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일렉트릭이 북미 시장에서 연이은 수주에 성공하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에 앞서 현지 인증과 생산거점 확보, 토탈 전력 솔루션 역량 강화 등을 단계적으로 추진한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올해 사상 최대 실적 달성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LS일렉트릭은 북미 빅테크 기업의 AI 데이터센터 건설 사업에 1064억 원 규모의 38kV급 고압 배전 시스템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으로 올해 LS일렉트릭의 북미 빅테크 데이터센터 사업 수주 금액은 1조 2000억 원에 육박한다. 지난해 연간 북미 데이터센터 수주 규모인 8000억 원을 반년 만에 넘어섰다.
이번 계약은 기존 빅테크 고객사의 추가 발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데이터센터는 수주 규모가 큰 만큼 전력기기의 기술 사양과 품질, 납기 대응력 등을 도입 전에 까다롭게 검증한다. 공급사가 해당 기준을 충족하고 안정적인 프로젝트 수행 역량까지 보이면 후속 프로젝트에서도 우선 협상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서는 LS일렉트릭의 북미 시장 성과를 단순히 AI 확산에 따른 반사이익으로만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회사는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가 본격화되기 전부터 북미 시장 맞춤형 제품 인증과 현지 생산 기반을 선제적으로 구축해 왔다.
LS일렉트릭은 북미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2014년부터 배전반과 중저압 전력기기 등을 중심으로 UL 인증 확보에 나섰다. UL 인증은 전기·전자 제품이 화재나 감전 등 안전사고 예방에 필요한 기준을 충족했는지 검증하는 미국의 대표적인 안전 인증이다. 북미 데이터센터 시장에서는 해당 인증 여부가 발주처 선정에서 중요한 요소로 여겨진다. LS일렉트릭은 국내 전력기기 기업 중 최대 수준인 약 300건의 인증을 보유하고 있다.
현지 생산거점도 단계적으로 구축해 공급망 안정성과 납기 대응력을 높였다. 2022년 미국 유타주에 있는 배전반 제조기업 'MCM엔지니어링Ⅱ'를 인수하며 북미 현지 생산 기반을 확보했다. 지난해에는 텍사스주 배스트럽시에 북미 사업 지원 복합 캠퍼스 'LS일렉트릭 배스트럽 캠퍼스'를 준공했다. 회사는 해당 캠퍼스에서 현지 빅테크 기업 데이터센터에 납품하는 중·저압 전력기기와 배전 시스템 등을 생산하고 있다.
전력 계통 전반을 아우르는 제품 포트폴리오 확보에도 집중했다.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는 대규모 전력을 변압·공급하고 이상 전류 발생 시 차단·제어하는 개별 장비들이 하나의 시스템처럼 맞물려야 한다. AI 고도화로 전력 사용량이 늘고 설비 밀도가 높아지면서 개별 장비를 회사별로 조달하는 것보다 한 기업에서 패키지로 수주하는 움직임도 확산하고 있다. 장비 간 호환성 검증과 시스템 최적화가 용이하고 유지보수 대응도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이에 토탈 배전 설루션을 갖춘 LS일렉트릭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기술적으로도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기존 교류 기반 전력망은 데이터센터 내부에서 여러 차례 전력 변환 과정을 거치며 손실이 발생한다. 전력 변환 단계를 줄여 효율을 높인 직류 배전 설루션은 차세대 전력 인프라 시장에서 핵심 기술로 꼽힌다. LS일렉트릭도 해당 기술을 중장기 성장축으로 삼고 충남 천안사업장에서 1MW급 직류 배전 라인을 실증하는 등 기술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연이은 북미 시장 수주 성과에 실적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S일렉트릭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전망치)는 1559억 원으로 집계됐다. 분기 기준 사상 최대다. 연간 영업이익 역시 ▲2026년 6553억 원 ▲2027년 9188억 원 ▲2028년 1조 1988억 원으로 우상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구자균 LS일렉트릭 회장은 지난달 22일 충북 청주사업장을 찾아 "단순히 고객 기준을 만족시키는 것을 넘어 고도화된 스마트 제조 역량으로 글로벌 파트너들을 철저히 압도해야 한다"며 "압도적인 기술 혁신으로 전 세계 전력 생태계의 새 판을 주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