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인사 코드는 ‘IB출신'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CEO가 교체된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KB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 등이다.
이번 인사는 업계의 눈길을 끄는 부분이 많았다. 한국투자증권은 ‘최장수 CEO’로 유명한 유상호 대표가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자리에서 물러났고 신한금융투자는 이례적으로 타사 출신 인사가 대표 자리에 내정됐다. KB증권은 업계 최초로 여성 CEO가 탄생하게 됐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NH투자증권 출신이 신임 CEO로 선임됐다.
새로 선임된 CEO들을 살펴보면 IB출신이 대부분이다. 한국투자증권에서 유 대표 후임으로 내정된 정일문 신임 대표는 1988년부터 28년간 IB분야에서 활약해왔다. 그는 주식발행시장부(ECM) 상무, IB본부장, 기업금융본부 및 퇴직연금 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KB증권은 사상 최초 여성 CEO인 박정림 부사장을 신임 사장으로 내정하면서 ‘IB통’인 김성현 부사장을 각자 대표로 함께 발탁했다. 김 부사장은 대신증권 기업금융팀 팀장, 한누리증권 기업금융팀 이사·전무 등을 거쳐 2008년 KB증권으로 자리를 옮긴 인물이다. 그는 KB증권에서도 기업금융본부장을 거쳐 2015년부터 IB사업을 총괄했다. 2016년에는 IB총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신한금융투자도 IB에서 잔뼈가 굵은 김병철 부사장을 신임 대표로 내정했다. 그는 전 동양증권에서 IB 본부장을 역임했다. 2012년 신한금융투자에 합류해 세일즈 앤 트레이딩(S&T)부문을 이끌었으며 지난해에는 전체 그룹의 투자를 총괄하는 투자운용사업부 부문장을 맡기도 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 신임 사장으로 내정된 김원규 전 NH투자증권 사장도 2014년 12월 NH투자증권 초대 사장으로 취임해 NH투자증권을 ‘IB 강자’로 키워낸 인물이다. 특히 그는 NH투자증권 역사상 최초로 평사원에서 사장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는 NH투자증권 대표 시절 브로커리지 위주의 수익구조를 자산관리(WM), 기업금융(IB), 기관영업, 트레이딩 등으로 다변화해 능력을 인정받았다.
증권사들이 잇달아 IB출신을 대표로 선임하면서 올해 IB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업계의 경쟁은 한층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들이 IB출신을 대표로 선임하고 있는 가운데 미래에셋대우와 메리츠종합금융증권도 IB부문장을 사장으로 격상시키며 경쟁에 가세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대표를 교체하지는 않았지만 조웅기 현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고 김상태 부사장을 ‘IB총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김 사장은 1989년 대우증권에 입사해 IB분야에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그는 메리츠종금증권 IB사업본부장과 유진투자증권 기업금융파트장 등을 거친 뒤 미래에셋대우에 합류해 기업금융본부장, IB사업부문 대표, IB1부문 대표를 맡았다.
메리츠종합금융증권도 김기형 종합금융사업총괄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김 신임 사장은 2006년 메리츠증권에 합류해 IB사업본부 프로젝트금융사업부 사업부장, 프로젝트금융사업본부장, 메리츠종금증권 종합금융사업 총괄 부사장을 거친 ‘IB통’이다.
지난해 NH투자증권 사장을 맡은 정영채 사장도 IB통으로 유명하다. 그는 올해 NH투자증권의 실적을 사상 최고치로 끌어올리며 능력을 입증했다.
증권업계가 IB사업에 힘을 싣고 있는 것은 올해 경기 둔화가 예상되면서 수익성이 악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에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마진율이 높은 IB분야에서 승부를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해 상반기까지 업황 호조로 증권사들의 실적이 전반적으로 좋았기 때문에 올해 실적은 상대적인 부진이 예상된다. 증권사들은 사장단 인사뿐만 아니라 자기자본을 확충하는 등 IB분야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
아울러 과거 특정 증권사에 쏠림 현상이 심화됐던 IPO시장에서 대신증권 등 중소형 증권사가 좋은 실적을 내면서 업계의 경쟁은 더욱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IB분야의 한축인 IPO시장의 경우 지난해 ‘대어’로 꼽히던 현대오일뱅크나 카카오게임즈 등이 상장을 연기한 상태다. 때문에 증권사들은 올해 IPO시장에서 대어급 회사들을 놓고 치열한 각축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B부문은 인맥과 자본력이 핵심”이라며 “대부분의 증권사가 IB 부문에 집중하고 있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73호(2019년 1월1~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