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8일 이란이 이스라엘로 발사한 장거리 미사일 불발탄이 팔레스타인 자치지역 서안지구에 추락한 모습. 아무런 전략적 이득도 확보하지 못한 채 인명과 물질적, 전략적 손실만 남긴 미국-이란 전쟁을 상징하는 모습이다. /로이터=뉴스1

지난 2월 28일 시작됐던 미국과 이란 간의 전쟁이 14일(현지 시각) 사실상 마침표를 찍었다. 세계를 놀라게 한 인공지능(AI) 이용 참수작전으로 시작돼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으로 106일 동안 세계를 뒤흔든 이번 전쟁이 주는 군사적·전략적·외교적 교훈은 무엇일까. 미국 싱크탱크인 미국외교협회(CFC)·후버연구소·전쟁연구소(ISW) 등 싱크탱크와 뉴욕타임스·워싱턴포스트·알자지라를 비롯한 글로벌 미디어의 분석을 바탕으로 이번 전쟁의 군사적·전략적 교훈을 새겨본다.

미국과 이란 양측은 14일 군사작전의 중단과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통항 재개 등 '전쟁을 끝내기 위한 기본 합의'의 타결만 발표했다. '종전을 위한 양해각서(MOU)'의 서명식은 19일에 열기로 했다. 미국 설명에 따르면 MOU에는 이란이 핵무기 영구 포기와 핵 프로그램 해체 및 핵물질 폐기에 동의하고, 미국은 그 이행성과에 맞춰 해외동결자산과 제제를 단계적으로 해제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MOU 서명식 뒤 양국은 60일 동안 적대 행위를 중단한 상태에서 영구 종전과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본협상을 한다. '2차 외교전쟁'이 남아있지만, 14일의 합의로 일단 총성은 멎었다.


이란-이라크전이 개전한 2월 28일 미군의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이 이란 남동부 미나브의 '나무 초등학교'에 떨어지면서 170여 명이 숨졌다. 사진은 이날 목숨을 잃은 초등학생의 영정과 그가 신던 신발. /로이터=뉴스1


2026년 이란 전쟁이 주는 가장 큰 교훈은 '전쟁은 손쉬운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막강한 재래식 군사력을 앞세워 2월 28일 이란을 기습 공격했다. AI를 이용한 표적 감시 시스템을 이용해 개전 첫날 이란 최고지도자인 알리 하메네이를 비롯한 지도부를 표적 살해했다. 하지만 이란은 드론과 미사일, 그리고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지정학적 전술로 106일을 버텼다. 결국 미국이 군사적으로 이란을 점령하지 못하도록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미국은 민주화를 외쳤던 이란 청년들의 바람에 호응하지 못했고, 인권을 억압하는 이란의 신정체제에는 손도 대지 못했다.
미국은 2003년 이라크 전쟁 이후 최대 규모로 군사력을 전개했지만, 중동 분쟁의 불씨 역할을 해왔던 레바논의 헤즈볼라, 예멘의 후티 반군, 가자지구의 하마스, 이라크의 시아파 민병대 등 이란 대리 세력에는 손도 대지 못했다. 미국이 이번 합의로 중동 헤게모니를 이란과 분할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다.

이번 전쟁의 교훈을 종합적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하이테크 의존 전쟁의 한계성이다. 미국은 인공지능(AI)·위성·정찰위성 등을 통해 이란의 군사적·전략적 목표물 1만 개 이상의 위치를 특정해 정밀 공격했다. 이 과정에서 이란의 고위 군사·정치 지도자 상당수를 무력화하기도 했지만, 전쟁을 뜻대로 이끌지는 못했다. 하이테크의 전투 목표 달성 능력은 탁월했지만, 전쟁의 압도적인 승리로 이끄는 건 다른 차원의 일이었다.

둘째, 참수 공격의 한계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전쟁 초기 AI를 이용한 감시와 목표설정을 통한 정밀타격으로 알리 하메네이를 비롯한 이란 지도부 제거에 성공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경악한 러시아 보안당국은 신호정보 누설을 우려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경호를 위한 CCTV 시스템을 일시 중단하고 보안과 보호 시스템을 재정비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란은 지도부를 잃고도 전쟁을 계속했다. 최고지도자나 시아파 사제단보다 더욱 강경한 반미·반이스라엘 자세의 혁명수비대로 권력이 옮아갔다는 평가도 있다. 참수 작전을 통한 지도부 제거가 체제나 전쟁 의지의 붕괴가 아닌 항전 지도부의 강경화를 부를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셋째, 전략적 요충지의 취약성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과거 이란-이라크전(1980~1988)과 이란-미국의 핵갈등(2000년대~2010년대) 당시에도 막히지 않았지만 이번 전쟁에서 이란 측에 의해 최초로 봉쇄돼 유가폭등을 유발하면서 전 세계를 혼란에 빠뜨렸다. 비강대국이 비대칭 전력만으로도 글로벌 에너지 흐름과 해상무역을 효과적으로 방해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항모강습단을 동원한 미 해군도 이를 해결하지 못했다. 이번 사건은 호르무즈를 포함해 바브엘만데브·말라카 해협, 수에즈·파나마 운하 등 글로벌 해상 운송로의 길목에 위치한 조임목(choke point: 요충지·병목지점)의 지정학적·지경학적 중요성을 새삼 일깨워줬다.

이번 전쟁에서 이스라엘이 이란의 방공시설을 무력화하는 모습. /로이터=뉴스1


넷째, 내부 회복력의 중요성이다. 재래식 전력이 미국보다 한참 떨어지는 이란은 초기에 상당한 군사적 타격을 입었으나, 지리적 이점과 거대한 지하시설, 무기 생산능력, 감시와 처벌 체제 가동을 통한 체제 결속력 강화로 외부의 강력한 군사 압박을 견뎌냈다. 권위주의 통치와 억압체제를 유지하는 이란의 생존력을 보여준 사례다.

다섯째, 장기 소모전이 지속될 경우 전쟁 지속을 위해선 보급, 방산능력, 동맹지원의 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도 잘 보여줬다. 이번 전쟁에서 미국은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등 무기재고의 신속 소진으로 작전 지속에 어려움을 겪었다. 냉전 이후 서방의 방위산업에선 필요분 납품 뒤 생산라인 중단을 통한 비용절감이 일상화됐다. 그 결과 탄약이나 소모성 무기의 소진에 대한 신속 대응능력이 제한됐다. 미국이 처음엔 개전을 통보하지도 않았던 동맹국에 나중에 참전과 지원을 요청한 이유이기도 하다.

여섯째, 드론·미사일 등 저가 비대칭 전력의 압도적 사용과 그 효과다. 중요한 건 이란의 이러한 드론·미사일 능력이 이란 단독으로 이룬 게 아니라 북한·러시아·중국 등 반미연대 국가들 간의 오랜 기술적·군사적·경제적·정치적 교류의 산물이라는 점이다. 설계·제조 기술과 원료, 표적 설정 노하우 등은 상호 교류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얻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전쟁에서 항공전력이 턱없이 부족한 이란은 미국·이스라엘의 군사적 압박을 대량생산한 저가의 드론·미사일 등 비대칭 전력의 압도적인 물량 작전으로 대항했다. 그 결과 미국·이스라엘의 경제적·작전적 손실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고, 방공망도 일부 뚫렸다. 미군 기지가 있는 중동내 친미국가도 표적으로 삼아 미국의 정치적·군사적 부담을 극대화했다. 이란의 저가 드론·미사일을 고가의 정밀 요격미사일로 막아야 했던 미국·이스라엘 및 중동내 친미 국가들은 전투를 벌일수록 재정적·물류적으로 위기에 몰리게 됐다.
지난 3월 31일 쿠웨이트 선적의 선박이 페르시아만(아라비아만)에서 이란의 드론 으로 추정되는 공격에 손상된 모습. 이란은 저가의 드론과 미사일을 다량 발사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해 전세계에 압박을 가함으로써 최강 군사대국 미국의 압박을 견딜 수 있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로이터=뉴스1

일곱째, 강대국 리더십의 문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AI·우주·정보·항공·해군 등 우세한 전력만 믿고 정확한 목표도 설정하지 않고, 개전에 들어갔다. 이스라엘을 제외한 모든 동맹국이 소외됐다. 나토와 동아시아 동맹국의 협력을 구하지도, 제때 통보하지도 않았다. 깜짝쇼 시도이자 동맹무시다. 이와 더불어 3월 23일부터 "이란과 곧 종전 합의"를 최소 37차례 반복하며 미국민은 물론 전 세계를 혼란스럽게 했던 '트럼프식 미디어 쇼'의 한계도 드러났다.

미국-이란 전쟁의 교훈은 전 세계의 모든 외교·국방 문제에 활용할 수 있는 가르침을 준다. 가장 핵심은 전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들어선 안 된다는 점이다. 아무리 전력이 우월해도 무력을 앞세워 다른 나라에 외부의 의지를 강제할 수는 없다. 특히 이번 전쟁은 재래식 군사력이 아무리 압도적인 상대가 공격해와도 21세기의 '로우테크 공개 기술'을 잘 활용하면 버틸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 2026년 중동에서 벌어진 이 전쟁이 전 세계에 주는 교훈이다.