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한유주 기자,강수련 기자 = 가습기살균제 피해참사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는 환경부가 입법 예고한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피해구제법) 시행령 내용이 지난 3월 개정된 피해구제법의 취지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며 20여개 항목에 대한 시정을 요구했다.
사참위는 23일 오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환경부가 입법 예고한 시행령으로는 결코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해결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또 다른 혼란을 초래하게 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 "신속구제 위해 마련한 요건심사 대상질환 명확히 제시해야"
사참위는 피해 질환을 폭넓게 정의해 피해자를 신속하게 구제하자는 개정법의 취지를 시행령이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시행령은 가습기 살균제 노출 여부와 질환진단 사실 요건만 충족하면 피해자로 신속하게 인정하는 요건심사를 도입했다.
그러나 사참위는 시행령이 심사대상 질환과 질환 선정기준, 심사기준을 명확히 제시하지 않고 '과학적 근거가 확보된 질환에 대해 장관이 고시한다'는 식으로 기준을 모호하게 표현했다고 비판했다.
황전원 사참위 지원소위원장은 "피해자 입장에서 어떤 기준으로 (피해 질환을) 인정하고 어떤 것은 심사에서 제외되느냐는 문제제기가 있을 것"이라며 "극심한 혼란이 초래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환경부가 '과학적 근거'라는 추상적인 용어를 썼는데, 지난 2014년부터 '과학적 근거'라는 미명하에 4가지 질환 인정하는데 6년이 소요됐다"며 기준을 명확히 세우지 않으면 피해 질환을 인정하는 데 또다시 오랜 세월이 소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 시행령이 기존에 인정된 피해자나 판정불가자는 재심사의 기회를 배제했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됐다.
사참위는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된 이후 발생한 질환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다른 원인으로 발생한 것으로 입증이 되지 않는 한 지원대상에 포함돼야 한다"며 "이것이 개정법의 취지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 유족·피해자 지원 체계 마련했지만…"의견수렴 부족"
사참위는 시행령에서 사망자에 대한 특별유족조위금으로 7000만원을 제시한 것에 대해서도 "유족들은 사람 목숨값이 고작 7000만원이냐고 분노에 차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특별유족조위금의 재원은 기업에서 각출한 기금"이라며 "정부의 재원이 아니라 기업으로부터 각출한 금액을 집행하면서도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상당히 부족한 금액을 책정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이에 사참위는 특별유족조위금은 법원에서 정하고 있는 영리적 불법행위에 해당하는 위자료 배상기준으로 지원돼야 한다고 밝혔다.
장해급여 선정기준도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만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장해급여는 생존 피해자의 장래의 소득을 계산해, 참사로 인해 노동 수입이 상실된 부분을 보상하는 제도다.
사참위는 시행령이 급여선정 기준이 되는 장해등급을 결정할 때 동작 가능 범위와 노무 능력 정도만 판단하게 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이 생활 속에서 겪는 피해나 정신적인 피해 등은 반영이 안 된다고 밝혔다.
황 위원장은 "장해급여 선정 기준을 동작과 노무 능력만 "피해자 중에는 심하게 기침을 하는 분들, 극심한 피부병을 앓는 분들이 노무에 영향을 받지는 않아도 생활상 불편은 엄청난 데 이런 것들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했다.
아울러 그는 "이번 시행령은 피해구제 확대 예측 가능성이 결여돼 있는 시행령이자 피해자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못한 시행령"이라며 "환경부는 국회가 개정한 입법의 취지를 제대로 살려 피해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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