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마케팅비 줄여 수수료 인하” 압박에 업계 불만


금융당국의 카드수수료 원가(적격비용) 재산정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카드사의 마케팅비용이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했다. 2012년 제정된 신(新)가맹점수수료체계에 따라 일반가맹점 및 우대가맹점의 카드수수료율이 꾸준히 인하돼 더 이상 수수료 인하 여력이 없다고 맞서는 카드업계에 당국이 마케팅비용을 문제 삼은 것이다. 당국은 카드사가 마케팅비용을 줄이면 카드수수료를 추가로 내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카드사의 마케팅비용이 카드수수료 인하 이슈의 중심으로 떠오르며 올 상반기 활발히 논의됐던 의무수납제 완화 이슈는 자취를 감췄다. 정부가 소상공인의 경영 부담을 줄이기 위한 대책으로 카드수수료 인하를 추진 중이지만 근본적인 대책 없이 ‘생색내기’에 집착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 10월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1

◆‘카드수수료-마케팅비’의 역학관계

카드사의 마케팅비용이 카드수수료 원가 재산정 작업에서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한 건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다. 여·야 할 것 없이 정무위 위원들은 최종구 금융위원장에게 카드사의 마케팅비용이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최 위원장은 연말까지 카드사의 마케팅비용 구조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카드사의 마케팅비용이 카드수수료 이슈의 중심으로 떠오른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선 카드수수료와 마케팅비용의 역학관계를 살펴야 한다.


정부는 2012년 신가맹점수수료체계를 도입하며 카드수수료를 ‘원가’에 따라 산정토록 했다. 여기서 원가는 카드수수료를 구성하는 ‘적격한 비용’(적격비용)이다. 이 비용은 자금조달비, 위험관리비, 마케팅비, 승인·매입비, 일반관리비, 조정비용 등으로 구성된다. 이들 비용이 많아질수록 카드수수료 원가가 올라가 수수료율 인하 여력은 떨어진다. 카드수수료를 원가 기반으로 적격하게 매기라는 의도다. 카드사가 협상력이 높은 대형가맹점의 수수료 인하 요구를 일방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게 하도록 한 장치이기도 하다. 적격비용은 당국과 카드업계 등이 모여 3년마다 산정한다.

적격비용은 우대가맹점의 수수료율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다. 실제 영세가맹점(연매출 2억원 이하)에 적용되는 우대수수료율은 2013년 초 2.0%에서 2016년 초 1.3%, 중소가맹점(3억원 이하)의 경우 같은 기간 1.5%에서 0.8%로 각각 0.7%포인트 인하됐다. 여기에 지난해 8월부터 영세 및 중소가맹점 대상범위가 각각 2억원 이하에서 3억원 이하로, 3억원 이하에서 5억원 이하로 확대됐다. 현재 전체 가맹점 중 87%가량이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는다.

문제는 새로운 적격비용이 적용되는 내년 초 우대수수료율을 추가로 인하할 수 있는지 여부다. 문재인정부는 소상공인의 경영부담 완화를 위해 카드수수료를 인하하겠다고 공언해왔다. 하지만 업계와 금융전문가들은 적격비용대로라면 우대수수료율을 올려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시장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는 자금조달비와 위험관리비 등이 오르고 있어서다.


최 위원장이 지난 8월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카드수수료 인하와 관련해 “자영업자의 카드수수료 부담을 덜어주는 일을 신용카드사에만 맡기기엔 한계가 있다”고 발언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였다. 당시 최 위원장은 “카드업계의 매출은 증가하고 있지만 순이익 규모는 줄어들고 있다”며 “카드사의 추가적인 수수료 인하 여력이 있는지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카드업계의 과도한 마케팅비용이 카드수수료를 둘러싼 이슈의 중심으로 떠오른 건 주목할 만하다. 적격비용 가운데 시장환경의 영향을 덜 받는 항목이 마케팅비용이어서다. 카드사가 마케팅비용을 줄이면 수수료 원가가 내려가고 우대수수료율을 인하할 여력이 생긴다. 즉 카드사의 마케팅비용이 과도하므로 이 비용을 줄여 우대수수료율을 추가로 인하하겠다는 것이다. 우대수수료 적용을 받지 않는 일반가맹점의 평균 수수료율 인하 효과도 낼 수 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9월 상반기 카드사 영업실적을 발표하며 카드사의 마케팅비용 세부 내역을 공개한 것도 이런 의도가 아니었냐는 분석이 나오는 건 이 같은 배경에서다. 금감원은 당시 카드사의 실적 악화가 과도한 마케팅비용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금감원이 실적 발표에서 여러 항목 중 마케팅비용만 부분 공개한 건 처음이었다.

◆“마케팅비 과도” 당국의 자가당착

그러나 마케팅비용을 둘러싼 이 같은 논란에서 당국도 자유로울 수 없다. 2016년 이후 카드상품에 탑재된 부가서비스를 최소 3년간 유지해야 하며 부가서비스 축소를 위해선 감독당국의 약관 변경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금감원이 승인한 적이 한차례도 없어서다. 카드상품의 기본 부가서비스 비용은 카드사가 지출하는 전체 마케팅비용의 74%가량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마케팅비용을 줄이라면서 정작 소비자 권익을 앞세워 부가서비스 축소를 못하게 막는 건 (금융당국이) 자가당착에 빠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결국 나머지(부가서비스를 제외한 나머지 마케팅비용 분) 26%를 줄이라는 건데 일회성마케팅의 대부분은 무이자할부다. 이를 줄이면 소비 축소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정부가 ‘대책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카드업계의 마케팅비용 억제 카드를 꺼내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소상공인 경영부담 완화를 위해 내세운 공약인 카드수수료 인하를 어떻게든 실현시키려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비판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올 상반기 논의됐던 카드 의무수납제 완화 방안은 자취를 감췄다. 의무수납제는 가맹점이 카드결제를 거부하지 못하도록 한 제도다. 이 제도를 완화하면 소상공인이 소액결제 건에 대한 카드결제를 거부할 수 있어 카드수수료 부담이 줄어들 것이란 분석에 따라 관련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됐다. 금감원의 한 금융감독자문위원은 “카드수수료 제로를 표방하며 서울시가 추진 중인 ‘제로페이’ 사업이 사회적 이슈로 등장하며 당국에서 의무수납제 논의가 사라졌다”며 “(당국은) 카드수수료를 더 낮추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명식 상명대 교수는 “마케팅비용은 기업이 수익을 관리하는 차원에서 다뤄야 할 문제지 정부규제 건은 아니다”며 “카드수수료 인하 여력이 사실상 전무한 상태에서 소상공인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은 의무수납제를 완화하는 것이다. 의무수납제 완화 시 카드업계의 마케팅비용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가맹점이 모든 카드사의 카드결제를 거부할 수 없는 현 환경에선 고객 유치 및 유지를 위한 카드사의 마케팅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64호(2018년 10월31일~11월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