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벌었다'… 유예 대체로 환영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는 14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이사회를 열고 당초 IFRS17 제도 시행 1년 유예를 확정했다. 당초 글로벌 보험업계는 2년 연장을 원했다. 국내에서도 생명보험협회가 IASB에 꾸준히 2년 연장을 요청했지만 최종적으로 1년 유예가 결정됐다.
보험업계는 IFRS17 1년 유예로 한숨 돌렸다고 반응하면서도 준비작업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분위기다. 대형사들은 이미 사전에 자본확충을 마치고 상품 포트폴리오 변화 등 내부플랜을 충실히 이행 중이다. 올 1~10월까지 생·손보사들의 자본확충 금액만 4조원에 육박한다. 중소형사들도 후순위채 발행이나 유상증자 등의 방법으로 자본을 늘렸다.
또한 대부분의 생보사는 저축성보험 판매를 줄이고 종신보험, 암보험 등 보장성보험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 주로 저축성보험을 판매하는 생보사 방카슈랑스 초회보험료가 올 상반기 전년에 비해 절반으로 줄어든 것이 그 증거다. 중국안방보험에 인수된 후 저축성보험 판매로 몸집을 불려온 동양생명과 ABL생명 역시 올해 보장성보험 판매로 전략을 수정했다.
한 대형사 관계자는 "재무상황에 따라 2022년까지 한두차례 자본확충을 더 실시할 수도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2021년 도입에 맞춘 로드맵을 그대로 실행할 것"이라며 "단, 저축성 상품 라인업은 앞으로 더 줄어들 수 있다"고 밝혔다.
중소형사들도 한숨 돌린 분위기다. 당국의 지급여력(RBC)비율 권고기준인 150%를 넘겼어도 현재 200% 이하인 보험사는 언제든 재무 위기에 빠질 수 있다. 올 2분기 기준 RBC비율이 200% 이하인 생보사는 흥국생명(184.4%), 푸본현대생명(147.7%), 하나생명(166.8%), KDB생명(194.4%), 신한생명(199.6%), DGB생명(191.2%), DB생명(173.2%) 등이다. 손보사는 DB손보(198.4%), NH농협손보(187.8%), 롯데손보(155.6%), 메리츠화재(189.9%), MG손보(82.3%), KB손보(185.8%), 한화손보(172.9%), 현대해상(182.3%), 흥국화재(156.5%) 등이 RBC비율 200% 이하를 기록했다.
이들 회사 중 자본확충 여력이 있는 대형사는 큰 문제가 없겠지만 중소형사는 얘기가 달라진다. 올 3분기에 유상증자를 시행한 푸본현대생명처럼 대주주의 도움을 받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중소형사는 자본확충면에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1년 유예는 이들에게 단비가 될 수 있다.
만약 중소형사들이 자본확충을 서두른다면 국내외 기준금리 인상이 예고된 만큼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을 때 자본 확충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보험사들은 지난해 외국에서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섰지만 올해 미국 금리 인상으로 국내 자본 조달로 선회한 상황이다.
중소형사의 경우 IFRS17 회계시스템 구축 대비에도 시간을 벌게 됐다. 현재 10여개 중소형사들은 컨소시엄 형태로 보험개발원이 주도하는 IFRS17 시스템 공동구축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하나생명이나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 등은 중소형사임에도 회계시스템 구축 관련 인력이나 노하우 등을 하나지주, 교보생명 등으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지만 이마저도 어려운 중소형사는 스스로 이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시스템 공동구축이 끝나면 중소형사들은 내부시스템 연계 등 각 사별로 추가적인 작업기간이 필요해 유예기간 동안 보다 효율적으로 이를 대비할 수 있게 됐다.
◆유예 '아쉽다'는 생보사
외국계 생보사들은 이번 유예소식이 반갑지 않다. 외국계 생보사는 고금리 확정형보험 비중이 낮고 주력 상품이 대부분 보장성보험 위주로 구성돼 IFRS17 도입에 따른 부담이 적어서다.
올 3월 NICE신용평가는 IFRS17 도입과 관련해 오렌지라이프(구 ING생명), AIA생명, 라이나생명, BNP파리바카디프생명 등을 저위험군 보험사로 분류했다. 외국계 생보사의 경우 국내 시장에서의 생명보험업 영위기간이 길지 않거나 최근 들어 영업을 확대함에 따라 과거에 판매했던 고금리 확정형보험 비중이 낮다는 분석이다.
오히려 IFRS17 도입에 앞서 대부분의 보험사가 자본확충에 열을 올릴 때 강점을 보이는 보장성보험 판매를 확대해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려던 일부 외국계 생보사는 이번 유예를 아쉬워하고 있다.
IFRS17도입, 왜 보험사만 비상?
국내 보험사들은 IFRS17 도입을 앞두고 골치를 썩혀왔다. 과거 우리나라는 국내용으로 만들어진 회계기준에 따라 재무제표를 작성했다. 하지만 국제회계기준과 거의 차이가 없음에도 국제기준을 채택하지 않아 재무제표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자 2011년부터 국제회계기준을 전격 도입했다. 대부분의 회사가 이 국제회계기준에 맞춰 재무제표를 작성해 왔는데 문제가 생겼다. IASB가 2021년 금융사의 자산ㆍ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장가격으로 평가하는 IFRS17 도입을 결정하면서다. IFRS17 도입 시 금융권에서는 보험업계가 재무적인 문제에 빠진다. 과거 판매한 저축성보험의 보험료는 나중에 돌려줘야 할 돈이라 회계장부상 모두 부채로 잡히기 때문이다. 이때 저축성보험을 대거 판매한 보험사일수록 자본건전성을 판단하는 지표인 RBC비율이 하락한다. 결국 보험사 입장에서는 RBC비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자본을 확충해야 하는 셈이다.
국내 보험사들은 IFRS17 도입을 앞두고 골치를 썩혀왔다. 과거 우리나라는 국내용으로 만들어진 회계기준에 따라 재무제표를 작성했다. 하지만 국제회계기준과 거의 차이가 없음에도 국제기준을 채택하지 않아 재무제표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자 2011년부터 국제회계기준을 전격 도입했다. 대부분의 회사가 이 국제회계기준에 맞춰 재무제표를 작성해 왔는데 문제가 생겼다. IASB가 2021년 금융사의 자산ㆍ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장가격으로 평가하는 IFRS17 도입을 결정하면서다. IFRS17 도입 시 금융권에서는 보험업계가 재무적인 문제에 빠진다. 과거 판매한 저축성보험의 보험료는 나중에 돌려줘야 할 돈이라 회계장부상 모두 부채로 잡히기 때문이다. 이때 저축성보험을 대거 판매한 보험사일수록 자본건전성을 판단하는 지표인 RBC비율이 하락한다. 결국 보험사 입장에서는 RBC비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자본을 확충해야 하는 셈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67호(2018년 11월21~2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