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금융+기술) 바람이 금융의 벽을 허물고 있다. 최근 은행권은 API(애플리케이션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를 개방하면서 핀테크 업체와 금융서비스, 금융상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은행이 계좌이체·조회, 가상계좌 등 시스템과 정보를 개방하면 핀테크 업체가 이를 활용해 다양한 금융상품을 개발한다. 핀테크 업체는 기술개발 비용을 줄이고 고객은 하나의 앱에서 금융·비금융 거래를 동시에 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독점하던 데이터, 금융정보 오픈
API가 은행권의 내년도 IT금융 화두로 떠올랐다. 인터넷은행과 P2P회사 등 새로운 금융기술을 무장한 핀테크 업체들이 등장하면서 은행도 변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KB국민은행은 공고를 내고 오픈 API 시스템 확대 구축을 위한 업체 선정에 나섰다. 그동안 KB금융그룹은 그룹 내 계열사의 서비스를 연계한 내부용 API를 구축했으나 외부에 API를 개방해 핀테크 업체와 제휴를 확대할 방침이다.
신한은행도 API 고도화 작업에 착수했다. 올 7월 구축한 외부 플랫폼을 기반으로 개인과 기업 등 API에 참여하는 비즈니스 파트너를 늘릴 계획이다.
올 2월 API 공개를 시작한 KEB하나은행은 현재 40여개 API를 제공하고 있으며 점차 제휴업체를 확대할 예정이다. 온라인플랫폼 ‘핀카’에는 자동차대출 ‘원큐(1Q) 오토론’ 외에 사이버환전·금융정보조회·영업점 찾기 등 서비스를 추가한다. API를 가장 먼저 시작한 농협은행은 ‘NH핀테크 오픈플랫폼’을 업그레이드 하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API를 통해 외부 업체와 협업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등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며 “오픈 API 사업 범위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의 API는 세계적인 추세다. 최근 유럽은 PSD2(간편결제서비스2) 개정으로 은행이 고객의 동의를 거쳐 계좌정보사업자(AISP), 지급결제사업자(PISP)가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화했다.
각종 정보통신기술(ICT)을 갖춘 제 3의 업체가 고객의 금융거래내역, 소비 패턴 등에 접근해 새로운 자산관리 서비스, 지급결제 서비스를 제공한다. 막대한 자본금을 지닌 GAFA(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등 글로벌 IT플랫폼 업체의 간편결제, 송금서비스도 속속 등장했다.
우리나라도 금융당국이 핀테크산업 활성화를 주문하면서 금융업권별로 개별·공동 오픈API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내년에는 핀테크 업체가 금융권 데이터를 활용하는 법안과 관련 제도 완화로 금융시장 참여를 높일 계획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핀테크 업체가 은행, 카드 보험 등 각 금융사에 흩어져 있는 신용정보를 한번에 조회하는 서비스, 소비패턴을 분석해주는 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하도록 관련 제도를 완화할 계획”이라며 “고객의 금융거래 접근성이 높아지고 수수료가 낮아지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보안 필수, 서비스 차별화 관건
금융전문가들은 디지털 전환을 선언한 은행권이 금융데이터, 고객정보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API전략을 강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일본은행은 고객의 신용카드 같은 정보는 거래 대상에서 제외하며 민감한 개인정보는 고객의 동의를 구한 후 거래토록 보안 가이드라인을 세웠다.
일본 미쓰비시UFJ신탁은행은 고객이 스마트폰 앱으로 본인의 정보를 제공할 기업을 선택하면 기업에 데이터 종류를 명시하도록 요구하고 서로를 매칭시킨다. API에 참여하는 핀테크 업체의 기준도 까다로울 뿐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필수정보만 거래해 유출 우려가 낮다.
이밖에도 은행권의 방대한 금융데이터를 경쟁력 있게 다룰 수 있는 유망기업 선별도 필요하다. 국내 시중은행의 API 개방은 ICT기업에 집중된 반면 글로벌 은행은 유통기업 등 다양한 업체와 제휴가 한창이다.
미국 씨티그룹의 API는 제3자 앱에서 계좌정보뿐 아니라 송금할 수 있고 포인트를 가전제품 매장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미국 가전업체 베스트바이는 씨티 포인트 API를 활용해 씨티가 발행하는 신용카드 포인트로 결제가 가능하다.
정희수 하나금융경연구소 연구위원은 “4차 산업혁명시대의 핵심은 은행 없이 사람이 직접데이터를 주고 받는 것”이라며 “API는 은행이 보유한 데이터의 가치를 높이고 정보보호와 보안이 전제되면 새로운 금융생태계를 형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71호(2018년 12월19~2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