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 국내 경제가 안정적인 성장궤도로 진입할 때까지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끌고 가겠다고 밝혔다./사진=머니S DB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 국내 경제가 안정적인 성장궤도로 진입할 때까지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끌고 가겠다고 밝혔다. 당분간 기준금리 연 0.50%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이 총재는 14일 서울 세종대로 한은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한은은 이날 기준금리를 0.50%로 동결하기로 전원일치 결정했다. 경제 회복세가 더딘데다 물가상승압력도 낮은 수준이어서다. 한은은 지난 5월 기준금리를 0.75%에서 0.50%로 25bp(1bp=0.01%포인트) 낮춘 뒤 5개월째 동결을 이어가고 있다.

이 총재는 "앞으로의 통화정책도 올해 마이너스 성장에 따른 기저효과 등을 고려해 내년 성장률만 갖고 전환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코로나19 전개상황, 소비·투자·수출 등 실물지표 흐름, 종합적 경기전망 고려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일문일답


-정부가 도입한 재정준칙에 대한 의견은?
▲국가재정운용을 하는데 있어 요구되는 자기규율을 마련한다는 점에선 상당히 의미가 있다. 장기적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려면 엄격한 재정준칙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2018년 국제통화기금(IMF)에서는 효과적인 재정준칙의 원칙으로 단순성, 강제성, 유연성을 제시했다. 이런 시각에서 다양한 견해가 나오는데 앞으로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국회에서 최선의 방안이 마련되기를 희망한다.

-경기 회복세가 나타날 때까지 완화적 통화기조를 유지하겠다고 했다. 회복세의 의미와 조건은?
▲코로나19 관련 불확실성이 줄어들고 우리 경제가 정상 궤도로 복귀해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는 상황을 담아 이런 표현을 썼다. 한두가지 지표로 판단할 상황은 아니다. 올해 마이너스 성장에 따른 기저효과도 작용하기 때문에 내년 성장률만 갖고 통화정책 전환을 고려할 수는 없다. 코로나19 전개상황, 소비·투자·수출 등 실물지표 흐름, 종합적 경기전망 고려해 판단할 것이다.

-외국인들의 중국 국채투자가 늘고 있다. 외국인들의 한국 국채투자에 미치는 영향은?
▲단적으로 말하긴 곤란하지만 결론적으로 우리나라 채권투자가 줄어들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실제로 과거 중국이 여타 국제 채권지수에 편입될 때도 우리의 글로벌 국내채권투자가 크게 감소하진 않았다.


-8월 산업활동동향에서 설비투자가 예상보다 악화됐다. 배경은 무엇인가?
▲일부 반도체 설비투자 종료되고, 선박 등 운송장비 수입이 일시적으로 줄어들면서 감소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9월 이후엔 기계류, 운송장비 등 자본재 수입 다시 늘었다. 설비투자가 9월엔 증가한 것으로 내부적으로 파악하고 있다. 앞으로도 큰 폭은 아니더라도 완만하게나마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가계부채가 증가하고 있다. 저금리 기조에서 가계대출 증가세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아하나?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가계부채가 어느정도 증가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다만 우리나라는 이미 가계대출 비중이 높은 상황이어서 최근 증가세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가계대출 자금이 자산시장으로 과도하게 유입될 경우엔 금융불균형 축적 요인으로도 작용해 가볍게 넘길 수 없다. 이미 자산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거시건전성대책 등이 추진되고 있다. 제반정책들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는 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한은도 정책당국과 긴밀히 상황을 공유하며 필요시 여러 대응방안을 제시하겠다.

-저금리 기조와 코로나19 장기화로 한계기업이 제 때 정리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다.
▲위기상황에서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한계기업 증가의 부작용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비상위기상황에선 기업구조조정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어떤 기업이 생존 가능하고 어떤 기업이 부실기업인지 생존가능성을 판단하기 대단히 어렵기 때문이다. 성급한 구조조정은 생존가능한 기업까지 피해를 입히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어렵게 해 온 코로나19 대응정책에 실효성이 떨어질 수도 있고 기업 지원을 철회한다고 받아들일 수도 있다. 현재로써는 신중해야 한다.

-미국처럼 통화정책목표에 고용지표나 성장률을 추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중앙은행도 고용증대에 유의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취지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한은법 목적조항에 명시적으로 추가하는 것은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물가와 금융안정 등 현재 목표와 상충 가능성이 있어서다. 복수의 책무 달성하기엔 통화정책 수단도 제한돼있다. 상충가능성 있는 목표를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하면 정책 일관성을 유지하기 어려워 신뢰 하락으로 이어진다. 고용 통계 중 어떤 것을 목표로 삼을지도 문제다.
현재 한은의 통화정책은 신축적 물가안정목표제다. 물가 목표를 설정해 지향하지만 통화정책을 운용할 땐 물가 뿐 아니라 금융안정, 경기, 고용상황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11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시장에서도 11월에 기준금리가 인하될 거라는 기대는 높지 않다고 파악하고 있다. 11월 기준금리는 3분기 성장률이나 여러 지표를 토대로 판단할 일이다.

-실질금리가 낮은 상황에서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와 물가급등이 동시에 나타나는 현상) 우려는 없나?
▲8~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까지 올랐지만 주된 요인은 기상여건 악화로 인한 농산물 가격 상승이다. 이런 일시적 요인은 4분기엔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이달 이동통신요금 지원 조치가 시행되면 가게 휴대전화료 부담도 줄어든다. 4분기에는 물가 상승률이 상당 폭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스테크플래이션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

-원/달러 환율이 1140원대까지 하락했다. 최근 환율 흐름에 대한 외환당국의 인식은?
▲7월 이후 미 달러화 지수가 급락하고 위안화가 크게 절상되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은 상대적으로 완만하게 하락했다. 디커플링이다. 9월 중순 이후부터는 원화 강세가 빨라져서 최근에는 1150원 내외까지 이르렀다. 환율하락은 무엇보다 국내 코로나 확산세가 진정되면서 그동안 원화 강세 폭이 제한적이었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본다. 그간의 디커플링이 해소되는 과정으로 보인다. 글로벌 리스크 요인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으면서 환율 변동성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대내외 여건 변화와 시장영향을 살펴보고 필요시 적절한 조치를 취해나갈 계획이다.

-IMF가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1.9%로 상향했다. 한은도 당초 전망치(-1.3%)를 수정할 가능성이 있나?
▲IMF가 우리 성장률 전망치를 높인 이유는 2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좋았고 3분기도 코로나 확산에도 불구 전면적인 봉쇄를 하지 않으며 경제를 살리려고 해서다. 8월 전망치에서는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다만 앞으로 회복세는 코로나 전개 상황에 좌우될 것이다.

-증가속도가 빠른 국가채무 등으로 국가신용등급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지적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소위 저출산이 심각하고 고령화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점, 태생적으로 비기축통화국이라는 점이 재정 운용의 난제이자 리스크다. 장기적으로 국가채무를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억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만 현재로서 적극적 재정정책은 불가피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