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임한별 기자
정부가 전세자금 대출요건을 강화키로 했다. 금융당국은 서울 주택시장의 과열을 잡기 위해 개인사업자대출과 전세자금대출 실태를 집중 점검하고 이르면 다음 달 부동산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택금융공사는 오는 10월부터 전세자금보증 요건을 강화한다. 전세자금보증 이용 대상을 부부합산 연소득 7000만원 이하로 제한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또한 전세자금보증 대상을 무주택자와 1주택자로 제한한다. 고소득자와 다주택자는 전세대출 받기 어려워지는 셈이다.

정부는 지난 27일 투기지역 신규 지정과 택지 공급을 골자로 한 '8·27대책'을 발표하고 서울 주택시장이 불안한 원인으로 다주택자와 고소득자의 무리한 부동산 투기를 지목했다. 이들이 정부가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운용하는 전세자금 대출제도의 허점을 이용하고 '갭투자'에 나선다는 해석이다.


갭투자는 전세세입자를 끼고 소자본으로 집을 매수하는 투자 방식이다. 정부는 일부 다주택자들이 전세자금보증으로 전세대출을 받아 자신은 전세로 거주하면서 기존에 갖고 있던 여유자금으로 갭투자에 나서 주택가격을 끌어 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지인 간 허위로 전세계약을 체결한 후 전세대출을 받아 이를 주택 구입에 활용하거나 다주택자임을 숨기고 전세대출을 받은 경우에도 대출금을 회수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금융당국은 각 시중은행의 전세대출 취급 현황과 규제 회피 사례를 이번 주부터 점검하고 다음 달 주택시장안정을 위한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정부가 전세보증 요건 강화 카드를 꺼내자 실수요자들은 전세대출이 막힐 우려가 커졌다. 은행에서 전세자금 대출을 받으려면 전세대출보증을 반드시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전세대출 보증을 받지 못하면 신용대출을 받아야 하지만 이 경우 이자가 전세자금 대출에 비해 1%포인트 가량 더 높다. 전세대출에서 밀린 실수요자들이 금리가 높은 신용대출으로 옮겨가게 될 상황이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사업체 노동력조사결과'에 따르면 올 들어 300인이상 기업체에 다니는 노동자들의 1~5월 월평균 명목임금은 1인당 5572만원이다. 맞벌이 부부일 경우 정부가 제시한 소득 7000만원을 훨씬 뛰어넘는다. 300인미만(2992만원) 근로자와 합친 평균소득은 3392만원으로 전세대출 규제 범주에서 벗어나지만 사실상 많은 전세대출 수요자가 대출을 거절 당할 수 있다.

이에 주금공은 자녀수·신혼 여부 등에 따라 기준을 탄력적으로 적용해 ▲신혼 맞벌이부부 8500만원 ▲1자녀 가구 8000만원 ▲2자녀 가구 9000만원 ▲3자녀 가구 1억원 이하로 소득기준을 각각 적용할 계획이다. 다만 다주택자·고소득자의 보증제도 남용을 차단하기 위한 대출규제가 현실보다 장벽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전문위원은 "전세대출 요건을 강화하면 갭투자 등에 사용하는 수요를 차단해 일부 주택 거래량은 줄어들 것"이라며 "하지만 치솟은 주택가격이 쉽게 내려갈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반발이 거세지자 정부도 진화에 나섰다. 금융위는 무주택자의 경우 전세 보증 상품을 이용할 때 소득 요건을 '부부 합산 연 7000만원' 보다 좀 더 완화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소득 요건은 아직 최종 확정되지 않았고 실수요자 입장에서 기준이 까다롭다는 지적이 나와 현재 관련 기관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