관심이 크다. 국내 위탁매매 점유율 13년 연속 1위로 개인투자자를 많이 보유해 경쟁력이 있고 모회사 다우기술의 IT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밖에도 KT를 제외한 이동통신사들이 고객들의 빅데이터를 활용한 경쟁력을 내세워 인터넷은행에 도전할 전망이다. 앞서 인터파크와 함께 컨소시엄에 참가했던 SK텔레콤, LG유플러스는 앞으로 은산분리 완화에 따라 진출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카카오와 함께 포털업계 양대 축인 네이버도 인터넷은행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다. 네이버는 인터파크, LG유플러스와 함께 아이뱅크 컨소시엄을 주도했던 만큼 이번 추가 인가에 큰 관심을 보인다.


황승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은산분리 완화 기대감에 인터넷은행 설립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며 “네이버가 인터넷은행이 되면 카카오처럼 다양한 금융상품 출시할 수 있다. 네이버페이 등 간편결제서비스와 시너지를 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자본력 확보·사업 다각화 과제

새로운 인터넷은행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탄탄한 자본력을 갖춰야 한다. 케이뱅크는 출범 2주 만에 가입자 수가 20만명을 돌파했고 카카오뱅크는 출범 12일 만에 200만명을 넘었다. 두 인터넷은행은 4차 산업혁명시대에 ICT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금융의 ‘집약체’로서 기대를 안고 출발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고객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케이뱅크는 자본금이 부족한 탓에 대출상품마다 월별 한도를 정해 놓고 중단과 재개를 반복했다. 이에 케이뱅크의 대출상품을 이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올 상반기 케이뱅크는 늘어나는 대출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1500억원 규모의 증자를 계획했지만 지분 보유 제한에 막혀 결국 300억원을 증자하는 데 그쳤다.

서비스 혁신성과 인프라 보안성도 인터넷은행이 풀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시중은행과 비교해 상품성이 없거나 보안이 떨어지면 경쟁력이 없다. 무조건 수수료를 면제하거나 할인하는 정책은 케이뱅크, 카카오뱅크에 각각 53억원, 188원이라는 적자를 안겼다.

해외 인터넷은행은 모기업의 기술력을 장점으로 살려 경쟁력을 극대화하고 있다. 각국의 ICT기업이 인터넷은행 혁신을 주도하면서 은산분리를 엄격하게 적용하던 국가에서도 제도완화를 추진하는 추세다.
일본 이온은행은 ‘이온 신용카드’로 결제할 경우 고객에게 일정한 할인혜택을 준다. 또 이온몰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전자화폐 ‘와온’(Waon)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선보여 흥행에 성공했다. 이 은행은 최근 6년간 총자산이 3배, 당기순이익은 2배 이상 증가했다.

중국 텐센트가 설립한 인터넷은행 위뱅크의 지난해 순익은 전년 대비 26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중국은행(4.7%), 교통은행(4.4%), 공상은행(2.8%) 등 중국 국유은행이 한자릿수 순익증가율을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17억명에 달하는 텐센트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자를 타깃으로 빅데이터 분석, 인공지능,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의 장점을 접목한 간편 대출시스템을 제공한 게 성공의 열쇠였다.

이에 따라 국내 인터넷은행도 ICT가 지닌 기술력을 최대한 활용해야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산분리 특별법을 포함한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 홍콩은 지난 2월 금융회사뿐만 아니라 기술회사도 인터넷은행을 소유하고 운영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스타트업부터 대기업까지 50여개 기업이 인터넷은행 참여 문의와 의사를 밝힌 상태다.

서병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인터넷은행의 시스템 리스크와 자산 규모를 고려해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며 “1년이 지난 시점에서 기존 인터넷은행을 보면 자산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 인터넷은행에 대한 동일인 지분소유 한도를 포함해 규제체계를 합리적으로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56호(2018년 9월5~1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