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금융권은 다사다난한 시간을 보냈다. 은행권은 사상 최대 규모의 이자이익을 거뒀지만 채용비리와 금리조작 논란에 질타를 받았다. 한국은행은 1년 만에 기준금리를 0.05%포인트 올리면서 본격적인 금리인상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시장금리 상승으로 여·수신을 취급하는 금융회사는 일제히 예·적금과 대출상품 금리를 올렸고 금융소비자의 이자 부담은 확대됐다.
각종 규제에 카드업계와 보험업계도 혼란을 겪었다. 정부는 내년부터 카드 우대수수료 적용구간을 5억원에서 30억원으로 확대키로 했다. 소상공인의 수수료 부담은 줄어든 반면 카드회사는 수수료 이익이 줄어드는 위기에 직면했다. 보험회사도 실손의료보험과 자동차보험 제도 개편으로 몸살을 앓았다. 올해 금융권을 핫하게 달궜던 주요 뉴스를 짚어봤다.
◆은행, 실적은 호호(好好), 신뢰도 추락
올해 시중은행은 1~3분기 누적 이자이익 29조9000억원을 거뒀다. 지난해 같은 기간 27조6000억원 대비 8.3% 늘어난 규모다.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2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3분기 누적기준으로 2007년 13조1000억원 이후 최고치다. 시장금리 인상에 따라 대출 금리가 예금 금리보다 더 빨리 오르면서 은행의 이자 마진도 불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몸 집은 커진 데 반해 내실과 신뢰도는 크게 떨어졌다. 연초 채용비리 논란으로 시중은행 수장들은 채용비리에 연루돼 검찰 수사를 받거나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해 11월 채용비리 의혹으로 불러난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은 최근 열린 공판에서 검찰로부터 징역 3년형을 구형받았고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은 현재 채용비리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후 시중은행은 필기시험을 부활시켜 주목받았다. 은행연합회는 올 6월 ‘은행권 채용절차 모범규준(안)’을 만들었고 올해 채용과정부터 필기시험을 도입했다. 비리 논란에 휩싸이던 채용절차는 투명해진 반면 은행 취업 문턱이 높아져 취업준비생의 불만이 커졌다.
아울러 국내 은행은 시장금리가 상승 기조에 따라 부당하게 금리를 올린 사실도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3월 국민·신한·우리·KEB하나·농협·기업·한국씨티·제일·부산은행 등 9개 은행을 대상으로 대출금리 산정체계 적격성 검사를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경남, KEB하나, 한국씨티은행 등 3개 은행의 대출금리 조작 사실이 발견됐다.
◆한은, 1년 만에 기준금리 인상… 서민 빚 부담 증가
올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기준금를 네 차례 인상하며 2.25~2.50% 끌어올리는 통화긴축을 단행했다. 금리격차가 벌어진 한국은행은 올 11월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1.75%로 0.25%포인트 올렸다. 한은의 금리인상으로 당장 변동금리 대출자는 이자부담이 커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전체 가계대출 차주 중 변동금리 차주가 약 70%를 차지한다.
한은에 따르면 이번 금리인상으로 변동금리 대출의 이자부담은 2조5000억원 늘어난다. 올 3분기 기준 가계신용 중 가계대출 잔액 1427조7000억원에 은행의 변동금리 대출 비중(70.2%)을 적용한 후 금리인상분 0.25%포인트를 반영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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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메기' 인터넷은행 추가 인가 예고 정부는지난 9월 인터넷 전문은행 특례법을 통과시켰다.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보유제한을 34%로 완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지난 1982년 국유화된 시중은행을 민영화하는 과정에서 도입된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했다. 최근 금융당국은 ‘인터넷 전문은행 신규 인가 추진 방안’을 발표하고 본격적인 절차에 돌입했다. 2019년 3월 중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신청을 받아 최종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어 금융위의 본인가 일정과 전산설비 구축 등 추가 절차를 감안하면 2020년 상반기 중에는 최대 2곳의 인터넷전문은행이 공식 출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권은 인터넷은행의 추가 등장으로 무한경쟁 시대가 시작됐다. 인터넷은행은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 하나면 금융거래를 지원해 기존 은행은 점포를 줄이고 디지털뱅킹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동안 은행 거래가 어렵던 중신용자들도 저렴한 이자로 중금리대출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우리은행, 금융지주 전환… M&A 후끈
우리은행은 올해 숙원이던 금융지주 전환에 성공했다. 우리금융지주는 2019년 1월11일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손태승 우리은행장이 겸직한다. 내년 공식 출범 전까지 우리은행은 지주 출범 준비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지주사 전환을 앞두고 가장 큰 매력으로 꼽히는 부분은 출자한도 확대다. 현행 은행법상 은행은 자기자본의 20%까지만 자회사에 출자할 수 있지만 지주사는 130%까지 가능하다. 따라서 현재 7000억원에 불과한 출자여력은 지주사 전환 시 최대 7조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금융시장에서는 우리지주가 계열사 확보를 위해 적극적인 M&A(인수&합병)에 나설 것으로 관측한다. 초기에는 덩치가 큰 대형매물보다 규모가 작은 자산운용사나 부동산신탁회사 등에 초점을 맞출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진통겪은 카드 수수료 개편, 구조조정 돌입
금융당국은 지난달 26일 연매출 5억~10억원인 가맹점의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현행 2.05%에서 1.4%, 10억~30억원의 경우 기존 2.21%에서 1.6%로 인하키로 했다. 이번 개편안은 카드사의 마케팅비용을 줄여 수수료를 절감하고 내부 부진과 임대료 상승, 최저임금 인상의 부담을 떠안은 자영업자를 돕겠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카드업계는 연간 7000억원의 손실을 예상하며 충격에 빠졌다. 카드사 경영진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대규모 인력 감축 등을 염두에 둔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정부의 카드수수료 개편안 발표 이후 카드업계는 인력 구조조정이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카드사 노동조합(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연합)은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구조조정 방지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금융위 발표대로 카드 수수료가 1조4000억원 인하되면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페이 전성시대, 간편결제시장 경쟁 심화
올해는 'OO페이'로 불리는 간편결제시장이 크게 달아올랐다. 특히 기존 카드회사를 비롯해 네이버, 카카오, 삼성 등 비금융기업들이 간편결제시장에 등장하면서 NFC(근거리무선통신)·QR코드 등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폰 간편 결제가 크게 늘었다.
한은이 발표한 간편결제 이용금액은 지난해 2분기만 해도 567억원에 그쳤으나 매 분기 두 자릿수 증가율을 이어가며 1년 만에 2.1배 규모로 불어났다. 이용 건수도 작년 2분기 187만건에서 1.9배 증가했다.
최근에는 정부가 ‘제로페이’까지 시범 서비스에 돌입하면서 간편결제시장의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 제로페이는 중간사업자인 카드사를 거치지 않고 가맹점 내 QR코드를 인식해 가맹점과 이용자 간 은행 계좌이체 형태로 거래가 이뤄진다. 이른바 ‘카드리스’ 시스템으로 내년부터 이용 시 40% 소득공제 혜택도 주어진다. 생존권에 위협을 받은 카드업계는 모바일 카드 서비스를 업그레이드 하며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사진=삼성생명
◆실손·자동차보험료 인상 제동
보험업계는 금융당국이 서민 부담을 완화한다는 취지로 실손의료보험과 자동차보험 가격 개입에 나서면서 몸살을 앓았다. 금융당국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문재인 케어)을 통해 보험업계가 얻게 될 반사이익을 고려하면 실손 보험료를 인하할 여지가 있다며 제동을 걸었다.
실손보험은 가입자가 상해나 질병으로 입원 혹은 통원 치료를 하면서 부담한 실제 의료비와 약제비를 보험회사가 보상하는 보험상품으로 제2의 국민건강보험으로 불린다.
지난 6월 말 기준 국민의 65.8%가 가입했다. 위험손해율은 발생손해액을 위험보험료로 나눈 수치다. 100%를 넘는다는 것은 가입자가 낸 돈보다 보험금으로 타가는 돈이 많다는 의미다. 올해 상반기 개인 실손보험 위험 손해율은 122.9%를 기록했다. 2017년 6월 말과 비교해 1.7%포인트 떨어졌지만 여전히 100%를 넘는 수준이다. 보험업계는 실손보험료 인상을 검토했으나 정부의 규제에 보험료 인상에 실패했다.
자동차보험료 인상도 무산됐다. 손보업계는 자동차보험의 올해 3분기 누적 손해율(83.7%)이 적정 손해율인 78~80%를 넘어서는 만큼 자동차보험료를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금융감독원이 난색을 표하면서 인상 폭은 3%대로 결정됐다.
◆IFRS17 도입 1년 연기… 자본확충 러시
다행히 보험사가 자본 하락을 우려하던 국제보험회계기준 IFRS17은 2021년에서 2022년으로 도입시기가 연기됐다. IFRS17은 보험부채의 평가 기준을 원가에서 시가로 변경하는 것이 핵심이다. 보험사는 미래에 고객에게 지급해야할 보험금의 일부를 적립금으로 쌓아야 하는데 IFRS17 적용 시 회계 작성 시점의 금리를 바탕으로 적립금을 계산해야 한다.
그동안 보험사는 계약한 시점에 약속한 금리에서 계약 시점 시장금리 등을 반영해 보험사의 예정이율을 뺀 부분만 부채로 인식, 이를 기준으로 자본금을 쌓았다. 대형사의 경우 수천억원대의 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 발행 등으로 재정을 늘렸지만 상대적으로 몸집이 열악한 중소형사는 자본확충에 어려움을 겪었다.
금융당국이 IFRS17 시행 시기를 연기하면서 보험사는 자본확충에 시간을 벌었지만 여전히 IFRS17 대비, 자본 여력이나 시스템 확충 준비력이 떨어져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금감원은 보험사들의 IFRS17 준비에 어려움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 지원하고 IFRS17의 논의경과 등을 참고해 향후 건전성 감독제도를 개편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