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선언으로 각국 증시는 물론 부동산까지 흔들리고 있다. 코스피 붕괴과 함께 잇단 사이드카 발동으로 투자자들은 공포에 떨고 있다. 집값의 바로미터인 서울 강남 아파트 시세는 눈 깜짝할 새 수억원씩 떨어졌다. 주식·채권과 펀드로 이뤄진 개인연금과 퇴직연금, 변액보험도 수익률에 경고등이 들어왔다. <편집자주> 


올해 종가 기준 최저점 코스피 지수.©뉴스1 DB

[Cover Story] 바이러스에 감염된 자본-증시 이슈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기분이다.”


최근 폭락한 증시를 두고 투자자들 사이에서 나온 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코스피 지수가 한때 1400까지 밀리면서 11년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소비심리는 꽁꽁 얼어붙었고 실물경제는 투자 위축으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증권업계 한 CEO는 “이미 증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의 폭락세로 봐야 한다”며 “폭락세가 지속될 경우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 수준의 폭락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코로나19 폭락장, IMF·금융위기와 비교해보니…


1997년 IMF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겪은 데 이어 다시 2020년 코로나19로 경제 위기가 닥쳤다. “10년마다 위기가 온다”는 국내 자산가들의 ‘10년 주기설’ 공포가 현실이 된 분위기다.


코로나19가 미국과 유럽을 강타한 3월 코스피는 2000선 붕괴에 이어 20여일 만에 1500선까지 무너졌다. 종가 기준으로 올해 최저점은 지난 19일에 기록한 1457.64다. 올해 고점을 기록했던 1월22일(2267.25) 대비로는 35.71% 떨어진 수치다. 두어달 만에 곤두박질쳤다. 그사이 매도 사이드카는 네번이나 발동됐다. 유가증권시장 선물 가격이 5% 이상 하락한 상태가 1분 이상 지속되면 프로그램 매도 호가 효력을 정지하는 매도 사이드카는 8년간 단 한차례도 발동하지 않았다. 


국내 증시는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기록적인 폭락장세를 경험했다. 우선 외환위기가 닥친 1997년과 1998년 코스피는 당시 고점 대비 최저점 하락률이 64%를 기록했다. 고점은 1997년 7월 4일 기록한 ‘781.7’이었고 저점은 1998년 6월 16일 기록한 ‘280’이었다. 최저점을 찍은 뒤 이후 고점 회복까지는 1년 4개월 정도 걸렸다.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에도 주가는 크게 요동쳤다. 당시 코스피는 5월16일 고점 1888.88을 기록한 이후 10월24일엔 938.75까지 급락했다. 5개월 만에 50.3% 떨어지며 반토막이 났다. 이후 코스피는 2010년 9월에서야 1800대를 찍었다. 최고점 회복까지 2년이 걸렸다.

코로나19위기, 글로벌금융위기, IMF외환위기 당시 코스피 증시 고점 대비 저점 하락률 비교표.


증시폭락→투자위축→기업침체… 100조원으로 해결될까


2008년 금융위기 당시보다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008년 한국 경제성장률은 전년대비 -0.2%를 나타냈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최근 성명을 통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비용이 이미 헤아릴 수 없을 만한 수준이 됐다”며 “올해 세계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수준만큼 나쁘거나 그보다 더 악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당시엔 금융시장에 가해진 충격이 실물경제로 옮겨갔지만, 현재는 코로나19 사태로 촉발된 실물위기가 금융을 덮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위기가 실물로 옮겨붙는 것을 방지할 때는 유동성을 대거 공급하는 방안이 가동돼 효과를 봤지만, 현재는 경제활동 자체가 멈춰버린 상태다.


대기업들은 명예퇴직과 무급휴가 등 인적 구조조정과 함께 사업 축소 및 조정에 나서고 있다. 일부 해외진출 기업들은 이미 사업철수를 시작했다. 업계에선 “증시 폭락에 따른 투자 위축이 결국 실물경기와 기업 침체로까지 이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청와대가 직접 나서 시장에 100조원을 투입하는 초강수 대책을 내놨다. 3월24일 정부가 발표한 2차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은 정책 지원(중소·중견기업) 29조1000억원, 채권안정펀드 추가 10조원, 회사채 4조1000억원, 기업어음(CP) 등 단기자금 지원 7조원 등 50조2000억원으로 구성된다. 앞서 1차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에서는 정책 지원(중소기업·소상공인) 29조2000억원, 채권안정펀드 10조원, 증권시장안정펀드 10조7000억원 등 약 49조9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1,2차 합쳐 100조원 이상 규모다.

경기회복 언제?… 증권가, 하반기 V자 반등 예고



정부의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 발표 직후 그나마 증권가에선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대체적으로 경기회복에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금융시장 안정에는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2분기 이후 점차 안정화를 찾을 것으로 내다봤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상반기 중에는 여전히 경제와 증시 모두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지만,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발표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하반기엔 V자 반등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경기회복 시기가 더 빠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김영환 KB증권 수석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로 기업들의 부실이 발생할 우려는 있지만, 최초 위기 발생 시점부터 부실자산 문제가 불거진 상황은 아니었다”며 “전염병 확산이 예상보다 장기화되지 않는다면 부실자산을 청산하고 경제가 회복되는데 긴 기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100조원 지원에 대한 효과도 기대하는 분위기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당분간 정책 효과를 지켜볼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면서도 “정부의 정책 의지와 규모를 고려할 때 선전효과 이상의 효과를 거둘 개연성은 충분하다”고 밝혔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경제지표 전반에 코로나19 영향이 가시화되면 기업들의 이익전망 하향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정부 정책 발표 이후엔 “유동성이 확대돼 시장 안정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3월 들어 600포인트 가량 폭락했던 코스피는 정부의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 발표 직후 이틀째 강한 반등을 나타냈다. 지난 24일엔 8% 이상, 25일엔 5% 이상 폭등했다. 이틀만에 200포인트 넘게 오르면서 전체 낙폭의 3분의 1가량을 회복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38호(2020년 3월31일~4월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