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본좌. 음지에서 그는 더 유명했다. 본좌는 최고수를 뜻하는 말로 인터넷에 음란물을 대량으로 유포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은어다. 그는 웹하드업계 초창기부터 웹하드 10여개를 운영하면서 심본좌라는 별칭을 얻었다. 업계에서도 심 대표의 주 사업이 숙박앱 여기어때가 아닌 웹하드를 통한 음란물 유통이라는 얘기가 떠돌았다. 웹하드사업 수익으로 여기어때 적자를 메워왔다는 말도 나왔다.
숙박앱 여기어때를 운영하는 심명섭 위드이노베이션 대표가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한 것은 지난달 말. 웹하드 업체를 통해 수백만건의 음란물을 유통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히면서다.
경찰에 따르면 심 대표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9월20일까지 실소유한 웹하드업체 ‘예스파일’과 ‘애플파일’을 통해 음란물 427만건을 대규모로 유통했다. 이 기간 그가 올린 수익만 52억원. 이 중에는 생산과 유통·배포가 엄격히 금지된 미성년자 관련 음란물이 172건, 촬영 과정에서 불법성이 확인된 영상도 40건 이상 포함됐다.
◆지분 떼고 합치고… 화려한 사업 행적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심 대표의 사업 궤적을 따라가다 보면 그 답이 나온다. 그는 개발자 출신으로 지난 14년간 수차례 법인을 설립하고 매각하면서 현재 자리에 오른 인물이다. 창업한 회사를 팔아치우는 방법으로 적게는 수억 많게는 수백억원을 챙겼다.
2004년 부산에서 처음 창업한 제휴마케팅업체도 수익을 얻은 뒤 곧바로 매각했다. 이후 심 대표는 웹하드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사세를 확장하던 그는 2008년 위드웹이란 웹하드업체를 설립했다. 위드웹은 TV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이 끝나자마자 고화질 파일로 녹화해 인코딩·유통하는 ‘엔탈’이란 플랫폼을 운영하는 회사. 다만 대부분의 수입은 웹하드 엠파일에서 거뒀다.
2012년엔 심 대표의 친구 최모씨가 영미디어를 설립, 웹하드 예스파일을 운영했다. 위드웹과 영미디어는 같은 건물 다른 층에 위치해 콘텐츠 공유 등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몇달 뒤 영미디어는 뱅크프라임에 합병되고 뱅크프라임은 2015년 위드웹에 흡수됐다.
그의 측근이 세운 회사도 결국 위드웹의 지배 아래 놓이게 된다. 2015년 9월 위드웹에서 분할돼 설립된 것이 숙박앱 여기어때를 운영하는 위드이노베이션이다. 위드웹은 숙박업뿐 아니라 웹하드업체인 뱅크미디어를 100% 자회사로 뒀다. 뱅크미디어는 2015년 11월 자본금 3억원으로 설립됐다.
위드웹은 여기어때로 유명했지만 주요 현금 곳간은 뱅크미디어였다. 지난해 뱅크미디어 매출은 300억원. 설립 2년이 채 안돼 자본금의 100배에 달하는 매출을 올린 셈이다. 300억원 가운데 웹하드 포인트 매출은 286억원. 영업이익은 107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무려 37%에 달했다.
업계 관계자는 “여기어때가 초창기 수백억 적자를 내면서 버틸 수 있던 이유도 웹하드업체에서 벌어들인 수익 아니겠냐”며 “음란동영상으로 번 돈이 결국 여기어때 성장을 지탱해 온 셈”이라고 꼬집었다.
업계에선 심 대표와 관련된 웹하드업체가 사실상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협력관계를 유지해 온 디케이커뮤니티의 웹하드업체 본디스크도 사실상 심 대표 회사로 의심받고 있다. 예스파일과 본디스크가 그동안 여기어때 할인쿠폰을 주는 등 마케팅을 공동으로 펼쳐온 점, 2016년부터 2017년까지 심 대표의 측근인 최모씨가 이 회사에 근무한 이력이 있는 점 등이 의심정황이다.
웹하드업계 한 관계자는 “엠파일을 운영하던 미디어네트웍스도 심 대표 형이 대표와 이사를 지냈고 실제 심 대표가 사업 초창기부터 이끌어 온 외곽회사들이 모두 아내, 친구, 조카 등 측근들과 관련이 있다”며 “법인을 쪼개 합병하고 신설하기만 했을 뿐 심 대표 한명의 회사나 다름없는 셈”이라고 귀띔했다.
◆“소유만 했을 뿐 운영 관여 안했다”
심 대표는 경찰 조사에서 “나는 웹하드를 소유만 했을 뿐 운영에는 관여하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심 대표가 2012년 위드웹 시절 있었던 부정청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해 유죄 판결을 받은 점 등에 미뤄볼 때 사업 초창기부터 웹하드 운영에 깊숙이 관여해 왔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심 대표는 당시 웹하드 콘텐츠 이용과 관련한 저작권 대금을 줄이기 위해 외주업체 대표에게 부정청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주업체에서 사용하는 필터링 기본 사용료와 검색수수료 등을 지급하지 않도록 해달라는 청탁이었다.
업계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웹하드를 운영하면서 공급책, 로열책 등의 역할을 함께 해왔다는 방증”이라며 “오너리스크로 인해 사실상 내년으로 예정됐던 여기어때 상장도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거래소가 기업 상장 심사 시 기업 신뢰도와 최대 주주의 도덕성을 중요하게 평가하는 추세여서다.
이어 “그동안 몰카의 온상이던 웹하드업체 피해자들이 속앓이를 하는 사이 웹하드 소유자들은 그들의 영상을 팔아 돈을 벌면서도 외부에선 벤처창업자로 주목받는 아이러니가 반복됐다”며 “앞으로 관건은 심 대표가 이렇게 벌어들인 부당이익을 얼만큼 환수하느냐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70호(2018년 12월12~1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