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인천 문학 주경기장에서 열린 2018 리그오브레전드 월드챔피언십(롤드컵) 결승전에는 2만6000명의 관객이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이번 결승전에는 한국팀이 아닌 중국의 인빅터스 게이밍(IG)과 유럽의 프나틱이 맞대결을 펼쳤음에도 한국의 e스포츠팬들은 최고의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았다. 원정 응원을 온 중국과 유럽 팬들도 눈길을 끌었다. 마치 유럽축구의 챔피언스리그 경기처럼 다양한 국적을 지닌 사람들이 경기를 즐기기 위해 모인 현장이었다.
이번 결승전에는 한국팀이 아닌 중국의 인빅터스 게이밍(IG)과 유럽의 프나틱이 맞대결을 펼쳤음에도 한국의 e스포츠팬들은 최고의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았다. 원정 응원을 온 중국과 유럽 팬들도 눈길을 끌었다. 마치 유럽축구의 챔피언스리그 경기처럼 다양한 국적을 지닌 사람들이 경기를 즐기기 위해 모인 현장이었다.
2018년은 그동안 꾸준히 발전해 온 e스포츠가 스포츠로서 가능성을 보여준 해다. 2018 자카르타-아시안게임에 리그오브레전드와 스타크래프트2 등 총 6개 종목이 시범종목으로 채택돼 경기를 펼쳤다. 지상파 방송사 KBS와 SBS는 한국과 중국 대표팀이 맞대결을 펼친 리그오브레전드 결승전 전 경기를 실시간으로 생중계하기도 했다. 이번 대회에서 메달을 따낸 e스포츠 선수들은 실제 타 종목 선수들처럼 실제 메달을 받기도 했다.
◆대중 스포츠로 진화… 팬 증가 힘입어 폭발적 성장
축구, 야구, 농구 등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대중 스포츠 종목들의 공통된 특징은 ‘즐기는 스포츠’와 ‘보는 스포츠’의 조화다. 직접 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은 물론 단지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찾는 사람들이 어우러지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해당 종목이 소비된다.
단순하게 컴퓨터 또는 콘솔 게임기기를 조작하는 ‘게임’으로 치부됐던 e스포츠 역시 수많은 게이머들을 확보하면서 동시에 다양한 팬들을 경기장과 중계방송에 불러 모으며 대중 속으로 파고들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17 e스포츠 실태조사’에 따르면 일반 국민 1200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 ‘취미로 e스포츠를 즐긴다’고 응답한 비율은 45.1%로 나타났다. 이들이 e스포츠를 즐기는 방식으로는 ‘방송을 시청한다’는 응답이 75.1%를 기록, ‘e스포츠 종목인 게임을 직접 즐긴다’고 답한 사람(54.5%)보다 많았다. 오히려 플레이하는 게이머보다 보면서 즐기는 시청자가 더 많아지는 추세다.
경기를 보는 주체인 시청자와 관객의 수는 해당 종목의 발전에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소비된 이후 들어오는 자본이 많을수록 관련 인프라와 선수단 규모 등이 눈에 띄게 달라진다. 쾌적한 시설과 뛰어난 선수들이 확충될수록 더 많은 관객들이 찾아오고 이 같은 선순환은 해당 리그와 종목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간다.
1985년 헤이젤 참사로 5년간 유럽 대항전 출전이 금지되면서 암흑기를 겪었던 잉글랜드 풋볼 리그는 1992년 프리미어리그로 재출범하면서 동시에 여러 개혁을 감행했다. 새로운 중계구조를 도입해 중계 판권을 바탕으로 1부리그 클럽들이 충분한 재정을 확보할 수 있었고 2000년 중반부터 ‘세계적 갑부’들의 인수 전쟁이 이어지면서 프리미어리그는 완전히 탈바꿈했다
넘치는 자본을 바탕으로 많은 구단이 신식 구장들을 구축해 나갔으며 수많은 스타 선수들을 영입하면서 전력을 강화했다. 그리고 더 많은 시청자를 끌어들일 최첨단 중계시설을 구축하면서 전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고 부유한 리그로 자리잡았다.
컨설팅업체 딜로이트에 따르면 2016-2017시즌 기준 프리미어리그는 총 53억유로(약 6조7000억원)에 달하는 수입을 올렸는데 2위인 프리메라리가의 28억6000만유로(약 3조3000억원)의 2배 가까이 이르는 수치다.
이와 관련, e스포츠의 전망은 매우 밝다. 라이엇게임즈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11월 리그오브레전드 월드챔피언십 대회 동안 전세계에서 약 4억명의 팬들이 경기를 시청했다. 특히 세계적으로 최고 인기 구단들인 SKT T1과 로얄 네버 기브업(RNG)의 4강전에서는 누적 시청자가 무려 8000만명에 달했다.
SKT와 삼성 갤럭시 간 결승전도 5760만명의 시청자를 불러 모았으며 경기가 펼쳐진 중국 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은 5만명에 달하는 관중이 이 경기를 직접 관람하기 위해 자리를 가득 메웠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NEWZOO’ 에 따르면 올해 e스포츠 시청자 수는 약 3억8000만명으로 추정되며 2021년에는 약 5억5000만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여기에 올해 기준으로 약 9억달러(1조150억원)에 이르는 e스포츠 수입 규모가 약 15억달러(1조7000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유럽 5대 축구리그 중 하나인 프랑스 리그앙의 2015-2016시즌 수입 규모(약 14억8500만유로, 한화 1조9000억원)와 맞먹는 수준이다.
◆해외 유명 구단·기업들, 구단 창단 러시
e스포츠의 거대한 잠재력이 부각되면서 세계 각지에서는 e스포츠에 대한 활발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발렌시아, 파리 생제르망(PSG), FC 샬케04, 베식타스, 페네르바체 등의 구단들은 리그오브레전드 구단을 인수하거나 신규 창단했다.
샤킬 오닐 요나스 예렙코, 릭 폭스 등 전·현직 NBA 선수들도 리그오브레전드 구단 인수에 나섰으며 메수트 외질과 크리스티안 푸흐스 등 프리미어리그 선수들은 EA의 게임 ‘FIFA’를 종목으로 하는 팀을 직접 창단했다. 2017년에는 레드불이 유럽리그의 팀을 창단하는 등 글로벌 기업들도 e스포츠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중국에서는 기업들의 참여를 넘어서 올해부터 MLB와 NBA, NFL 같은 ‘지역 연고제’가 정착됐다. 지난 중국 LPL 서머 시즌에는 항저우의 LGD, 충칭의 Snake, 청두의 OMG, 베이징의 RNG, 시안의 Team We가 연고제로 운영됐으며 차기 시즌에도 추가로 두 지역이 합류할 예정이다.
블리자드사의 게임 오버워치는 이보다 앞선 지난해부터 연고제를 도입했다. 서울, 런던, 상하이, 휴스턴, 필라델피아, 샌프란시스코, 보스턴, 뉴욕 등 12개의 팀이 메이저리그 격인 ‘오버워치 리그’에 출전했다. 내년 리그 시즌2에는 애틀랜타와 광저우에 이어 토론토, 밴쿠버, 파리, 워싱턴, 청두, 항저우 등 8팀이 추가로 합류해 총 20개 팀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미국 매체 ESPN에 따르면 오버워치 리그 시즌2의 시드권 가격이 최소 3000만달러(한화 약 322억원)에 형성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시장 가치를 높게 평가받고 있다.
◆해외 유명 구단·기업들, 구단 창단 러시
e스포츠의 거대한 잠재력이 부각되면서 세계 각지에서는 e스포츠에 대한 활발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발렌시아, 파리 생제르망(PSG), FC 샬케04, 베식타스, 페네르바체 등의 구단들은 리그오브레전드 구단을 인수하거나 신규 창단했다.
샤킬 오닐 요나스 예렙코, 릭 폭스 등 전·현직 NBA 선수들도 리그오브레전드 구단 인수에 나섰으며 메수트 외질과 크리스티안 푸흐스 등 프리미어리그 선수들은 EA의 게임 ‘FIFA’를 종목으로 하는 팀을 직접 창단했다. 2017년에는 레드불이 유럽리그의 팀을 창단하는 등 글로벌 기업들도 e스포츠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중국에서는 기업들의 참여를 넘어서 올해부터 MLB와 NBA, NFL 같은 ‘지역 연고제’가 정착됐다. 지난 중국 LPL 서머 시즌에는 항저우의 LGD, 충칭의 Snake, 청두의 OMG, 베이징의 RNG, 시안의 Team We가 연고제로 운영됐으며 차기 시즌에도 추가로 두 지역이 합류할 예정이다.
블리자드사의 게임 오버워치는 이보다 앞선 지난해부터 연고제를 도입했다. 서울, 런던, 상하이, 휴스턴, 필라델피아, 샌프란시스코, 보스턴, 뉴욕 등 12개의 팀이 메이저리그 격인 ‘오버워치 리그’에 출전했다. 내년 리그 시즌2에는 애틀랜타와 광저우에 이어 토론토, 밴쿠버, 파리, 워싱턴, 청두, 항저우 등 8팀이 추가로 합류해 총 20개 팀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미국 매체 ESPN에 따르면 오버워치 리그 시즌2의 시드권 가격이 최소 3000만달러(한화 약 322억원)에 형성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시장 가치를 높게 평가받고 있다.
e스포츠 종주국인 한국에서는 본격적인 e스포츠 인프라 구축을 위한 투자가 민·관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 라이엇게임즈는 지난 9월 서울 종로구 그랑타워에 총 1000억원을 투자해 500여명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LCK 아레나’와 카페, 기프트숍, 전시공간 등이 어우러진 복합 상설 경기장을 개관했다.
경기장 내에는 타 종목의 경기장처럼 선수와 미디어가 만나는 '프레스룸'은 물론 경기 전 작전회의를 위한 화이트보드 등이 설치됐다.
국내 게임회사 액토즈소프트도 지난달 서울시 역삼동에 위치한 자사 사옥 지하 1층에 e스포츠 전용 경기장인 ‘액토즈 아레나’를 개관했으며 2년 동안 100억원을 투입해 추가로 경기장을 건립한다는 계획을 세운 상태다.
같은 달 경기도는 내년부터 4년간 e-스포츠 산업생태계 조성을 위한 인프라 구축 및 선수·연관 산업 종사자 인재육성시스템 구축 등을 위해 총 134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500석 규모의 '경기 e-스포츠 전용 경기장'이 2022년 상반기까지 건립된다. 여기에 2020년 이후에는 ‘경기 e-스포츠 트레이닝센터’도 건립해 e-스포츠 산업지원과 연구, 선수 육성을 담당하도록 할 계획이다.
◆‘게임’에 머물고 있는 인식 변화 시급
폭발적인 발전과 높은 기대치에 따라 e스포츠의 인식도 차츰 변화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아시안게임 시범경기 채택은 파급력 있는 신호탄이었다. 게임을 한 나라를 대표한 선수들이 국가마크를 달고 자웅을 겨루는 어엿한 ‘종목’으로 인정한 것이다. 여기에 지상파 방송사인 KBS와 SBS의 중계방송은 스포츠로 나아가고 있는 e스포츠의 현황을 국민에게 알리는 가장 효과적인 홍보수단이었다
올림픽 관계자들도 뛰어난 잠재력을 지닌 e스포츠를 눈여겨보고 있다. 지난 7월21일(한국시간) 스위스 로잔에서는 스포츠로서 e스포츠의 가능성을 논의하는 e스포츠 서밋 포럼이 진행됐다. 포럼에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인 토마스 바흐와 국제경기연맹총연합회(GAISF), 마이크 모하임 블리자드 대표, 브랜든 백 라이엇 게임즈 대표 등이 참석하면서 e스포츠와 올림픽 관련 다양한 주제가 다뤄졌다.
특히 이날 2024년 프랑스 파리올림픽 유치위원회는 e스포츠를 2024년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하는 것에 큰 관심을 보였다. 삼성증권이 지난 8월 발간한 ‘글로벌 e스포츠 전성시대’ 보고서에 따르면 올림픽과 같은 메가 스포츠 이벤트의 수익이 줄어들고 미디어 수익률 의존도가 60% 이상으로 높아지는 상황에서 위기의 돌파구를 찾고 있는 국제올림픽위원회가 e스포츠를 대안으로 눈여겨보고 있다.
긍정적인 요소들이 이어지면서 e스포츠 팬들의 기대감도 부풀어 오른 상태다. 이번 롤드컵 결승전을 현장에서 관람한 배모씨(23)는 “e스포츠도 타 스포츠 종목처럼 정해진 규칙 안에서 전략·전술 등을 이용해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가리는 경기를 펼치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대중적 인기를 끌고 있는 만큼 충분히 스포츠로 발전할 수 있다”고 답했다.
한국e스포츠협회의 한 관계자는 “세대가 변하며 문화가 자연스럽게 변하듯이 e스포츠가 스포츠로 인정받는 일은 시간 문제”라며 “현재 e스포츠에 열광하는 10·20대들에게 e스포츠는 공정한 규칙 아래 '보는 스포츠'로서 재미를 주는 자연스러운 스포츠 문화이자 여가문화로 자리잡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전히 기성세대 등의 부정적인 인식도 만만찮다. 지난달 24일 국정감사 당시 이동섭 바른미래당 의원이 “e스포츠는 게임입니까, 스포츠입니까”라는 질문을 내놓자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e스포츠는 스포츠가 아닌 게임”이라고 답해 논란을 낳았다.
한국 체육계의 수장이 여전히 e스포츠를 게임에 한정된 종목으로 인식한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발언이었다. 이기흥 회장의 발언 이후 이동섭 의원도 “e스포츠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스포츠인데 답변에서 보듯이 우리나라 엘리트 스포츠계는 e스포츠의 스포츠화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적인 명문구단 바이에른 뮌헨의 레전드이자 현 회장인 울리 회네스도 구단 내에서 e스포츠 팀을 창단하려는 움직임이 일자 “젊은 사람들은 운동장에서 스포츠를 즐겨야 하며 게임은 절대 올림픽 종목이 되면 안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한국e스포츠협회 관계자는 “e스포츠에 대한 인식을 개선시키기 위해서는 콘텐츠로서 평가절하되고 있는 게임의 가치를 인정받고 e스포츠가 지니고 있는 잠재력을 기성세대들과 나누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다”며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스포츠의 스포츠화’가 언급되기 시작한 것은 불과 몇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벌써 올림픽 채택이 논의될 정도로 성장속도는 경이롭다. 앞으로 e스포츠의 투자와 인프라 구축에는 더욱 박차를 가하고 부정적인 인식 개선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면 e스포츠가 당당히 스포츠의 한 종류로 인정될 날은 그리 멀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