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C들은 국내선을 신설 및 증편하고 경영진 급여 반납, 임직원 무급·유급휴직 등 자구안을 마련해 시행 중이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해외가 막히면서 고정비 감소에도 매출이 회복되지 않고 있기 때문. 특히 대형항공사(FSC)에 치중된 정부의 긴급 자금지원이 LCC들의 버티기를 무색하게 만든다. 당초 정부가 약속한 3000억원 규모의 지원금도 아직 절반 수준밖에 집행되지 않은 상태다. 시장에서는 이대로 가다간 일부 LCC가 사라질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한계점에 다다른 버티기
코로나19 사태로 하늘길이 차단되면서 대다수의 항공기가 방치된 상태다. 국토교통부 항공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LCC의 공급석은 914만9510석이며 4만7690편을 운항해 668만2319명(출·도착 포함)의 승객을 태웠다. 화물은 5만5881톤을 이송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공급석과 운항편은 각각 30% 이상 줄었다. 같은 기간 여객수는 약 43% 감소했다. 화물 부문 역시 47% 줄었다.문제는 본격적인 위기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여파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된 것은 3월 중순 이후부터다. 올해 3월 LCC의 운항편은 5906편에 불과했다. 전년동월대비 74% 이상 감소한 것이다. 전세계의 입국제한 조치 등으로 매출 비중의 80% 내외를 차지하는 국제선이 마비된 탓이다. 현재 제주항공 외에 국제선 운항을 하는 LCC가 없다. 부정기편을 일부 띄우고 있지만 미비한 수준이다. 지난해 일본 불매운동 여파로 적자를 기록한 LCC들은 올해 1분기에도 적자를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LCC 중 가장 먼저 1분기 실적을 발표한 제주항공은 전년대비 매출액이 41.7% 줄었고 영업손실 657억원, 당기순손실 1014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의 영향을 온전히 받는 2분기는 1분기보다 더 실적이 안 좋을 것이란 전망이 벌써 들려온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LCC들은 현금이 이미 바닥을 드러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자금이 없으면 자구노력에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2~3년간은 해외여행 수요가 예년만큼 회복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항공시장의 생존경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장에서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이다. 그동안 유동성 위기를 겪던 이스타항공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규모 정리해고를 준비 중이다. 지상조업사인 이스타포트와의 계약도 해지했다. 사실상 폐업 수순으로 수백여명의 이스타포트 직원들도 일자리를 잃게 될 상황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파산한 항공사들도 나오기 시작했다. 영국 최대 규모의 LCC인 플라이비는 지난 3월 파산했다. 호주의 제2 항공사로 불리는 버진 오스트레일리아는 지난달 21일부로 법정관리 신청을 했다. 유럽 최대 규모의 항공사 중 하나인 독일 루프트한자 역시 파산 위기에 직면해 정부와 금융지원 등을 놓고 협상 중이다.
정부는 LCC를 살릴까
대규모 실직사태 등이 우려되는 상황이지만 정부는 선뜻 LCC에 지원을 약속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3월 코로나19의 전세계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LCC를 지원하기로 했다. 그로부터 약 2개월이 지났지만 집행된 금액은 1300억원으로 약속한 지원 규모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최근 산업은행 측의 공식 입장은 LCC들을 절망에 빠뜨리기도 했다. 최대현 산업은행 부행장은 “LCC에 대한 추가 지원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상반기에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2조9000억원을 쏟아붓는 만큼 LCC에 지원할 여력이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산은의 입장 발표 후 뒤늦게 국토교통부가 나서 LCC 추가 지원을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LCC업계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선 수십억원을 지원받아도 일주일을 버티는 것이 전부”이라며 “구조조정 중인 이스타항공을 제외해도 운항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플라이강원 등 신생 항공사는 지금 당장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학계에서는 정부의 신속한 지원이 필요하단 입장이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과당경쟁 등의 이야기가 있었지만 지금은 쓰나미 상황이다. LCC들이 이번 위기를 넘길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줘야 한다. 코로나19의 직접적 피해에 대해서는 긴급재난지원금처럼 조건 없이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3000억원에 대한 지원을 일단 실천해야 한다. 담보능력 등 금융 논리를 따지면 안된다”며 “LCC를 위해서 조건 없이 돈을 풀어야 한다. 현금이 바닥이 난 상황에서 자구노력도 더는 할 수 없다. 남은 것은 해고뿐인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44호(2020년 5월12~1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